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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편지

사랑과 존경의 마음을 뱓다.

'민호 어머님~~~

내일 수업 오시나요?  '


둘째가 한국사 수업을 받는 동안 나는 센터에서 수업을 한다.

여수가 최근 코로나 발생이 심상치가 않아서 민호 어머님께 내일 수업을 오시는지 확인차 카톡을 보냈다.


답장이 왔다.

'선생님~ 낼은 마지막 시험 대비가 있어서 못 갈 것 같아요.'로 시작되는 장문의 카톡이 왔다. 최근 학원을 새로 차리셔서 이모가 민호를 데리고 오신 지가 좀 됐다.


내가 내년 3월부터는 상담심리대학원을 다니게 돼서 토요일 수업이 어렵다고 말씀드렸더 대학원 공부도 하시고 너무 멋지시다고.

큰 아이를 선생님한테 못 맡긴 게 제일 후회가 된다면서. 선생님 마음만 같다면 안 좋아질 아이가 없을 것 같다고.

늘 수업받고 싶어 하는 민호를 일이 바빠서 못 데리고 가서 미안하다고.

 고맙고 존경한다고.


갑자기 마음이 울컥해지면서 눈물이 났다.

이게 바로 진심의 힘인가 보다.


몇 년 전 형을 언어 치료했었는데, 뭔가 오해가 있으셨는지 중도에 갑자기 다른 센터로 옮기셨었다.

그때는 어머님께 조금은 서운하기도 하고 일방적으로 통보를 하신 것에 불만이 있던 터다.


시간이 지나 다시 큰 아이가 우리 센터에서 그룹 심리운동을 받게 되면서 둘째가 발음이 너무 안 좋다며 언어치료를 받아야 될 것 같다고 어렵게 운을 떼신 지 어언 2년.


민호의 발음은 많이 좋아졌고 둘째의 심리적인  문제들까지 세심하게 살펴주는 내가 고마웠나 보다^^


아이가 센터 언제 가냐고. 매일 묻는단다.


유치원에서 안 좋은 일이 있었는데 '그래도 오늘은 센터 가니까 괜찮아~'라고 밝게 털어버리는 모습을 보며 사랑과 관심이 아이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느끼셨나 보다^^;


처음 올 때는 자음 명료도 34프로.

언어치료 생활 18년 동안 이렇게 발음이 안 좋은 아이를 처음으로 만나봐서 적잖이 당황도 됐지만.

꼬인 실타래를 하나하나 풀어가듯 풀어가다 보니 이제 ㄹ발음만 남게 됐다.

ㄹ발음도 곧 개선될 것이다.


그동안 아이는 자신감도 생겼고 인간에 대한 신뢰도 생겼다.

처음 왔을 때 제일 많이 했던 말이 '에이~거짓말. 거짓말하지 마세요!'였었는데.


이제는 '오늘은 발음 공부 먼저 하고 곤충 놀이해요.'라고 먼저 말을 꺼내는 아주 배려심 넘치는 제자가 됐다.

바다 동물 놀이를 할 때는 늘 상어를. 곤충 놀이를 할 때는 늘 사마귀를 골라서 왕처럼 힘을 과시하고 싶어 하지만. 애벌레를 애완동물로 키우는 아주 아주 귀여운 사마귀 왕이다^^


승부욕이 강하고. 인정받고 싶어 하며. 리더십이 넘치는 민호는. 어느 틈에 잘 자라서 이 사회의 리더가 되겠지?

아이들이 말을 하고 한글을 깨치고 책을 읽고 문제를 풀고 발음이 개선되면 참 보람을 느낀다.

그동안 물속의 오리발처럼 치열하게 고민하고 부딪혀가며 최선 방법을 찾아내는 수고와 노력 덕분이다.


민호야~

선생님은 늘 네 편이야!

민호의 기억 속에 뭐든지 다 괜찮다고. 다 잘했다고 안아주고 엉덩이 토닥여주는 할머니 같은 존재로.

소년과 나무에 나온 나무 같은 존재로.

너의 기억 속에 선생님이 자리했으면 좋겠다.


지금처럼 밝고. 자기 의사표현 똑 부러지게 잘하는 자신감 넘치는 아이로 잘 자라렴~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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