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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도 Mar 13. 2023

닮은꼴의 파괴자들

[리뷰]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

하느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마라



종교에 관해 우리나라는 조금 독특한 위치에 있다. 종교가 없는 사람이 인구의 절반이지만 동네마다 편의점만큼 교회 십자가가 많은 나라. 국교가 없어 샤머니즘과 기독교, 불교가 공존하지만 그중 유독 개신교의 입김이 강한 나라. 그리고 일제강점기 백백교를 비롯해 사이비 종교가 끊임없이 창궐하는 나라.


그래서 <나는 신이다>는 매우 흥미로운 시도다. 가장 세속적인 나라 중 하나이면서도 종교적인 것에 심취하는 나라에서 사이비는 어떻게 탄생하여 사람들을 현혹하고 세뇌하며, 어떻게 착취하고 약탈하는지 궁금했다.



Ep.1~3 : JMS  편

이 시리즈에서 가장 많은 에피소드를 할애하고 있고, 각종 미디어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집단이다. 방송 전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을 했다가 기각된 일로 오히려 <나는 신이다>를 주목하게 한 JMS. 사실 JMS는 이미 오래전에 교주의 범죄행위로 끝난 집단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들은 아직도 건재하다는 것이 가장 충격적이었다.


JMS는 교주 정명석을 메시아로 보는 종교집단으로 80년대부터 대학가를 중심으로 교세를 확장해 왔는데 그 실체가 대중에 드러난 것은 99년도 황 양 납치 미수 사건 때문이다. 이 사건을 시작으로 80년대부터 이어져온 정명석의 성폭행 사건이 줄줄이 폭로되기 시작한다. 그가 정말 악질인 것은 젊은 여성들을(심지어 미성년자까지) 신의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교묘하게 조종하여 수개월에서 수년간 지속적으로 성폭행해 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피해자에게 또 다른 희생양을 찾아오게 해 가해자로 만들기까지 했다. 심지어 해외 도주 중에도 끊임없이 성폭행을 계속해 왔다.


미꾸라지처럼 홍콩과 중국에서 호화로운 도피생활을 하던 정명석을 계속 추적한 것이 국가 기관이 아니라 JMS를 탈퇴한 전 신도들과 김도형 교수라는 점은 매우 씁쓸한 점이다. 검찰과 국가정보원 내의 JMS 신도들은 오히려 정명석의 도주를 도왔고, 전 신도들과 김 교수는 JMS 측의 보복 테러를 당하면서도 끝까지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정명석이 잡힌 후에도 겨우 10년형을 받고 나와 다시 성폭행을 저지르는 부분에서는 뒷목을 잡지 않을 수가 없다.


넷플릭스의 또 다른 사이비 종교 다큐멘터리인 <착한 신도: 기도하고 복종하라>를 보면 우리의 현실이 더욱 통탄스럽다. 미국 FLDS의 교주인 워렌 제프스는 미성년자를 강제로 결혼시킨 행위(미성년자 강간 알선)만으로도 10년을 받았으며 나중에 자신이 두 명의 미성년자를 강간한 것이 입증되어 종신형+20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리고 저널리스트와 사립탐정 등과 함께 FLDS를 끝까지 추적하고, 숨어 있던 증인이 나설 수 있게 도운 것은 검찰과 FBI였다. 우리의 그림과는 많이 다르다.


공개 초기에 언론에서는 노출 수위나 선정성이 많이 다뤄졌고, 지금은 JMS 교회 명단이 뜨겁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다시 성폭행으로 잡힌 정명석이 어떤 처벌을 받을 것이냐가 아닐까. 또 거기서 멈추지 않고 정명석과 JMS 관련한 범죄들을 낱낱이 수사해 피해자들의 억울함이 없게 해야 할 것이다.



Ep.4 : 오대양 편

이 편은 87년에 일어난 오대양 집단 변사 사건을 중심으로 그 죽음의 미스터리에 대해 다루고 있다. 가장 아쉬움이 많았던 에피소드이기도 했다.


