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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도 May 04. 2023

내 자식이니까 상관하지 말라고요?

자식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

어린이날을 앞두고 안타까운 뉴스가 연달아 들려왔다. 부모가 자식을 죽이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내용이었다. 한 아이는 7살이었고, 다른 아이는 고작 생후 7개월이었다. 어쩌면 아이들에겐 세상 전부와도 마찬가지였을 부모가, 그들을 죽였다.


그 부모들의 삶에 어떤 괴로움이 있었는지 섣불리 판단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이런 뉴스들을 접할 때면 아이들이 갖지도 못하고 잃어버린 삶이 떠오른다. 부모는 자신들이 없는 세상에 남겨진 아이가 살아가야 할 각박한 세상을 걱정했겠지만, 그건 아무도 모르는 거다. 아이들에겐 선택할 기회가 없었으니까.


부모에겐 자식의 운명을 결정할 권리가 있을까?


또 최근 논의되고 있는 ‘셰어런팅(Sharenting)’을 보자. 공유(Share)와 육아(Parenting)의 합성어로 부모가 자녀의 사진이나 영상을 SNS에 무분별하게 공유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해외에서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이를 경고하고 있었으며 실제로 소송이 이루어진 경우도 있다. 


국내에서도 셰어런팅 관련법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지자 이에 대한 찬반 역시 팽팽하다. 부모의 양육에 대한 침해라고 받아들이는 쪽과 아이의 사생활도 보호받아야 한다는 쪽. 


자식에 대한 부모의 권한은 무한한가?


우리 문화의 오랜 전통은 ‘부모 공경’과 ‘효’를 강조해 왔다. 자식에 대한 보호와 사랑에 대한 내용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그것이 당연한 것이어서가 아니라 불과 100년 전까지만 해도 아동은 그저 미숙한 인간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다. 뿌리 깊은 부모 중심적인 세계관에서 자식은 부모의 뜻을 따르고, 부모는 자식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당연했다. 


문제는 현대 사회의 부모들 역시 종종 부모 중심적인 세계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대 교육을 받고, 현대 사회에서 아이로 성장해 온 사람들이 말이다. 


대표적으로 이런 유형들이 있다.


◈설계자형◈

이들은 자식의 인생에 대해 다 ‘계획’이 있다. 자식의 학교, 직업, 결혼에 이르기까지 항상 자신이 먼저 설계하고 지휘한다. 자식의 의견은 아직 인생을 덜 살아서 미숙하다는 이유로 무시되고, 자신의 계획에 어긋난 자식은 철저히 배척된다. 설계자형은 먼저 살아본 자신이 오류를 최소화하는 거라며, 부모라면 최선의 길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말하지만 정작 자식이 무엇을 원하는지에는 관심이 없다. 


◈트로피형◈

이들은 자신의 욕망을 자식에게 투영한다. 자식은 꿈을 대리만족하는 도구로 전락하고, 자식의 성과가 마치 자신의 성과인 듯 과시한다.  설계자형과 다른 점은 이들은 자식이 성공에 이를 때까지는 헌신하는 부모로 보인다는 것이다. 이들은 과시할 수 없는 자식에게 종종 무관심하며, 과시할 수 있는 자식에게 모든 애정을 집중한다.


◈밀착관리형◈

이들은 평생 자신의 시야에 자식을 두고 싶어 한다. 자식이 옆동네로만 이사를 가도 괴로워서 견딜 수 없으며, 성인이 되고 결혼을 한 후에도 시시때때로 자식의 인생에 간섭한다.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혹은 부모가 이 정도도 못하냐며 사랑을 무기 삼고, 애정공세를 거절하는 자식을 배은망덕한 것으로 간주한다. 이들은 자식의 일거수일투족을 알고, 모든 결정을 함께해야만 사랑이고 가족이라고 믿는다. 




‘내’ 자식이니까 마음대로 할 ‘권리’는 없다. 자식은 부모의 독점적 소유물이 아니다. 자식의 운명도, 인생도, 목숨까지도 모두 자식의 것이다. 어린 자녀의 권리는 잠시 부모의 보호 아래 있는 것이지 부모의 것이 아니다.


부모 자식 간에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부모의 희생을 생각하면 자식은 그 말을 듣는 것이 옳다고? 자식을 낳기로 결정한 것은 다름 아닌 부모의 선택이었다. 부모는 그에 대한 책임으로 자녀들을 성인이 될 때까지 양육하는 것이다. 애초에 부모의 결정으로 준비 없이 이 세상에 태어나버린 자식들을 말이다.


어린이날을 맞이하지 못한 어린이들에게 참으로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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