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월 Sep 20. 2024

'평범'이라는 독

당신은 자신에 대해 얼마나 잘 아는가?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결정들을 타인들의 결정에 따라 움직인다.

 가능한 한 '일반적'이고, '평범한' 선택지를 고른다면 무난하게 살 수 있을 거라는 생각 덕분이다. 심지어 스스로는 타인과 다른 삶을 살아가고자 하더라도, 주변인들은 으레 남들처럼 무던한 선택지를 골라 안정적으로 살라 조언하며 남들과 다른 길을 걸어가는 사람조차도 다른 사람들에겐 '평범한' 선택지를 고르라 조언한다.


 하지만 우리가 놓친 정말 중요한 게 있다. [과연 다수가 선택했다고 해서 그것이 옳은가?]


 한 짐승 집단을 가정해 보자.

 이 집단은 수많은 거북과 소수의 강아지로 구성되어 있다(자세한 스토리텔링은 필요 없으니 생략한다). 이들이 서로를 완전히 같은 집단의 구성원으로 생각할 때, 이 집단에서 평범한 것은 '거북'처럼 사는 것이 된다. 이 집단에게 평범한 것은 상위 포식자의 위협이 닥칠 땐 그 자리에 웅크려 가만히 있는 것이고, 먹이를 구할 땐 물속에 잠수하여 헤엄쳐 작은 생선들을 잡아먹는 것이다. 하지만 이 '평범한' 다수의 거북들이 하는 행동이, 강아지들에게도 옳을 것인가?


 극히도 당연히 '아니다'라고 할 수 있는 질문이다. 하지만 이 질문은 조금 변형되었을 뿐인데 현실의 사람들에게는 '그렇다'는 대답이 나온다. 모든 사람들은 같은 '행복'을 추구하지만 여기에 도달하는 방식은 모든 인간마다 다르다. 마치 강아지는 들판을 질주하는 것에서 행복을 느끼고, 거북은 시원한 바닷물 속에서 느긋하게 헤엄치며 행복을 느낀다. 그런데 인간들은 여기서 소수의 강아지들에게 다수의 거북처럼 헤엄을 치면 행복을 느낄 것이라고 세뇌하는 셈이다. 물론 소수의 강아지는 그것도 행복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일반화가 가능한 수준의 이야기인가?


 인간의 근본적인 행동 방식은 비슷하지만 저마다의 욕망, 성향, 가치관이 모두 다른 것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안일하고 게을러빠진 생각에서 이 문제가 비롯된다. 심지어 이런 사람마다 고유한 것들은 그 자신이 아니라면 알아낼 방법이 전혀 없지만, 자기 자신의 욕망을 알아내려 하더라도 결코 쉽고 빠르게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조금이라도 흥미가 당기는 것들에 직접 뛰어들어보며 온갖 일들을 경험해야만 조금씩 갈피를 잡을 수 있는 것들이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다. 이토록 어렵고 오랜 노력이 필요한 일이지만, 우리가 거북을 따라 물에 들어갔다가 익사하게 되는 강아지가 되거나, 강아지처럼 들판 위를 달리려 하다 말라죽는 꼴을 보지 않으려면 삶에 있어 반드시 알아내야만 하는 필수 가치이다. 그런데도, '남들처럼'이나 '평범', '보통' 따위의 편한 수식어로 대충 넘어갈 생각이 드는가?


당장 오늘부터라도 꾸준히 알아보자.

하고 싶었던 일이 정말 내게 잘 맞는지.

아직 알지 못한 즐길 거리가 있는지.

내 가치관이 정작 내 발목을 잡고 있지는 않는지.

매거진의 이전글 노인을 위한 세상은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