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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즈 Feb 11. 2022

너 빵집 딸이니?

본의 아니게 빵으로 셀프 브랜딩을 해버렸습니다

 나의 또 다른 소울푸드, 바로 빵이다. 바삭 고소한 크럼블과 고구마만큼 퍽퍽한 식감이 매력인 소보로. 부스러기조차 남길 수 없는, 바삭바삭 결이 살아 있는 페스츄리. 풍부한 버터향 안고 폭신폭신 녹아드는 버터롤까지. 빵이라면 그저 좋다. 과자는 안 좋아해도 빵은 달랐다.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에게 오해를 받은 적이 있다.


"너 빵집 딸이야?"


 학교에서도 하루 종일 빵을 달고 살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진짜 빵집 딸이었냐고 묻는다면 전혀 아니다. 그런 오해를 받기 시작한 건 집 바로 앞에 프랜차이즈 빵집이 생기고 나서부터였다. 매일 같이 내일은 어떤 빵을 먹어볼까 하며 출석 도장을 찍었다. 일찍이 단골손님이 되었다. 오죽하면 같은 빵은 같이 담아도 되는지, 담아갈 봉투가 필요한지, 적립을 할 것인지 아무것도 묻지 않아도 척척 알아맞혔다. 정말이지 그때 먹어보지 않은 빵이 없었다. 새로운 빵이 나오면 바로 도전하며 모든 빵을 섭렵했다. 덕분에 학교에서 자타공인 박사가 되기도 했다. 어떤 빵이 맛있는지 물어보면 나는 아프게 말할 수도 있었다. 빵은 이래서 좋고 빵은 저래서 좋고. 친구들은 '빵'하면 나를 가장 먼저 떠올렸다. 그리고 +3kg의 몸무게를 얻었다(...)


 그런가 하면 또 한때는 "너네 집 찻집 해?"라는 오해를 받은 적도 있다. 항상 커다란 지퍼백에 티백을 한가득 넣고 다닌 탓이었다. 그것도 제각기 다른 종류로. 나는 단순히 생수를 마시는 게 질려서 차를 우린 것뿐인데 졸지에  이 학교에서 가장 차에 진심인 사람이 되어버렸다.


 이 일화를 들은 부모님은 폭소했다. 어느 하나에 꽂히면 한동안 미친 듯이 그것에만 몰두하는 내 성격을 알기에 더욱 그랬다. 지금도 달라진 것은 없다. 하지만 나는 늘 그 성격을 인지하고 경계한다. 동전의 양면 같은 것이, 좋은 쪽에 몰두하면 폭발적인 시너지를 내겠지만 그렇지 않은 쪽에 몰두하는 순간 갱생의 여지도 없는 삶이 되어버린다. 항상 그 사실을 염두에 두고 산다. 좋은 것만 미친 듯이 해보자. 좋지 않은 것은 시작조차 하지 말자. 그것만 잘 지켜도 나를 긍정적인 사람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을 테다. 맛있는 빵으로 나를 알렸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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