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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비 Aug 24. 2022

'취미'에 대한 단상

그저 일상을 즐겁게 살아갈 뿐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사람들을 만나면 꼭 어떤 취미를 가졌는지 질문을 받곤 한다.


딱히 특별한 취미가 없는 나는 사실 이런 질문이 부담스럽다. 어느 순간 '취미'라는 것이 정말 좋아하는 활동이라기보다는 무언가 평소에 하지 않을 법한 특별한 활동이어야만 할 것 같고 취미가 없다고 말하자니 고리타분한 사람이 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곤 한다. 

 

필라테스나 골프,

피아노 또는 보컬 레슨,

목공이나 도예 같은 것들을 해야 할 것 같은데 말이다.


이러한 활동을 좋아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몸을 움직이기를 좋아하는 나는 지난해 성인발레 클래스를 수강하기도 했다. 우아한 발레 동작을 배우고 몸도 유연 해지는 것 같아 3개월 꽤 열심히 했다. 하지만 대학원 공부와 가사 일, 과외 수업 등으로 생활이 바빠지자 점점 발레 클래스를 위해 시간을 내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팔 근육에 무리가 와 어쩔 수 없이 그만두게 되었다. 팔은 2~3개월 후 회복이 되었지만 다시 뭔가를 시작하기에는 내 체력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는 깨닫고 마음을 접게 되었다. 자고로 취미란 즐거움뿐만 아니라 재충전과 휴식을 위해 하는 것인데 점점 하나의 일과처럼 여겨져 스트레스가 되고 피곤함만 더해진다면 무슨 소용인가 싶었다. 차라리 바쁜 일상 속에서 마음이라도 가벼운 편을 택하게 되었다.




사실 취미의 사전적 정의는 "인간이 금전이 아닌 기쁨을 얻기 위해 하는 활동 즉,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로써 일반적으로 여가에 즐길 수 있는 정기적인 활동"이다.


 '기쁨을 얻기 위해 하는 정기적인 활동'이라는 정의를 따르자면 세상 모든 사람이 취미를 가지고 있다.

나 역시 다음과 같은 많은 취미 활동을 하고 있다.


성경말씀 묵상하기

조용히 음악 들으며 과외 수업 준비 또는 번역 일 집중하기

교회 성경공부 모임 준비하기

커피 마시면서 다큐멘터리 보기

독서와 신문 읽기

브런치 글쓰기

멍하니 요리하기

저녁식사 후 남편과 함께 찰스강 주변을 걷거나 마트에서 장보기

주말 밤 홈씨어터로 영화 보기

자기 전 깊게 호흡을 들이마시며 스트레칭하기

내일 하루를 계획하기


위에 열거한 활동들이 누군가에게는 고루하게 여겨질지도 모르겠다. 물론 소셜 미디어에 오르내리는 트렌디한 취미는 아닐 것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보자면 취미라기보다는 그저 일상을 옮겨 적은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 말이 맞다. 이는 나의 반복되는 일상의 루틴이기도 하다.


아주 평범해 보이지만 내겐 그 무엇보다 특별한 일상의 즐거움들이다.


만약 내가 체력이 강한 편이고 시간관리도 탁월한 사람이었다면 조금은 더 다양한 활동들을 도전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체력이 좋은 편이 아니었던 나는 일할 땐 일하고 놀 땐 노는 것이 쉽지 않았다. 놀기 위해 할 일을 빨리 끝내려고 애를 쓰고 나면 다른 이들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 그래서 일을 마친 후에 놀기는커녕 방전되어 꼼짝없이 누워만 있기 일쑤였다. 따라서 나는 각자에게 맞는 라이프스타일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일과 여가 시간을 엄격하게 구분하는 것보다는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할 일을 천천히 하며 중간중간 휴식을 취하며 책을 읽는 등 일과 여가가 한데 섞인 일상 더 선호한다. 이것이 내가 회사를 그만두고 대학원에 진학하여 프리랜서를 하게 된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새로운 경험과 가치들이 넘쳐나는 세상이지만 아직은 못 가본 길에 대한 후회는 없다. 신앙생활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단 한 가지를 이루기에도 인생이 너무 짧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내게 주어진 체력과 시간이라도 감사하며 살기로 했다. 그저 일상에 충실하며 매 순간을 누리려 한다.  


오늘도 나의 가치를 지켜내며 나의 마음과 정신 그리고 육체가 건강할 수 있도록 매일 조금씩 더 노력할 뿐이다.

나라는 사람에게 적합한 방식으로 말이다.  


예전에는 자기 할 일을 제대로 못하는 사람들이 눈치를 보았다면 요즘에는 잘 놀 줄 모르는 사람들도 눈치를 보게 된다.


즐거움을 얻기 위한 활동조차 타인을 의식해야 하는, 피로함이 가득한 세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삶의 여정이 즐겁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하고 싶다. 


누군가 취미를 묻는다면 이제는 거리낌 없이

나의 가장 특별하고 즐거운 일상을 말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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