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랬으면, 저랬으면

이랬을걸, 저랬을걸

by 서원


이랬으면, 저랬으면

이랬을걸, 저랬을걸


가슴은 끊어진 듯 아파오고

후회는 걷잡을 새 없이 끓어오른다

아무리 크게 흐느껴 울어도

그리움과 슬픔은

자꾸만

저 구석 깊은 곳으로 파고든다


왜 이렇게 허전할까

아무도 없는 텅 빈 집처럼

문을 열면 꼬리를 흔들며

체온 섞인 냄새를 내뿜고

반가워서 '왕왕' 짖던 소리도


팔랑거리던 토끼 같은 두 귀

'한 바퀴, 두 바퀴'

뱅그르르 돌던 그 귀여움도


흥분한 나머지 기저귀에 닿기도 전에

거실 카펫에 실수한 일도

곳곳에 추억으로 남아

딛는 걸음마다 찢어지는 가슴이다


이제는 아무것도 볼 수 없고

만질 수도, 안을 수도 없다

벌써 보고 싶고, 느끼고 싶다

단 한 번만이라도

따뜻했던 우리 아가를

안아볼 수 있다면


이랬으면, 저랬으면

이랬을걸. 저랬을걸


심장 약한 우리 아가 놀랄까 봐

우리는 이제 귀가하면서

엘리베이터를 탄다고 알릴 필요도

조용히 들어오라고 말할 이유도 없어졌다


그냥 집으로 들어오면 되고

홀로 두지 않으려고

외출도, 스케줄도

가족이 협의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마음대로, 슬픈 자유


갑자기 '와르르' 슬픔이 밀려온다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예고도 없이 찾아오는 흐느낌

아직 실감 나지 않는 우리 아가


온몸은 새까맣게 경직된 채

뻣뻣하게 누워있어도

아직 깊은 잠에 빠진듯한

평온한 얼굴의 우리 아가


따뜻한 입에 입맞춤을 하고 싶지만

차가워진 몸 사이로 냉기가 흘러

내 심장까지 뻗쳐

숨을 쉬지 못하겠네


최선을 다했다고

스스로를 달래 보지만

조금 더 잘해줄걸

후회만 밀려든다


반쯤 떠 있는 눈꺼풀을

따뜻한 손으로 감겼다

가만히 눈을 잘도 감아준다

끝까지 말 잘 듣는

예쁘고 착한 우리 아가


차디찬 손과 발을 어루만지면

온기가 돌아올까

널 잃고 나는 어떻게 살아갈까

사랑했어

온 마음을 다해


그런데 왜 병원비가 신경 쓰였을까

원망스럽다

아무 생각도 하지 말걸

산소실에 누워있는 너를 두고

앞으로의 병원비를 계산했던 나

용서할 수가 없다

아가

이해해 줄 수 있겠니?


아가야

이제 다리 끌지 말고

두 다리로 펄펄 날아올라

잔디밭 이곳저곳 마음껏 뛰어다녀라

토끼 같은 귀 팔랑거리며


너 이렇게 가만히 있으니까

평소에 싫어하던 발바닥, 귀털을

언니가 다 밀잖아

그러니 지금이라도 벌떡 일어나서

'하지 말라'라고 말해줄래?


어제까지 말썽 한 번 없이

살랑살랑 꼬리 흔들며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고

마지막 가는 날까지

밥도 야무지게 먹고 갔네


심장이 약했던 너는

이제 하늘나라 별나라로

돌아오지 않는 여행을 떠났으니

하나뿐인 심장이

무너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아픈 것도

숨 가쁜 것도 이제는 없겠지


그런데

아무 걱정도 없는

이 정적은

왜 이렇게

나를 혼란스럽게 할까

이 또한 지나가겠지


우리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정말 정말 사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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