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보여준 정직함과 책임감.
간만의 여름휴가를 보내고 있던 어느 날,
자주 이용하는 한 카드사로부터
예상치 못한 연락이 왔다.
가맹점에서 요청사항이 있어
통화를 원한다는 것이다.
'무슨 문의 사항이지?' 라며
나는 알려준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고
가맹점 책임자가 전화를 받았다.
'아 안녕하세요. 저 OOO 지점 책임자입니다.'
'아 네 안녕하세요.
지난 결제 건으로 요청할 게 있다고 하시던데, 혹시 무슨 일 때문이시죠?'
책임자라고 하기엔 어울리지 않을 만큼,
20대 초반의 사회 초년생 같았던 젊은 목소리.
그는 자초지종을 얘기하기 전에
먼저 나의 양해를 구하며 앞으로 설명할 일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로 대화를 시작했다.
용건은 이랬다.
2월에 가게에서 티셔츠를 샀는데
점원이 결제금액을 41000원이 아닌 41900원으로 잘못 입력하여
내가 900원을 초과 결제하게 되었고
이 사실이 5개월이 지난 지금 발견이 되어
오결제 건을 취소처리 할 테니 다시 원래 금액으로
정상 결제를 해줄 수 있냐는 것이었다.
'아 그랬던 거군요..
그런데 물론 사람이 일하다 보면 그럴 수 있긴 한데
택 바코드를 찍으면 금액이 자동으로 입력되는 거 아닌가요?
어떻게 이런 실수가 어떻게 생기게 된 거죠?'
일단 900원이라는 적은 금액이었지만
잘못 입력되어 초과 지불한 사실에 대해서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처음엔 책임자의 연거픈 사과의 말에도
다시는 이런 실수가 생기지 않게 어떤 방법을 강구할 것인지,
앞으로의 해결방법에서 내가 주장할 만한 건 단호하게 말해야지라고 다짐했었는데..
'그게 바코드를 찍고 나서 수기로 입력을 하다 보니까
저희 점원이 000을 900으로 잘못 보고 입력하게 되었습니다.
분명히 저희 직원의 잘못으로 일어난 일이기에 정중히 사과드립니다. 고객님.
이 실수를 바로 잡고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되지 않도록 제가 책임지고 직원 교육을 잘 시키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고객님.'
실수를 하게 된 과정.
어떠한 컴플레인도 듣기에 마땅한 실수를 했음을 받아들이는 인정.
그리고 그 어떠한 핑계와 여지를 두지 않은 정중한 사과.
자신의 말이 핑계로 들릴까 봐 문장 하나하나 생각해서 말하고
고객의 반응과 요구에 따라 자신의 말을 거둬들일 타이밍까지 생각하던 그 청년의 태도에서
사회 초년생의 떨리면서도 자신이 맡은 책임을 지려고 그 자리에서 단단하게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서있는 그 청년의 목소리에서 나는 때 묻지 않은 싱그러운 정직함과 책임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에 이어
눈만 뜨면 어지럽고 무서운 소식들로
대가 없는 다정보다는 의심을 먼저 하게 되는 요즘 사회에
이렇게 자신의 책임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고 짊어지는
정직한 청년이 있다는 것에 대한 감사함이 뒤이어 밀려왔다.
그보다 나이 많은 어른들도 온전히 책임지기보다 어떻게든
회피하고 모른척하고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기 일쑤인데
이런 청년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부디 이 사회에서 살아가면서
지금의 정직한 책임감이 때 묻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실수가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한 앞으로의 대책을 묻고
해결방안을 조목조목 짚어가며 해결한 뒤
언제 또 만날 지 모를 이 청년의 끝을 붙잡았다.
'저, 이 내용과 관련 없는 거지만
끊기 전에 제가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그런데 지금 해도 될까요?'
'아 당연하죠, 고객님 ~'
'이런 실수가 생긴 것은 참 기분 상한 일이긴 했는데,
그래도 5개월이나 지난 이 시점에서라도 잘 못되었다는 걸 알려줘서 고맙고,
이렇게 직접 실수를 인정하고 바로 잡으려는 모습에 감동받았어요.
오히려 이렇게 정직하게 책임을 지려고 하는 모습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화를 낼 줄 알았던 고객이 이런 말을 한 게
뜬금없었는지 더 쑥스러워하던 청년.
책임자여서 자리를 비울 수 없었기에
원래 자기 대신 다른 직원을 보내 결제 건을 마무리 지으려고 했는데
자신이 짬이 내서 끝까지 자신의 손으로 일을 마무리했다며
나중에 나에게 통화로 전했다.
부디 이 사람의 깨끗하고 맑은 책임감이
오래오래 빛나기를.
나 또한 부디 그 책임감을 깨끗하고 맑게
오래오래 지켜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