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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부새 Nov 12. 2021

신혼여행가서 300평 땅을 샀다고?

우리에게 꿈을 주니까

2021년 여름에 나는 당시 캠핑했던 충주호를 못잊고 은퇴 후 전원 생활에 대한 로망에 젖어있었다. 남편도, 나도 미국에서 살아봤으니 전원 생활의 불편한 점은 당연하게 느껴졌고, 은퇴하고 멋진 경치가 있는 곳에서 집 짓고 살자고 손 잡고 약속했었다.


마침 시부모님이 텃밭이 딸린 전원 주택으로 이사를 가셨었는데 마당에 50년은 넘은 성인 두 명이 겨우 안을 수 있는 은행나무가 있었다. 그래서 저희도 나중에 은퇴하고 집짓고 살래요~라고 했더니 고모께서 하신 말씀이 내가 땅을 사게 된 계기였던 것 같다. "너네 이렇게 큰 나무 있는데에 집지으려면 벌써부터 땅 사놔야해~ 나무 자라는데 몇십년이 걸려~ 미리 심어놔야해~"


그 때는 무릎을 탁 치긴 했지만 당장 어디에 살고 싶다는 생각은 없어서 마음에만 새기고 있었는데, 신혼여행 갔던 욕지도와 사랑에 빠지면서 내 추진력이 힘을 내기 시작했다. 부동산에 전화를 돌리고, 임장을 가고, 육지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서 땅만 보고 돌아가고, 거제 풀 바다뷰 숙소에서도 잠 안자고 밤새 등기부등본을 봤다.


우리는 뷰가 중요하니까, 마음에 쏙 드는 땅이 있었다. 약 200평으로 사이즈도 적당하고 가격도 괜찮았다. 하필 그 때 날씨도 너무 좋아서 아직도 그 곳을 바라봤을 때 기분을 잊지 못한다. 아, 여기다! 싶었다. 그런데 좀 더 알아보려고 부동산에 연락했더니 마침 전날에 계약금이 들어왔다고 했다. 내 것이 될 것 같았는데 아니라고 하니까 마음이 아팠다. 진짜로.


사정을 들은 부동산 사장님께서 (신혼부부가 신혼여행 왔다가 마음에 들어서 땅을 산다니..) 그 땅처럼 순수 바다뷰였으면 좋겠다는 내 요청에 다른 매물도 모두 보여주셨었는데 한번 마음에 든 땅이 있으니 쉽게 다른 곳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렇게 좀 더 기다려 볼게요~ 좋은 곳이 또 나오겠죠~하고 우린 거제도를 떠나서 마지막 신혼여행지였던 합천 가야산으로 이동했다.


서울 올라가기 전날, 사장님한테 문자 한통이 왔다. 내가 사고 싶어 했던 땅 바로 길 건너편인 땅인데, 조건이 훨씬 좋았다. 2차선 도로가 붙어있어서 건축 허가도 문제없는 300평 계획관리지역! 이전에 봤던 땅은 농로 외 다른 도로가 없어 맹지여서 건축 허가가 나지 않았을텐데, 이 땅은 통영시, 건축사 사무소, 설계사 사무소, 모두 확인해봐도 건축허가 문제 없고 상하수도, 전기까지 들어와있는 땅이였다. 등기부등본도 깨-끗!


합천까지 올라왔던 우리는 바로 다음날 다시 통영으로 내려가서 3시 배로 욕지도에 들어갔다. 가서 본 땅은 일단 관리가 안된 농지라서 잡풀이 허리까지 자랐고, 나무로 우거져서 마치 제대로 뷰를 보기도 어려웠다. 요렇게 빼꼼 보려고 장갑끼고 가시 찔리면서 쭉 걸어나갔다.


딱 이 모습을 보고 서울로 돌아갔고, 몇일 고민 끝에 땅을 계약했다. 고민한 이유는 다른 더 좋은 투자처가 있지 않을까?였다. 하지만 이미 펀드, 스톡옵션, 주식에는 투자하고 있으니 부동산에도 분산투자한다고 생각하지 뭐~ 하는 생각이었다. 부동산 하면 아파트지만 우린 당장 내년에 미국가야하는데 언제 아파트에 살지도 모르겠고 아파트에 살고 싶은지도 모르겠고.. 무엇보다 지금은 사고 싶다고 살 수 있는 금액도 아니고.. 그런 이유들이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마음을 결정하게 된건 남편이랑 했던 대화였다.

"땅 샀으면 좋겠어?"

"응!"

"왜? 그 돈으로 다른데에 투자하면 더 수익을 볼 수도 있잖아"

"그렇지만 이 땅은 우리에게 꿈을 주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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