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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모닝 Mar 10. 2024

자본주의 시장의 마케팅 공격에서 자존감의 우산을 펴다.

책 ‘자본주의 사용설명서(EBS 자본주의제작팀)‘






무의식적이고 감정적인 소비



 우리는 어려워지는 경제상황에 맞춰 한정적인 월급을 알뜰하게 쓰려고 애쓰고 돈을 아껴 쓴다고 하지만 매달 날아오는 카드 명세서의 결제 금액을 보고 적잖이 놀랄 때가 많다. 우울하거나 기분이 안 좋은 일이 있어서 기분에 따라 돈을 쓰고 싶다가도 막상 예상되는 고정 지출들을 생각하면 쉽사리 카드를 꺼내지 못하고 넣어두곤 했는데, 왜 카드 명세서는 항상 예상보다 높게 찍혀 있을까.


소비에 관한 한 뇌의 감정적인 부분이
매우 강력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뇌의 감정적인 부분을 인간의 이성으로
이겨내기는 쉽지 않다.

- 책 ‘자본주의 사용설명서(EBS 자본주의제작팀)‘ -


 인간은 우울하면 현재를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자신에게 집중하는 ‘현재 집중성’과 물질로서 마음을 위로하려는 ‘물질적 자아’의 충족 욕구를 일으킨다. 자신에게 집중하면 슬픔의 영향력은 더욱 강화되는데, 이때 주변의 누군가가 구입하라는 권유를 하거나 쇼핑몰 안에 있으면 평소와 달리 더 쉽게 비싼 물건들을 구입한다. 이때는 가격도 꼼꼼히 따지지 않는다. 슬픔과 우울함이 이 같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이유는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느낌을 주고 자기 통제력을 거세시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울할 땐 자신이 소유한 물건은 더 낮은 가격에 팔려고 하고 다른 물건을 사는 경우에는 평상시 보다 더 많은 돈을 지불한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정작 본인은 왜 그만큼의 지출을 하는지 인지하지 못한다.


 놀랍게도 우리가 매일 결정하는 것들
대부분이 뇌의 무의식을 관장하는
부분에서 일어납니다.

매일 하는 결정 대부분을
의식조차 하지 않은 채
그저 원한다는 느낌 때문에 하죠.

왜 갑자기 나가서 코카콜라를 사고 싶은지,
왜 티파니 액세서리가 좋고,
왜 롤렉스 시계를 갖고 싶은지,
왜 슈퍼마켓에서 그 브랜드를
고르는지 말입니다.

이 모든 것을 알고 싶은데
소비자에게 물어볼 수는 없어요.
소비자 자신도 모르니까요.

- 브랜드 컨설턴트, 마틴 린드스트롬 -



 오늘날 미디어뿐만이 아니라 쇼핑몰과 마트에서는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 위해서 매우 정교한 마케팅 전략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리고 물건을 파는 기업은 사람들에게 이미지나 서비스를 판매하며 ‘소비의 수준’이 ‘당신의 수준‘을 결정짓는다고 끊임없이 속삭인다. 하지만 세계적인 브랜드 컨설턴트인 마틴 린드스트롬은 그러한 자본주의 시장 속에서도 ‘소비자는 시장에 의해서 매일 조종당한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 소비자로서 이런 유혹들에 대응하는 것에 첫걸음이며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할인 자체가 쇼핑의 이유가 된다.



 인간은 무언가를 소비할 때 뇌에서 여러 가지 반응을 일으키는데, 특히 가격이 저렴한 물건을 보는 순간 뇌에서 쾌락과 흥분에 관여하는 부위에 마치 크리스마스트리처럼 불이 반짝 들어온다. 가격 자체로 소비자를 유혹하는 것이다. 하지만 구매를 하고 나면 쾌락을 유도한 이 부위에는 더 이상 활성화 되지 않는다. 이처럼 쇼핑하는 순간의 짜릿한 흥분은 곧 사라져 버리는 신기루와 같다.


 ‘준거가격 마케팅 Reference price’이란 높은 가격을 미끼로 내걸어 물건을 구입하게 만드는 마케팅 전략을 말한다. 판매 상품의 준거가격을 내보이고 그것에 X 표시를 한 다음 더 저렴한 가격을 선보이면 사람들의 구매의식이 더욱 증가한다는 것을 이용한 것이다. 이와 같은 전략은 일종의 할인 함정이지만 소비자는 함정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대게 사람들은 숫자를 객관적이라고 생각할뿐더러, 좋은 가격에 물건을 샀다는 인식을 하게 하여 자신이 합리적인 소비를 했다고 생각하게 하기 때문이다. 원플러스 원 상품도 마찬가지이다. 판매자가 아니라 소비자인 자신이 이득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자신의 지갑 속에서 돈이 빠져나갔음에도 덤으로 돈을 벌었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하지만 이런 소비자의 심리를 잘 알고 있는 마케팅 업계 사람들은 이를 통해 수익률을 올리고 남아있는 재고를 효율적으로 정리하며 광고비를 아껴 싼 가격으로 신제품을 홍보한다. 이처럼 소비는 감정적인 부분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걸 인정하고 시장을 바라보는 것이 마케터들의 유혹을 벗어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합리적인 소비란
그 소비의 현재 가치를 고려하고
이 소비를 위해 무엇을 포기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는 것이다.

