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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누라 Oct 26. 2023

줘도 못 먹는 녀석들

팬데믹 시대의 광대

COVID-19로 전면 비대면 수업이 진행되었던 2020년의 일이다. 팬데믹 초기 2020년도 1학기에는 온라인 강의 준비에 정신이 없었다. 온라인 라이브와 동영상 중에서 어떤 방법이 더 효과적일지 고민하다가 후자를 선택했다. 그다음은 어떻게 하면 시행착오를 최소화 하면서 동영상 강의를 만들 수 있는지 찾아보았다. 결국 open broadcaster software(OBS)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하기로 하였다. 원래는 유튜브 등에서 라이브 방송을 하는 이들이 주로 쓰는 프로그램인데 여러모로 동영상 콘텐츠 제작으로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매주 필요한 강의 영상을 만들면서 적절한 편집점을 설정하고 필요 없는 부분을 제거하는 등 나름의 촬영 및 편집 노하우도 얻을 수 있었다. 그해 여름 방학 때는 다가올 2학기 강의를 위해 미리 동영상 강의를 제작하였다.



사전에 제작한 동영상 강의 덕분에 2020년 2학기는 나름 수월했다. 여유가 좀 생겨서였을까, 문득 학생들이 불쌍해 보였다.

‘그런 마음 모른척해야 했다.’


캠퍼스의 낭만은 고사하고, 각자의 위치에서 영상으로 강의를 듣고 ZOOM이라는 낯선 온라인 라이브 환경에서 시험을 보는 모습들이 안타까웠다. 이들을 위해 남는 시간을 활용하여 뭔갈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 멈췄어야 했다.’


OBS를 이용해 강의 동영상을 만들다 보니 조금만 응용하면 유튜브 라이브 방송도 가능하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런 얄팍한 기교에 우쭐하지 말았어야 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쩌다 라방중…

‘과거의 나님, 너 맞을래요?’



라방의 공식 이름은 online live meeting(OLM) 엄연한 학생 상담의 연장선이라 했다. 수업이 아닌 가벼운 미팅이었으므로 익명 접속, 채팅 가능, NO출첵으로 진행했으며, 혹시 모를 외부 요인 차단을 위해 링크 연결 계정만 접속하도록 했다. 수업과 관련해서는 간단히 안내하고 대부분 노는 시간을 가졌다. 같이 뮤직비디오, 게임 영상 보고, 내 하드를 털어 옛날 사진도 보여줬다. 구글맵으로 랜선 여행도 했다. 방송 끝에는 참여자 중에 랜덤으로 추첨하여 커피 쿠폰을 증정했다. 유튜브 계정 저 구석에 아직도 남아있는 라이브 방송의 흔적들, 무덤까지 숨겨야지.

‘아니, 근데. 팬데믹 와중에 라방하면서 잘 논거랑 학생이 싫은 건 뭔 상관?’


한참이 지난 겨울방학의 어느 날 카톡이 왔다. [귀하가 구매하여 선물한 쿠폰의 사용 기한이 초과하여, 어쩌고~ 저쩌고~, 수수료는 카카오가 날름 감사여, 어쩌고~ 저쩌고~, 반토막 내서 입금 수고여, 어쩌고~ 저쩌고~] 아니, 도대체 왜 쿠폰을 안 써서 아까운 수수료만 날리게 하는 거지? 주변에 스타벅스가 없나? 아니면, 커피를 안 마시나? 차라리 주변 사람에게 주거나, 당근에서 팔아도 될 텐데? 



거, 참. 줘도 못 먹는 학생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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