두 번째 연주회 공연을 마쳤다.
처음 연주회 경험이 있었기에 덜 떨릴 줄 알았다.
그런데 맙소사 너무 긴장했다.
연주회 당일 날, 나는 오전에 학원에 가서 연습했다.
하지만 그랜드 피아노 앞에서 건반을 누르는 감각이 익숙지 않았다.
연주회 전 날, 조율이 된 피아노는 건반이 평소보다 반동이 컸다.
내가 준비한 <쇼팽 즉흥환상곡 4번>은 박자도 빠르고 아르페지오에 신경을 써야 하는 어려운 곡이었다.
그만큼 한번 꼬이면 망하는 곡이다.
선생님도
"이건 진짜 어려운 곡이에요. 어려운 걸 선택하셨어요."
그러면서도 연주회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만 연주하면 돼요. 좋아요."
그러나 예상과 다르게 실제 연주회 날, 난 실수를 연발했다.
뭐랄까.
연주하면서도 순간적으로 바로 넘어갔지만 정말 포기하고 싶었다.
'하... 큰일이다.'
손가락은 생각보다 꼬였고 잘 돌아가지 않았다.
미스터치는 거의 반 이상을 먹어 들어갔고, 이게 준비한 사람의 연주인가 싶을 정도였다.
첫 연주회에서 호평을 받았던 내 실력은,
운 좋은 순번과 수준에 맞는 곡 난이도의 효과를 받은 것뿐이었다.
게다가 이번 연주회는 지난 연주회와 다르게 나만의 리허설도 못 했다.
연주회 시작 시간에 아슬하게 도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남편은 저녁 6시 40분 전으로 아슬하게 도착했다.
그 와중에 나는 아이들 밥을 차려놓고 먹이며, 옷을 급히 갈아입고 후다닥 집을 나섰다.
적어도 얼굴의 혈색은 있어야 하고,
이 곡을 듣기 위해 방문하신 참석자 분들께 예의를 갖춰야 하니.
나만의 꾸밈 시간을 5분 만에 맞췄다.
엘리베이터에서 대왕리본핀으로 머리를 하나로 고정하고,
급하게 립스틱을 꺼내 입술 중앙에 후다닥 묻히고 정돈했다.
학원에 도착하니 저녁 7시 8분.
시한폭탄을 가진 사람처럼 긴장감 속에서 휴대폰을 봤다.
연주회 시작은 7시 15분.
'앗! 8분 남았잖아!'
내게는 터무니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아마추어에게는 충분한 워밍업이 필요하다.
프로도 아닌 내가 무슨 자신감으로 바로 그랜드피아노 앞에 감히 서 있을까.
건반의 감각이 익숙해져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업라이트 피아노방에서 연습을 하다가 그랜드피아노로 옮겨 연주를 해야 하니,
100% 준비하더라도 실제로는 60% 정도밖에 나오지 않았다.
속으로는 억울하고, 속상했지만 어쩔 수 없다.
이미 지나간 일이니깐.
그래도 멈추지 않고 끝까지 연주한 나 자신을 칭찬해야 할까.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을, 이번에 제대로 느꼈다.
완벽함을 버려야 된다는 것도 뼈저리게 깨달았다.
첫 연주회 때는
'나는 초짜니깐, 이 정도만 연주회도 괜찮게 생각해주시지 않을까.'
하지만 두 번째 연주회 때는
'내가 연습한 만큼, 정말로 실력을 보여줄 거야. 나 이렇게 잘해요.'
이 어설프고 자만한 생각이 결국 긴장감 넘치는 연주회로 남았다.
게다가 완벽하게 틀리지 말아야 되겠다는 생각에 온 신경을 쓰다 보니,
미스터치가 난 순간, 당황한 나머지 손이 문어 다리처럼 꼬였다.
연주가 끝난 후에 결국 선생님 얼굴을 뵐 수 없었다.
너무 죄송한 마음과 나 자신이 한심한 마음이 섞이니 고개를 못 들었다.
그래도 인자하신 선생님은
"원래 본 연주회는 준비한 거에 60% 정도 나오는 법이에요. 괜찮아요. 잘하셨어요."
"두 번째 느린 구간은 정말 좋았어요."
선생님? 그렇다면 저는 120%를 준비해야겠군요.
예상보다 잘 되지 않는 날도 생기니 손목이 저리도록 연습해야 할까요.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어쩌면 두 번째 연주회에서 실패의 경험을 빨리 한 게 다행이라 생각 들었다.
그러면 다음 연주회 때는 당황하지 않고 긴장도 덜 하게 될 거라는 희망도 생겼다.
훌훌 털어내고 다음을 위해 세 번째 연주곡을 유튜브로 찾고 있는 나 자신.
실패의 쓰라린 경험.
돌아온 격려, 칭찬은 아마추어에게 든든한 지지가 되었다.
예상보다 잘 안 되는 날도 있으니 너무 겁먹지 말자.
그런 날도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