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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땡복 Feb 18. 2023

주식 리딩방이 사기 치는 방법

'협동해서 한 마리를 낚아라'

I[경남사람 서울 상경기]


아, 그렇다 이곳은 흔히 말하는 '주식 리딩' 회사였다.


주식리딩에 대해 쉽게 말하자면 땡복이 방 리더에게 월회비를 200만원 내면 '지금이야 이거 사!', '이건 이제 팔 때야, 손절해!' 등 리더가 매수와 매도 타이밍을 알려주는 시스템이다.

또한 '방'으로 운영되는 만큼 카카오톡, 텔레그램 등 서로의 익명성을 보장할 수 있는 다양한 메신저를 활용하고 '등급 회원제'를 통해 1000만원 낸 사람에겐 고급 정보를, 500만원 낸 사람에겐 그것보다 조금 못한 정보를 주는 식이다.

주식리딩방에선 리그오브레전드의 티어시스템을 차용하고 있었다. 월 2000만원의 회비를 내면 챌린저, 1500만원은 다이아몬드, 1000만원은 플래티넘인 식이다.




난 어쩌다 보니 주식을 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이 시스템의 내부에 들어와 있었다.

내가 어벙벙한 표정으로 가만히 보고 있자 대표는 무언가 켕겼는지 내게 이것저것 설명하기 시작했다.


"우린 바쁜 현대인들을 대신해 그들에게 수익을 준다", "고객 손실이 나면 돌려주는 양심적인 회사다(나중에 알고 보니 큰 손실이 나면 폐업하고 잠수 타는 경우가 99.9%다)" 등등...

그는 본인들 업무의 정당성과 합법성을 한참 설명하고 난 뒤 붉고 푸른 그래프가 오르락내리락하는 모니터 앞으로 다시 가서 앉았다.


난 이곳에 입사하기 전 주식의 '주'자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구린 일은 냄새가 나기 마련이다. 난 그때부터 오감의 레이더를 펼치고 모든 직원의 행동과 메커니즘을 빠르게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정당했다면 직원 여러 명이 각자 1인 20역의 뷰티인사이드 놀이를 할 이유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카톡방은 일단 등급제로 운영되기에 챌린저방, 다이아몬드 방 등 낸 금액에 따라 나뉘어 있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가에 따른 차등적인 정보제공은 당연한 일이나 문제는 그 방식이었다.


일단 이들이 물고기를 모으는 첫 번째 방식은 '시식'이다.

대형마트 시식코너처럼 공짜 정보를 주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링크를 네이버 증권, 다음 증권 댓글 창에 마구 뿌린다. '내일 당장 오를 급등주!' '원금 150% 회복!'등의 자극적 문구를 첨부하면 효과가 두 배다.

이런 식의 문자로도 온다.

그렇게 '수익률 ▲300% 가즈아!' 카톡방에 유입된 사람들도 처음엔 당연히 의심을 하기 마련이다. 기술은 여기부터다. 방에 사람이 25명이면 이 중 낚을 물고기는 5명. 나머지 20명은 한 사람의 인격이 조종하는 페르소나다.


그들의 미끼질은 이런 식으로 이뤄진다.

스텝 원, 먼저 방에 들어와 있던 20명 중 누군가가 대표가 추천했다고 하는 종목의 수익을 인증한다.


스텝 투, 다른 사람 또한 주식 트레이더 화면을 인증하 대표의 실력을 찬양하기 시작한다.


스텝 쓰리, 대표가 '단타'를 통해 물고기들에게 조금의 수익을 체험하게 하며 '절 조금 더 일찍 아셨으면 더 많은 수익을 내셨을 텐데'라는 라스트 펀치를 때린다.


스텝 포, 리딩의 맛을 본 사람에게 '체험판'은 여기서 끝이라며 정식 리딩방으로 안내한다.


이 과정에서 눈치를 채고 빠져나가는 사람도 있지만 꽤나 많은 사람이 결국엔 회원비를 주고 가입한다.

그 이유는 인간의 욕심이 끝이 없어서도 있지만, 그들에겐 '다수의 믿음'이 일단 전제됐기 때문에 '혹시 나만 당하겠어?'라는 긍정회로가 돌아가기 때문이다.  

믿겨지는가? 이 많은 사람(사실 한 사람)이 모두 당신 한 명을 속이기 위해 뭉쳤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수 있겠다. 낚으려고 인증한 수익도 결국 수익이 난 것 아니냐? 물론이다. 수익은 수익이다. 그러나 문제는 대표가 정말 알뜰살뜰하다는 데에 있다.


온라인으로 주식을 사고팔 수 있는 트레이딩 시스템엔 번 돈과 잃은 돈을 볼 수 있는 수익률 창이 있다. 이들은 이 부분에서 '모의투자'를 이용한다. 모의투자란, 진짜 돈이 아닌 시스템이 제공한 가짜 돈으로 주식에 투자해 수익률을 시험해 볼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일단 모의투자 계정은 직원 수만큼, 아는 사람의 수만큼 충분히 많다. 5000만원에서 5억원까지도 제공하기에 여러 종목을 부담 없이 마음껏 이것저것 살 수 있다.

대표와 직원들은 오를만한 종목 다 사놓고 수익난 모의투자 계정만 인증하면 된다.

여기서 인증하는 창은 대략 이렇다.

진짜 이런 인증창에 속냐고? 물에 빠진 사람은 지푸라기라도 잡는다.


위 인증창의 문제는 모의투자라고 명시된 아랫부분을 잘랐다는 데에 있다. 그러나 속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그런 기초적인 사실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돈'을 벌고 싶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런 곳은 수익이 나면 계속 운영하고, 안 벌리면 접고 튀면 그만이다. 가입문구 중 개미똥구멍만 하고 연한 글씨로 *투자의 책임은 전적으로 본인에게 있으며, 손실 시 책임지지 않습니다라는 면죄부로 법적인 책임을 피하며, 반년에서 일년을 사기 친 월회비로 외국여행을 갔다가 다른 상호명으로 다시 개업해 똑같은 행위를 반복한다. 이것이 이들이 영원한 '스타트업'인 이유다.




난 이 회사에 들어간 지 일주일이 지나고 나서야 이런 메커니즘을 깨달을 수 있었고, 일주일 동안은 '수습'의 신분이기에 다행히 페르소나의 자격을 얻을 수 없었다. 아마 연기력 부족이 그 이유가 아니었을까.

이외에도 리딩방을 통한 사기 수법은 마르고 닳도록 많다. 이런 방법을 반복하고 어느 정도 물고기를 많이 모은 방장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커맨더가 되는데, 그때부턴 바로 그 유명한 아래의 메커니즘을 돌릴 수 있게 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특히 시장에선 더 그렇다. 물도 돈 주고 사 먹는 세상이다.

                     

이걸 알게 된 이상 이제 땡복에게 남은 것은 탈출이다. 아참, 일주일간 땡복은 뭘 했냐고? 인간이 얼마나 돈보다 낮아질 수 있는 존재인지를 처절히 목격했다. 땡복! 도망가!가가가가!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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