- 책 ‘자본주의 사용설명서(EBS 자본주의제작팀)‘ -


    




필요 없어도 이미지에 현혹되어 산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그 어느 시대보다 많은 제품들 속에 있다. 그 속에서 소비자는 어느덧 물건의 가치만을 보고 사는 것이 아니라 물건에 부여된 사회적 이미지도 중요시하게 되었다. 기업은 이러한 소비자의 심리를 놓치지 않고 ‘당신이 이 제품을 쓰는 순간 다른 사람들보다 더 고급스럽고 우월한 존재임을 증명하게 된다’라며 끊임없이 속삭이며 유혹한다. 실제로 그 물건을 산다고 드라마틱한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반복적인 마케팅 유혹에 익숙해져 버린 소비자는 그 속삭임을 들으며 물건에 그 가치를 입혀버린다. 명품이 나의 가치를 높여준다는 착각과 같은 맥락이다. 타인과 내가 입는 옷은 달라야 하며 다른 가방을 들어야 한 다는 ‘구분 짓기’를 통해 소비자는 배타성을 나타내며 만족한다. 그렇게 기업은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상품에 새로운 가치를 덧입혀 지속적으로 사회 전체로 구입 욕구가 커지게 유도한다. 하지만 가치를 덧입힌 물건을 구입하고 소유하며 느끼는 만족감은 일시적이다. 소비자는 단 몇 분의, 며칠의 기쁨 뒤에 찾아올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다른 물건을 구입하는 순환의 고리에 빠지게 되며, 사람들은 이 소비의 순환에 자의든, 타의든 함몰되어 있다.



어떤 사람들은 자존감이 낮아지면
소비로 그것을 채우려고 합니다.
기분이 안 좋기 때문에
스스로를 부풀리는 거죠.
내적인 감정이 안 좋으니
겉보기에 좋게 만들어야 해요.

자존감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자신을 보다 깊이 사랑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돈을 덜 쓰게 해 줄 수 있습니다.

- 임상심리학자, 올리비아 멜란 -










기업의 의지가 아니라 내 의지에 의해서

돈을 지출하는 소비습관을 위해서.



비가 와도 우산이 있으면 덜 젖는다.
폭풍우처럼 쏟아지는 마케팅의 공격에서
나를 지키는 방법은 바로
자존감의 우산을 펴는 것이다.

- 책 ‘자본주의 사용설명서(EBS 자본주의제작팀)‘ -


 사실 멀쩡한데도 불구하고 버려지는 물건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았던 경험을 누구나 했을 것이다. 실제로 나의 경우, 물건을 처음 구입할 당시 버릴 것을 예상하고 물건을 구매하지 않았지만, 생각보다 버려지는 속도가 빨라지는 것을 보며 적잖이 당황하는 나의 모습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던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마케팅 전략에 휩쓸려 새 물건을 구매하여 충분히 더 써도 될 헌 물건들을 가차 없이 대체해 버리는 나를 어떻게 하면 건져 올릴 수 있을까.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에 따르면 소비시장은 즉시 소비할 수 있고 재빨리 버리고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을 제공한다. 현재 나온 제품이 가장 잘 나가며, 꼭 가져야 하는 것, 갖고 있음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라는 유혹을 만들어낸다. 기업은 소비자의 무의식적 반응이나 심리, 행동의 메커니즘을 파악해 마케팅에 응용하기 시작하면서 이전보다 훨씬 높은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 이렇게 소비자본주의 사회가 우리에게서 제일 처음 빼앗아버린 것은 바로 이 선택권이었다. 소비 자체가 물건을 필요성을 생각하며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끝없이 변화하는 트렌드에 따라 체험하고 바꿔야 하는 것이 필연이 되어버린 현실인 것이다.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스스로 소비를 다스릴 수 있어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은 파산하지 않고, 자신의 생활을 최대한 꾸려나가는 것이다. 소득을 넘어서지 않는 소비와 미래를 준비하는 저축은 우리에게 필수적인 요건이 되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소비자로서 자본주의 시장의 마케팅 전략에 노출되어 있는 연약한 존재임을 인지하고 ‘나는 어떻게 소비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에 스스로 생각해 보고 답을 찾아가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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