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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ki Mar 15. 2024

이게 아닌데 정말로 이게 아닌데.

의도치 않게 런던에서 며칠 더 지내게 된 나...

이걸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니.

세 가지 반응이었다.

'엥?', '왜?', '어떡해.'

사실 나는 별 감흥이 없었다.

너무 무덤덤했다. 단지 너무 지쳤었다.

아침 6시에 일어나서 8시에 공항에 도착했는데.

그리고는 21시까지 공항에 있었으니.

웬만한 체력이 아니고서야 다들 지쳤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냥 쉬고 싶었다. 다 필요 없고 그냥 쉬고 싶었다.

튜브를 타고 런던에서 알게 된 경근이라는 형에게 연락했다.

그 형은 개발자로서 한국에서 대기업에서 일하다가 영국으로 넘어왔다.

영국에서도 꽤나 잘 나가는 개발자로 지내고 있었고, 그 비싼 집값을 가진 런던에서 스튜디오라는 명칭을 가진 원룸에서 혼자 지내는 사람이다.

그 형에게 나의 현재 상황을 이야기했다. 그 형은 "그럼, 어떻게 돼?" 하길래.

"나 형 집에 가야 할 것 같아." 이렇게 염치없게 이야기했다.

"그럼, 올 때쯤 연락 줘." 했다.

그때 시간이 좀 많이 흐른 뒤여서 솔직히 미안했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었다. 갈 곳이 마땅히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런던에서 숙소를 예약할 수 있었지만, 그때는 그저 지쳐서 그냥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렇게 일단 튜브를 탔다.

타고 가면서 내가 런던의 스타벅스에서 알게 된 욱이라는 사람에게 톡을 했다.

욱이라는 사람은 나보다 나이가 한 두 살 많은 형인데, 한국에서는 맥도널드 매니저를 4년 정도 했었고, 스타벅스에서 슈퍼바이저로 일할 때 많은 도움을 받았다.

"창 님, 파리 잘 도착했슈?"

"형, 저 파리 도착 못함! 아직 런던임!"

"엥? 왜?"

' 영국 공항 시스템 마비'라는 이름의 뉴스 링크를 보냈다.

"헐? 그럼 어떡함?"

"몰라여, 일단 아는 형 집으로 다시 돌아가는 길이긴 한데, 항공사 측에서는 제가 여기 있는 동안 돈 쓰는 거 나중에 돈 돌려준데요."

"그럼 선생님 왜 그 형 집으로 가요? 그냥 숙소 잡아~ 나였으면 진작에 잡았어~."

"그럴까요?"

"그래~ 어차피 돌려준다며~ 그냥 질러~ 그리고 뭐 문제는 뒤에 생각해~."

 그렇게 부랴부랴 달리는 런던의 튜브 안에서 런던 시내에 1박에 16만 원 하는 곳으로 잡았다.

어떻게든 도착한 숙소...

나는 무언가를 먹고 싶었다.

하지만 이곳은 런던 저녁 9시면 먹을 수 있는 것이 손에 꼽을 정도로 없다.

그렇게 나는 배고픈 채로 숙소에 도착해서 체크인을 했다.

체크인을 하면서 체크인 문서를 프린트하는 동안 리셉션을 해주는 사람과 이야기를 잠시 나눴다.

"오늘 갑자기 비행기가 취소되는 바람에 여기 왔어."

"아! 오늘 안 그래도 영국 비행기들 다 캔슬되었다는 이야기 들었어."

"너무나 힘든 하루인 거 있지..."

체크인에 필요한 문서를 작성하면서 나는 이런 이야기도 같이 꺼냈다.

"혹시, 이 숙소 영수증을 내가 발급받을 수 있을까? 항공사에 제출해야 해서."

"아 걱정하지 마, 그런데 지금은 안되고 나중에 네가 퇴실할 때 영수증 뽑아줄게"

"알겠어, 고마워..."

그냥 너무 지친다. 마냥 방에 들어가고 쉬고 싶다.

그 생각뿐이다.

방에 들어간다.

들어가자마자 옷을 갈아입고, 신발을 슬리퍼로 갈아 신었으며, 모든 걸 편하게 만들었다.

몸이 편해야 뭐라도 할 것 같아서 말이다.

그래... 내 몸을 편하게 하니 본능대로 따르자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밖에 나가서 뭐라도 먹자고 생각했다.

정말 배가 너무 고팠다.

나가자마자 보이는 건 불 꺼진 간판들의 음식점.

그나마 눈에 들어온 것은 영국의 초밥 체인점 'Wasabi'

언제 마치는지 생각 안 하고 일단 빠르게 들어가서 냉장고에 진열된 것을 집고, 국도 필요하겠다 싶어서 계산하는 곳에서 '치킨 누들'이라고 적힌 것을 달라고 했다.

참 이상적이었다.

정말 배만 채울 수 있는 그런 조합이었기 때문이다.

나에게 그런 아드레날린 아니 도파민이 필요했다.

그 정도로 나는 이 날은 너무나 고통스러워했을지도 모른다.

내 정신은 그런 고통을 잊고자 강제적으로 나마 본능 대로 움직이라고 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구매해서 숙소로 돌아와서 허겁지겁 먹었다.

정말 게걸스럽게 먹었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허겁지겁 말이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이게 아닌데.... 정말로 이게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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