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을 겪고 있습니다.

by 이로브


지난 수개월 간 겪었던 증상들은 모두 전에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로 인하여 조금씩 소중히 쌓아온 나의 안락한 성이 무너질 수도 있겠다는 느낌은 분명했다.


그런데 도저히 이런 증상이 왜 갑자기 내게 찾아왔는지, 질병도 무엇도 아닌 이 생경한 것이 무엇인지 그 실체를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인터넷 검색창에 내가 겪었던 증상들을 나열해 보았다. 응? 번아웃? 번아웃이라는 말은 전에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사실 그것이 정확히 어떤 의미를 갖는 말인지는 알지 못했다.


번아웃.


나무위키에 따르면, 번아웃(Burnout Syndrome)은 한자어로 소진(燒盡)이라고 한다.


어떤 직무를 맡는 도중 극심한 육체적/정신적 피로를 느끼고 직무에서 오는 열정과 성취감을 잃어버리는 증상의 통칭. 정신적 탈진이라 생각하면 편하다.


번아웃이라니, 정말로 이런 게 있긴 있구나. 나와 같은 경험을 한 사람들이 또 있구나. 신기하면서 안도감도 들었다.


그래, 나는 번아웃을 겪고 있었다.


사실, 내 몸은 그동안 여러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긴장이 풀린 혼자만의 공간에서 자주 눈물이 차올랐고 업무적으로도 평소보다 곱절로 힘들어했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직업인으로서의 나만 존재했다. 책임감으로 점철된 하루는 퇴근한 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 관성 탓인지 나의 뇌는 여전히 긴장을 놓지 못했다.


그렇다. 그렇게 나는 정신적으로 나를 굶겨가며 근근이 살고 있었다.


더 뒤로 밀려날 곳이 없었던 나는, 살기 위해서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모든 것을 멈추어야 한다는 것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날 밤 남편에게 말했다. '나 그만 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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