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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실남실 Jul 19. 2024

흐라발이 유독 한국에서 인기 있는 이유?!

보후밀 흐라발, <이야기꾼들>


오래전에 본 흑백영화를 컬러영화로 다시 본 느낌이다


보후밀 흐라발이라는 천재적인 작가의 실력을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작품 "엄중히 감시받는 열차" 그리고 기존에는 본 적 없는 "이야기꾼들", "장례식", "이온토포레시스", "다이아몬드 눈" 등 단편이 실려 있고, 예전에는 혼자서 "간이주점의 세계"라고 알았던 작품 제목이 "간이주점 '세계'" 였음을 알게 되었다.


술집 이름이 '세계'이고 그 세계는 희극과 비극, 애인의 죽음과 또 다른 애인의 발견이 동시에 있으며, 비극적인 운명이 또 반복될 것을 알지만 누군가의 불행이란 간이주점 밖의 행인들에겐 또 하나의 유흥거리일 수 있으며, 모든 것이 환하고 북적이는 간이주점에서는 용인되는 것이란 것, 그 안에서 맥주를 들이켜는 사람들 모두의 공통된 삶의 세부이며 체코 민중을 뛰어넘은 인간의 속성임을 보여준다.



리드미컬한 산문에서 반복되는 보조선율격의 문장들이 메아리처럼 돌아오면서 메인 스토리의 비극성 또는 희극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다. 탁월하다.


흐라발 같은 작가의 책을 읽고 나면 그다음에 읽을 작가가 늘 안쓰럽게 마련이다. 마법 같은 이야기들이 펼쳐지는 그 짧은 안에서 최대의 호사를 느낀다.


예전에 중앙일보사에서 발매한 동구권 문학 선집에서 "엄밀히 감시받는 열차"로 번역되었고, 원작을 바탕으로 한 영화 제목이 영어로 "Closely Watched Train"이었기 때문에, 이리 멘젤 감독의 영화의 국역 제목이 "가까이서 본 기차"로 소개되었던 기억이 있다. 가까이서 본 기차와 엄중히 감시받는 열차 사이에는 흐라발 원작을 읽은 사람이라면 느낄 수밖에 없는 위트가 1도 없는 무지와 비문학적 비애의 간극이 크다.


"엄중히 감시받는 열차"라는 표현은 독일 치하 체코 보헤미아의 한 간이역에서 독일군의 군수물자나 화약, 병기 또는 군인들을 태운, 모든 열차들 중에서 가장 우선순위에 있으며 그래서 신호가 항상 열려있어야 하는, 때문에 독일 치하 조그만 간이역의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흐라발에겐 첫째도 사람이고 둘째도 사람이다. 인간을 묘사하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 그에겐 최우선이다.



이 소설은 주인공 밀로시의 성장소설이면서 또 동시에 반전소설이며 또한 체코 레지스탕스의 영웅적 행위를 묘사한다고 볼 수도 있지만 이 모든 것이 결국 격조 높은 풍자로 결부된다. 시대에 따라 고전의 감상 포인트가 바뀌듯이 카멜레온 같은 이 작품의 마법 같은 구조를 계속 의식하며 읽게 한다


이는 "이야기꾼들"이라는 르포형식의 단편에서도 관찰된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비정상적인 정상의 삶을 살고 있는 민중의 우악스러움을 최선의 형식으로 포착해서 그 지난한 삶의 결을 한 점 한 점 밝히게 만드는 기법이란... 한편 다른 단편들도 굉장히 모던해서 요즘 읽는 작품들과 비교해도 그 리듬과 표현이 빛이 난다.


카프카와 맞짱 떠도 될 만큼의 농밀한 묘사들이 군데군데 밟힌다. 쿤데라의 단편에서도 보였지만 에로틱한 감정과 숨 막히는 긴장감을 표현하는 묘사는 흐라발이 한 수 위 같다.


흐라발의 책이 한국에서 유독 인기 있는 이유는 다분히 그 정서의 유사성과 함께 민중의 관점에서 보통 사람들의 관점에서 쓰인 낮은 시선의 이야기가 한 몫하며 거기에 덧붙여 희극과 비극을 버무리는 작가의 유머와 단정하고 아름다운 문장 스타일 때문인 것 같다. 한편 대사들은 상당히 영화적이며 상징적이다. 인물을 묘사할 때 편향되지 않아서 독자가 스스로 판단 가능하며 인물의 얽힘에서 자아내는 부조리나 비애의 예감이 한국의 ’한 ‘의 정서와 매우 유사해서 이들 이야기의 비애감에 특히 더 공감하는 것은 아닐까?


모두가 행복하고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이들이 행복하지 않고 문제 투성이었던 삶을 여태 포용하며 버티고 굽히지 않고 살아왔기 때문에 지금 그 상태를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이다 풍자의 깊이와 그 저변에는 이러한 숨겨진 삶의 모호함과 차마 발설하지 못한 경탄과 아쉬움이 가려져있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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