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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chan Aug 30. 2023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책생각)

그러니 우리가 이 책에서 건질 건 오직 엄마다. 이토록 경건한 무기력이 어디 있을까. 이토록 숭고한 실패가 또 있을까. 가능성의 끝까지 파본 사람만이 진정으로 가질 자격이 있는 절망. 악마가 되어버린 아들을 이해해 보려고 하는 이 피눈물 나는 헛수고 앞에서 나는 삼가 옷깃을 여민다.

─영화감독 박찬욱,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서평  


나는 이 책에 대한 박찬욱 감독의 서평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부검하지 않았으면 범인을 잡지 못했을 사건이 많은 것처럼, 나는 이 어머니가 자신의 아들과 아들이 벌인 일을 너무 큰 고통이었겠지만 모든 방면에서 부검을 해줌으로써 많은 것을 잡아주고 막아주었다고 생각한다. 


이 여자의 진정성을 여러 사람들이 믿지 못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래도 그렇지’ 또한 하나의 사실이 될 수 있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나는 이 여성의 노력이 인간이 할 수 있는 피해자들을 향한 가장 숭고한 용서를 구하는 행위의 과정임을 인정해주고 싶다. “나의 아이처럼 되지 말고 살지 말라” 고 얘기하면서 다니는 것이 과연 쉬웠을까? 잊히는 것이 편할 텐데 왜 이 여성은 당당하지는 못하지만, 그럼에도 왜 용기를 내고 나섰을까. 복합적 요소가 있겠으나 결국엔 자신의 아들의 씻을 수 없는 죄에 대해 피해자를 위한 연속된 참회의 과정을 가장 올바른 방향으로 짊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나는 의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녀에게 얘기해주고 싶다. '살다 보면 그럴 수 있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참혹한 사건이지만, 결국 막지 못했던 비극적 운명을 당신이 짊어갔고, 그 운명을 버리지 않고 끝까지 짊어졌기에 막을 수 있는 비극적 운명들을 막았다고. 용서를 끝없이 구해야 하는 무거운 당신의 십자가를 마음으로 라도 조금이나마 져주고 싶다는 위로를 감히 건네고 싶다. 당신을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당신을 이해해 보려고 여전히 노력할 만큼 당신의 노력은 숭고했고 헛되지 않았음을 말이다.

이러한 나의 생각은 향 후에 살아갈 삶 속에서 누군가는 절대로 이해하지 못할 운명이 나에게도 다가올 수 도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늘 마음 한 구석에 대비할 수 있게 되었음을 느끼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것을 알게 됨으로 나의 하루가 별 탈 없이 마무리됨이 사실은 기적이라는 것을 가슴속에 다시 한번 새긴다.


여전히 옳고 그름의 기준에서 교만해지는 나를 볼 때 20년 가까이 지낸 아들을 몰랐었다라고 겸허히 고백하는 이 어머니를 자주 떠올린다. 그리고 ‘인생에서 가장 큰 행복은 모르는 것을 아는 것’이라고 다시 한번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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