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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뿌니뿌니 Dec 17. 2022

수업 스케치 8_선생님 학생과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도 과거에는 학생이었다.

선 생 님 도 과 거 에 는 학 생 이 었 다.


지지난여름 전국 고등학교 교사들을 상대로 디자인 부전공 연수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내가 맡은 수업은 주로 그래픽 소프트웨어를 이용하여 디자인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이었는데, 두 달 여름방학 동안 과목당 45시간의 수업을 하는 것은 교수자로서도 매우 힘든 일이었지만, 내가 담당하는 과목 외에도 다른 두 과목까지 총 3 과목, 135시간 이수해야 하는 선생님 학생들도 매우 괴로웠을 것이다. 선생님이 가르치고 선생님이 배우는 수업이라...... 얼핏 생각하면 선생님 학생은 지각 결석은 물론 수업태도도 좋고, 이해력도 빠르고, 과제도 제 때 내고 그럴 거 같지만 실제로 선생님 학생들은 직업만 선생님이었지 주위에서 벌어지는 온갖 시추에이션은 여느 학생들과 똑같았다.


수업에 늦는 것도,

수업 중 딴짓하는 것도,

듣지 않고 있다가 나중에 딴 소리 하는 것도,

똑같은 내용을 계속 반복해야 알아듣는 것도,

과제가 많다고 불평하는 것도 똑같았다.


수업 만족도 조사에 "꼼꼼하게 잘 짜인 커리큘럼과 교수님의 섬세하신 지도에......", "힘들었지만 완성되어 가는 결과물들을 보고......"도 있었지만, "조금 수준을 낮춰주세요.", "매시간 난이도 있는 과제와 테스트가 힘들고......", "시험 과제를 미리 공개할 경우 동일한 시간에 이루어지는 평가라고 보기 어려움. 누구는 먼저 열심히 준비하고, 누구는 정해진 시간에 하고......"도 있었다. 문제는 모두 동일한 내용을 미리 공지받고, 스케줄을 확인하고, 그것도 몇 번씩 반복하여 말했지만,


내가 듣지 못한 것은,

내가 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건 나의 잘못이 아니고,

그래서 누군가는 비난하고 싶다.

는 변명처럼 들린다.


학습 수준의 차이로 발생하는 문제는 어디에나 있으니 그렇다 쳐도, 중요한 수업이나 시험 공지할 때 전화받느라 나가 있었고, 코로나 접종하느라 결석했었고, 결석한 수업내용을 다른 선생님에게, 혹은 교수자에게 물어서 보완할 생각은 없었으며, 있었다고 해도 나만을 위해 따로 시간을 내서 가르쳐주지 않은 교수자에게는 불만이었다는 것이었다. 그동안의 수업 태도나 수업 설문 만족도를 보고 내가 느낀 바를 다른 교수자들께 얘기했더니 그런다. 다 똑같다고.


가르치는 사람들도 똑같다. 스킬도 부족하고 실수하는 것도 그렇다. 굳이 다른 것이 있다면 학생들은 '알아듣는 척'하고 선생님들은 '알아듣는 척하는 것을 알아보는 척'하는 것뿐이다. 나이가 많건 적건, 영어를 쓰건 한국어를 쓰건, 날이 좋으면 괜히 수업하기 싫고, 비가 오면 나가서 파전 먹고 싶고, 아침에 찌뿌둥하면 수업 땡땡이치고 싶고, 어떻게 땡땡이칠까 매일 궁리하고, 수업은 널널하면서 과제는 조금만 내주고, 하지만 성적은 잘 주고, "선생님 오늘 휴강해요!"라고 외치고 싶을 뿐이다. 아니, "학생들 오늘 휴강합시다!"라고 하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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