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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Jan 21. 2024

"엄마 갠짜나, 내가 여기 이또"

글로 처음 담아두는, 너의 말

"엄마 갠짜나, 내가 여기 이또"

이 말을 꼬옥 담아두고 싶어서 용기 내 남기는 글





행복한 순간을 기록으로 남겨두는 일은


그 시간을 두 손으로 조심히 감싸 안은 채

글로 몇 번이고 다듬어서 반짝이게 만든 후


보석함에 살며시 내려놓은 것이다.


언젠가 넣어두었던 순간들에게도 눈길을 주고

상자를 덮어두기 전에 또 한 번 찬찬히 살펴보고

저절로 올라가는 입꼬리에 다시금 행복해진다.


언제라도 상자를 열어볼 때면

내가 놓아둔 모양으로 펼쳐지리라는, 약속된 안도감.





꿈나라로 가기 전, 깜깜한 집

아이가 읽고 싶은 책들을 골라오고

나는 작은 독서등 하나를 아이 손에 쥐어준다.


아이가 여기저기 불빛을 비추다

작은 등이 꺼지며 온 세상에 한 순간 칠흑


깜깜한 세상으로 빠지자마자 아이가 말한다.

"엄마 갠짜나, 내가 여기 이또"


몇 번이고 다시 듣고 싶어서 불을 껐다 켰다 반복한다

아이의 말에 온 세상이 반짝반짝

일렁인다




나는 말한다.

내가 아이에게, 자주 해줬던 말을 꼬옥 간직하고 있었나 봐


남편은 말한다.

내가 아이에게, 아빠가 없으면 네가 엄마를 지켜주라고 한 걸 기억하고 있나 봐





2024년 오늘의 이야기를 보석함에 넣고 뚜껑을 덮기 전

2016년 10월의 어느 날 담아두었던 일을 만져본다.




예를 들면, 어제와 같은 날

조용히 엔진음을 울리는 차 안에서 그 사람과 함께 앉아 있는 일


나는 맘 놓고 눈을 붙였다가

나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과 눈 맞추고 다시 눈을 감는 일

그러다 다시 눈을 살짝 떠 이 순간을 확인하는 일

내 얼굴을 어루만지는 손길에 잠에서 깨어나는 일

이를테면 이런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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