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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가의 버드나무 Feb 04. 2022

영국 탐험 4탄

부제: 스페인에서 보낸 나의 특별 휴가 중

넷째 날은 영국 여왕이 사는 버킹검궁을 방문했다.

궁내부와 왕궁 수비대 교대 행렬을 본 뒤 헤롯 백화점으로 갔다.


헤롯 백화점 또한 여행 책자에서 가보아야 할 필수 코스로 추천한 곳이다.  내가 한국에서 사 온  여행 책자는 아마 일본에서 출간된 것을 한국어로 번역한 것이 아닐까 싶다. 추천 코스가 이미 해외여행을 많이 하고 명품을 좋아하는 일본인들의 취향을 많이 반영한 듯하니 말이다.  그러나 IMF 정국이 시작되기 전 우리나라도 달러의 약세에 힘입어 이미 세계 여행 붐이 확산되어 있던 상황이었다.  따라서  해외에 나간 여행객들이 명품을 많이 구입해 오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여행 책자에서 자연스럽게  헤롯 백화점을 추천한 듯했다.

나는 명품에 대한 지식도 부족하고 명품을 살만한 여유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호기심을 갖고 여행 책자의 안내를 따르기로 했다. 


백화점에 들어서니 너무나 아름다운 명품이 즐비한 곳이어서 눈을 어디다 두어야 할지 몰랐다. 한 땀 한 땀 공들여 제작된 정교하고  멋진 상품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세계의 대부호들이  이 백화점의 상품을 즐겨 찾을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이곳에 전시된 물건들이 후대에 문화유산으로 보존될 거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제품의 디자인부터 제작 과정 및 사후 품질 관리까지 모든 공정을  꼼꼼하게 관리하여 브랜드의 가치를 높인 고부가 가치의 명품 산업이 영국 경제를 이끈다는 말이 과언이 아닌 것 같았다.  너무 정교하게 아름답게 소량으로 제작된 물건을 소장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게 하므로 고가의 상품이라도 지갑을 열고  사게 만드는  영국인들의 장인 정신이  부러웠다.  평소에 고가의 명품을 살 수 없는 일반인들이 헤롯 백화점이 세일하는 기간에 명품을 사기 위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장면 또한 이 백화점의 명성을 말해 준다고 한다. 


유명한 본차이나가 진열된 방에 들어갔다. 클래식한 디자인에서부터 모던한 것에 이르기까지 정말 아름다운 도자기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런데 가격이 너무 비쌌다. 감히 살 엄두도 내지 못할 만큼 아름다운 그림의 떡이었다. 


얼마 전 장관 후보 청문회 때 모 후보 부인이 영국 재임 시 도자기를 어마 무시하게 사서 이삿짐으로 갖고 들어왔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을 국내에서 카페를 열고 판매했다는 보도로 시끄러웠던 적이 있다. 공무원 신분으로 탈세의 편법을 썼기 때문에 그 후보는 사퇴를 했다.

그 후보가 공직자였으므로 지탄을 받은 것이지  영국 본차이나를 구입해서 한국에 이삿짐으로 가져온 뒤 이익을 남겨 파는 일은 영국 주재원들에게 흔한 일종의 재테크였다.


영국에 사는 한국 상사 주재원 부인들이 영국 도자기의 매력에 빠져 본차이나 제품을 사느라 3천만 원 이상 빚지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민박집 여주인이 귀띔을 했다.  그리고 민박집 여주인은  정품 가격이 아닌  싼 가격으로 명품을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나에게 넌지시 말했다.  정품으로 인정받지 못한  하자 명품을 거래하는  아웃렛 (outlet : 재고 상품이나 비인기 상품, 하자 상품을  정상가의 절반 가격으로 싸게 파는 곳. 아울렛의 표준어) 매장이 한인 거주 지역에 있다고 했다.  한국인들의 명품 사랑 또한  크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현상이다.  형편이 넉넉해서 여행을 다니는 것도 아니었고 명품 살 돈으로  한 군데라도 더 여행을 하는 게 더 낫다는 것이 당시  나의 가치관이기도 해서 민박집 여주인의 은근한 제안을 거절했다..


한때 우리나라에서 발리 가구가 선풍을 일으킨 적이 있다. 그 발리 가구 또한 인도네시아에 살았던 주재원 등이 이삿짐으로 잔뜩 갖고 들어와서 팔던 것이 대부분이다. 정식으로 수입한 것도 있긴 하지만.....

그런데 그 가구들이 우리나라에 기후에 적응하는 동안 뒤틀어져 버린 경우가 많이 발생해서 발리 가구의 열풍이 사라져 버렸다.  제품의 질이 유지되어야  명성 또한  유지되는 것임을 알리는 교훈의 예이다.

우리 가족이 인도네시아에서 살던 시절 나도 그런 재테크의 유혹을 받았었으나 나의 귀차니즘은 그런 일을 할만한 에너지를 내지 못했다.


홀로서기 관광을 하는 동안 내내 우리 가족의 식사 메뉴는 햄버거였다. 한 번은 아이들이 아이스크림을 사달라고 해서 메뉴판에 있는 그림을 보고 시켰다가 양이 너무 많아서 그걸 먹느라 진땀을 뺐던 적이 있다. 결국 다 못 먹고 남겼다. 물정에 어두워 돈만 낭비한 경험이다.


실제적인 영국 탐험의 마지막 날도 햄버거로 점심 식사를 마쳤다. 그리고 런던의 명물인 빨간색의 이층 버스를 타고 런던 시내를 30 분간 돌아봤다. 일정한 목적지가 있던 것도 아니었다. 그냥 영국의 대중교통을 체험하고 싶었던 것이다. 버스 차창 밖으로 복잡하지만 활기찬 런던 시내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수백 년 전에 건축된 건물과 함께 현대적인 건물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모습 또한  멋졌다.  버스를 타고 시내를 둘러본 후 버스에서 내려 가까운 지하철역을 찾아 전철을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영국의 지하철은 튜브라 불린다. 지하철 내부가 커다란 둥근 통로처럼 되어 있어 튜브 같은 인상을 주기 때문에 붙여진 애칭 겸 별명이라고 한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한참을 내려가야 할 정도로 깊이 파여 있다. 우리나라보다 오래전에 만들어져서 그런지 우중충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설계가 잘 되어 있어서 다른 노선으로 갈아타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았다. 바로 돌아서면 환승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유독 내가 다닌 곳이 유달리 편리한 환승 구간이었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불편하지 않았다.


이어서 5 탄을 끝으로 영국 탐험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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