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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개미 Feb 08. 2024

영화 <추락의 해부> 포스터를 그렸다.

당신은 자신의 아내, 혹은 남편에 대해서 잘 알고 있나요?

*영화 줄거리와 엔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은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어느날 한 남자가 3층 다락에서 밖으로 떨어져 사망합니다. 그에게는 유명 작가인 아내와 시각 장애인 아들이 있었죠. 이 사건은 곧바로 세간의 관심을 끌게 됩니다. 남자는 어쩌다 죽음에 이르게 되었을까? 아내 역시 남편이 왜 죽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합니다. 이 의문의 죽음 앞에서 사람들은 점점 그녀가 남편을 살해했을 가능성을 떠올립니다. 결국 그녀는 살인 용의자로 지목되어 법정에 서게 되고 자신의 무고를 스스로 증명해야하는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영화 <추락의 해부>는 의문사한 남자의 죽음의 이유를 밝히기 위해서 그의 아내를 법정에 세우고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영화 후반에 서서히 드러나는 남편의 이야기를 통해 관객들에게 중요한 질문들을 던지는 작품이죠.


 이 영화에서 중요한 키워드는 ‘착각’ 입니다. 누구나 종종 ‘착각’을 합니다. 보고 들은 것이나 기억에 대해 인간은 확신을 가지지만 그것이 실제와 다를 경우들이 발생하는 것이지요.


 영화에서도 시각 장애인인 아들이 자신의 기억을 착각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는 윗층에서 부모가 하는 말 소리를 밖에서 들었다고 확신했지만 그 상황을 재현해보니 밖이 아니라 안에서 소리를 들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인간은 감각을 통해서 현실을 파악하지만 그 감각은 다양한 요소들로 인해 왜곡되어지기도 합니다.


 감각을 해석할 때도 개인적인 관점이 반영이 되기 때문에 그것이 실제와 다르게 이해되기도 합니다. 아내가 학생과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남편이 노래를 크게 틀어놓은 것이 아내에게 화를 내는 것인지, 그저 무심한 행동이었는지는 본인에게 묻기 전에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해석해서 사실로 받아들이며 살아야만 합니다.


 내가 잘 알고 있다고 믿었던 것이 ‘착각’일 수도 있습니다. 그게 가족이라면 어떨까요? 내가 알던 아내, 내가 알던 남편, 내가 알던 부모나 자식이 어떤 사실이나 감정을 숨기고 있을 수 있습니다. 물론 속상한 상황이지만 누구도 이러한 부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모두가 조금씩 자신의 감정을 숨기며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특히 부부라는 관계는 서로 잘 안다고 생각하는만큼 서로에 대해서 많은 부분을 착각하거나 오해하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오해를 하고 있다고 해서 사랑하지 않거나 무의미한 것은 아닙니다. 영화의 대사처럼 중요한 것은 서로가 서로를 선택했고 사랑했다는 사실이 아닐까요?


 영화에서 남자는 ‘개’에 자신을 비유합니다. 개는 자신의 생각을 인간에게 말하지 못합니다. 겉으로는 충실히 인간을 따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지쳐있을지도 모른다고 남편은 아들에게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영화 마지막 장면, 법정에서 무죄를 선고 받고 돌아온 아내 옆에 개가 다가와 눕습니다. 우리 곁에 그 누군가도 말 못한 감정들이 있지 않은지 돌아보게 만드는, 여운이 길게 남는 멋진 장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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