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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부새 Nov 15. 2021

300평 섬 땅에 뭐할건데?

집은 20년 후에 짓는다며...

정말 순수하게 "20년 후 은퇴하고 여기에 집 짓고 살자" 한 마디로 산 땅이다. (솔직히 나는 40에 은퇴하는 FIRE족이 되고자 부단히 노력 중이지만) 그 전까지는 농막을 세우고, 우리 가족들이랑 작게 농사를 짓자고 했다.

농막이란 농업에 필요한 잠깐의 휴식을 취하거나 농기구를 보관하는 간이 건축물, 6평 이내에서 허가 없이 신고만으로 설치가 가능하다. 하지만 지자체에 따라 화장실, 수도 등을 설치할 수 있어 요즘은 작은 별장처럼 활용이 된다.

내가 꿈꾸는 욕지도 농막 생활은 이랬다. 한달에 한번 남편과 내려가서 금 ~ 월요일 3박 4일동안 농막에서 꼼짝하지 않는다. 배 타기 전에 장을 보고와서 농막 앞 데크 위, 파라솔 아래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와인 한잔. 추워질 쯤엔 방에 들어와서 빔프로젝터로 영화 한편 때리고 구스이불 덮고 잠든다. 아침 일찍 큰 유리 통창 너머 일출을 보며 모닝 커피, 오후엔 텃밭에 가서 고구마를 캔다. 저녁엔 데크 앞에 모닥불을 피우며 또 와인을 마신다.


여기에만 만족했으면 모르겠는데, 마구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우리 엄마 아빠, 이모들, 고모들, 내 친구들 다 데려와서 계절마다 욕지도 바다도 같이 보고, 등산도 같이가고, 고등어 회도 같이 먹고 싶다. 이 곳을 우리만 보고 즐기기 아깝다.


그럼 6평은 살~짝 부족하니 몇 평 더 붙여볼까? 인테리어는 20-30대 젊은 여성들인 내 친구들이 와 괜찮다!! 할만한 수준은 되어야하고, 야외에서 바베큐, 모닥불 하려면 앞에 데크도 있어야겠다. 인스타에 올리려면 형광등은 곤란하고요, 간접등만 취급이요;


이렇게 되면 간이 건축물인 농막의 가격이 4천만원에 육박한다. 띠용! 우리집 QM6보다 비싸다. 그럼 이건 농막 만들거나 만들지 않거나 둘 중에 고민하기 시작했다. 왜냐면 내가 대학생 때 살았던 원룸과 다르지 않은 공간을 2-3천만원 주고 만들 순 없어서 다운그레이드는 옵션이 아니었다.


그 와중에 포크레인으로 땅을 밀고 났더니 이런 뷰가 보였다. 고민은 더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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