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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가의 버드나무 Feb 07. 2022

스페인의 가우디 성당

 얼마 전 우리나라의 유명 건설업체가 짓고 있던 광주의 신축 아파트가 무너져 여러 명이 실종되었던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지고 성수대교가 두 동강이 나 수많은 인명을 앗아갔던 가슴 아픈 사건들을 겪고도 우리의 안전불감증은 아직도 고쳐지지 않았나 보다. 


앞서도 우리 가족이 20여 년 전에 2년간 살았던 스페인의 건축물은 설계와 디자인에 대한 행정당국의 까다로운 규제를 통해 건축되고 있음을 글로 쓴 적이 있었다. 또한 강가에 걸쳐진 조그마한 다리나 거리에 가로등마저도 똑같은 디자인을 허락하지 않는 예술가의 나라라고 스페인을 소개한 바 있다.


그리고 스페인에 도착한 지 일주일 되던 날 "뽀꼬 아 뽀꼬(poco a poco) 란 인상적인 말을 남겨주셨던

버스 정류장에서 만났던 멋쟁이 스페인 할머니에 대해서도 글로 쓴 바 있다.

나중에 스페인어를 배우고 난 뒤에 "뽀꼬 아 뽀꼬"가 "천천히 천천히"란 뜻임을 알게 되면서 스페인 사람들의 신중함을 중시 여기는 가치관이 언어 속에 반영되어 있음을 알았다.


카르멘이라는 오페라의 영향 때문인지 나는 스페인 하면 열정과 투우를 먼저 떠 올렸다. 


스페인의 팜플로나라는 도시에서는 매년 전 세계의 모험심 많은 젊은이들이 몰려오는 유명한 축제가 열린다.  즉 투우들을 거리 한복판으로 풀어놓아 거리를 내리 달리게 하는 축제이다. 용맹하지만 무모하기도 한 달리기 좀 한다는 젊은이들이 질주하는 소떼 앞으로 겁도 없이 뛰어든다.  뛰어들기만 하는 것이 아니고  소를 약 올리고 냅다 도망가기도 한다.  질주해오는 소를 미처 피하지 못한 청년들은 소뿔에 받히거나 발굽에 밟혀 심한 부상을 입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짜릿한 모험을 즐기려는 젊은이들로 인해  축제 기간 중 팜플로나는 인산인해를 이룬다. 숙소를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낭패를 당하기 쉽다. 짜릿한 축제의 현장에 동참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티브이 방송국은 축제 현장을 생중계하기도 한다. 티브이로 중계되는  축제 현장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기도 하는 긴박하고  흥분되는 열정적인 축제이다.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에서는 날씬하고 아름다운 집시 무용수가 플라멩코 춤을 열정적으로 추는 나라가 스페인이다. 또한  남자 무용수의  정열적인 탭 텐스는  보는 이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드는 나라 또한 스페인이다.


팜플로나의 축제와 탭댄스 그리고 플라멩코 춤을 보면 스페인 사람들이 활달하고 열정적인  국민임을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열정적인 그들의 성격도 급할 것 같은데 그들은 "천천히 천천히" 란 의미의 "뽀꼬 아 뽀꼬"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뽀꼬 아 뽀꼬"의 신중한 정신은 그들의 건축물에 대한 까다로운 규제 정책에도 나타나 있다. 거의 대부분의 도시에 있는 구시가지에 수백 년 전에 건축된 집 안에 여전히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이 그 정신의 결과물임을 입증한다. 지은 지 4~50년이 되면 안전을 걱정하며 재건축을 논의하는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안토니오 가우디는 스페인을 대표하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건축가이다. 2000 년 2 월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 우리 가족이 스페인에서 마지막으로 여행했던 곳은 가우디의 건축물로 유명한 도시 바르셀로나였다. 


바르셀로나에서 보았던 가우디의 건축물은 참으로 아름답고 경이로웠다. 그가 설계한 건물들은 마치 떡 반죽을 가지고 빚어낸 듯한 곡선이 잘 살아있으며 독특하고 아름다운 도자기 타일로 장식되어 있었다.


특히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가우디가 설계한 유명한 건축물이다.  그래서 가우디 성당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130여 년 전 착공되어 현재도 건축되고 있는 중이다.  예정대로라면 2026 년에 완공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언제 완성될지 미지수라고 한다. 가우디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건축이 계속되었던 이 성당은 스페인 내전으로 한동안 중단되기도 했다.  그때 내부에 화재가 일어나 설계도 일부가 소실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저런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설계자인 가우디의 뜻을 이어받아 계속 건축이 되는 상황이 신기하고 경이롭다. 


자신이 살아있는 동안 업적을 남기고 싶어 하는 조급함으로  "빨리빨리"에 익숙한  우리나라 사람들은  받아들이기 힘든 사고이다.  당대에 업적을 남길 욕심을 버리고 아름답고 튼튼한 건물을 짓고 싶어 하는 근본을 중시 여기는 마음과  자신의 이름이 드러나지 않더라도 고인의 뜻을 받들어 후대에 길이 남을 건물을 짓는 정신. 그 정신으로 인해  가우디의 성당이라 불리지만 이미 그 성당은 건축 후원금을 내고 벽돌 한 장이라도 다듬고 나른 건축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의 것이다. 또한  바르셀로나를 넘어 그 건물을 사랑하는 세계인 모두의 건축물인 것이다.  


스페인 사람들은 "뽀꼬 아 뽀꼬"의 정신으로 이렇게 멋진 후대에도 길이 남을 아름다운 유산을 건축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전 세계에서 이 성당을 보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게 만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키우고 있는 것이다.


우리 가족이 방문했을 당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여러 가지 건축용 보조 자재들로 싸여 있는 모습이었다. 내부는 전혀 볼 수 없었다. 외부 윤곽이 얼추 완성되어 가는 과정을 보는 것만으로 경이로웠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우리는 언제나 세계인이 사랑하는 건축물을 가져볼까? 


그런 기대는 접어두더라도 사고 걱정 없이 마음 편하게 거주할 수 있는 안전한 건물이 지어져서 다시는 부끄럽고 안타까운 뉴스를 접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한때 "안되면 되게 하라"라는 정신으로 성공을 일궈낸 신화가 우리에게 있었다. 그러나 그런 성공 신화의 이면에   이익만을 추구하는 "빨리빨리" 식의  밀어붙이기 불도저식의 어두운 건설문화가  안전 불감증을  불러왔다.  "안 되는 일은 안 되는 일이 되어야 한다."  안 되는 일을 억지로 되는 일로 만들다 보니 불법 관행이 용서되는 것이다.  불법 관행이 융통성으로 미화돼서는 안 된다.  또한  안 되는 일을 되게 하였다고 또한 빨리빨리 이루어 냈다고 자랑하는 사고방식도 고쳐야 한다.  


"뽀꼬 아 뽀꼬" "천천히 천천히"를 입에 달고 사는 융통성이  없어 보이고 답답해 보이는 스페인 사람들.  그러나 그들이  수백 년 전에 옛날 공법으로 지은 집 안에 여전히 사람들이 살고 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모습. 출처 : 인터넷.


가우디가 설계한 건축물 중의 하나. 출처 : 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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