요약하면 박순자가 운영하던 ‘오대양’이라는 공예품 회사가 사실은 종교집단으로 직원들은 전재산은 물론 사채까지 끌어다 바쳤고, 결국 그로 인해 죽음을 맞이했다는 것인데 그것이 타살인지 자살인지가 아직도 논란에 있다는 것이다. 워낙 오래전 일인 데다가 박순자를 비롯해 사건의 중심에 있는 32명이 모두 사망해 버린 상태라 의혹만 남기고 마무리가 된다.


집단 변사 사건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오대양의 실체를 파악하려다 만 느낌이다. 이미 여러 번 방송에서 다뤄졌던 부분 이상을 보여줬다고 하기는 힘들 것 같다.



Ep.5~6 : 아가동산 편

상대적으로 조명을 받지 못한 에피소드지만 그 범죄의 무게만은 결코 가볍지 않다.


역시 80년대에 탄생한 아가동산은 교주 김기순을 주축으로 한 사이비 종교다.  자신을 ‘아가야’라 지칭하며 꽃가마를 타고 나타나거나 드레스를 입고 춤을 추는 교주의 모습은 기괴하기까지 하지만 신도들은 그녀를 절대적으로 칭송한다.


‘아가농장’이라는 집단 농장을 세워 그곳에서 공동체 생활을 한 아가동산은 신도들을 철저히 착취했다. 새벽부터 밤까지 낮에는 농장에서 밤에는 공장에서 일하며 모든 수익을 교주에게 바쳤고 경악스럽게도 그 사업체는 아직도 건재하다. ‘신나라네이처팜’이라는 농장과 그 유명한 ‘신나라레코드’가 그것이다.


현재까지 밝혀진 살인만 3건이다. 87년에 7세 남자아이가 교주를 믿지 않는다는 이유로 돼지우리에 갇혀 있다가 무차별 폭행으로 죽은 후 화장되었으며, 88년에는 과수원 관리자였던 남성이 교주의 말을 안 듣는다며 살해당했고, 같은 해 11월에는 교주 아들이 관심을 보였다는 이유로 21세 여성이 무차별 폭행으로 살해당했다.


신도들의 피땀으로 번창하던 아가농산은 96년에 교주가 구속되며 세가 약해지고 사실상 와해되었으나, 김기순은 조세포탈 혐의만 인정되어 가벼운 처벌만 받고 2000년에 출소하여 잘 살고 있다. 죽은 자는 증언할 수 없기 때문이다.



Ep.7~8 : 만민중앙교회 편

교회 이름은 몰라도 99년에 방송국에 난입해 방송사고를 낸 곳이라 하면 기억할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신도들이 목사에 대한 고발을 다룬 <PD수첩> 방송을 막기 위해 MBC 사옥에 급습하여 방송 송출을 강제로 중단시켜 버린 전무후무한 사건.


90년에 목사 면직과 제명 처분을 당한 이재록은 자신만의 교단을 설립하여 계속 목사로 활동하였으며 99년도에는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기적의 ‘무안단물’이라는 것을 판매한다. 그는 믿음의 분량론, 천국 계층론을 내세우며 믿음을 단계화하고 수치화하였다. 신도들에게 %와 단계를 적은 쪽지를 나눠줬는데 당연히 헌금과 예물을 많이 내면 단계가 올라간다.


이재록은 치유능력을 내세워 자신과 관련된 모든 것을 상품화했고, 병에 걸린 것은 죄가 많아서이며 병원에 가는 신도들은 믿음이 부족하다고 세뇌시켰다. 결정적으로 그는 여신도들을 성폭행한 것이 드러나며 구속되었고, 그 사건을 계기로 많은 신도들이 그의 실체를 깨닫고 탈퇴하게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지금 뇌종양으로 형집행정지 석방되었다.




그들을 스스로를 메시아라 부르고 신적 존재로 포장했으며 절대자인 것처럼 행세했다. 오직 자신만이 인간을 구원할 수 있다며 특별한 척했지만 실은 사랑과 구원을 내세워 신도들을 착취하고 약탈한 파괴자에 지나지 않았다. 그들은 놀랍도록 서로 닮아 있었다.


이 시리즈의 시작을 응원한다. 그리고 다음 시즌을 기대한다. 2023년에도 여전히 사이비 종교들이 곳곳에서 희생자를 찾고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단순히 사이비 종교를 고발하는 것을 넘어 왜 사이비가 존재하고 번창하는지에 대한 고찰이 덧붙여진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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