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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모두 소중한 존재

JS이의 일상 회복을 기원하며.

me:이번 주말에 뭐해? 나랑 커피 마실래?

you:응. 난 바쁜 일 없어. 난 언제든 시간 가능해~


저번 동창 모임에서 자기도 나처럼 호구의 삶을 살았다며.

이젠 자기도 그렇게 안 살겠다던 그 친구는. 최근 자궁암 수술을 했다.

"나 사실 있는 게 별로 없어~"라는 말은 그간의 수술과 방사선 치료로 친구의 몸과 마음이 얼마나 피폐해져 있는지를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둘 다 같은 시기에 첫 아이를 임신해서 만삭의 배를 자랑스럽게 내밀며 충장로를 싸돌아다니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우린 어느새 삶의 생채기들을 품고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이제 우린 며칠 후면 마흔아홉이 된다. 세월의 무게들이 얼굴에, 몸에 내려앉았지만 우린 아직도 소녀다.


율촌에 있는 한 작은 식당(풀뿌리 흑두부). 우린 보쌈에, 막 담은 김치에, 직접 담은 손두부까지 상추에 싸서 와구와구 먹어댔다. 허무한 지난날들에 대한 허기짐으로. 이곳의 청국장은 언제 먹어도 맛있다.


바다가 보이는 카페(섬, 달)에서 너도 몸 잘 챙기라며 아끼는 것들을 서로의 손에 쥐어주며. 노을 진 바다를 한없이 바라보며. 푹신한 치즈 케이크를 포크로 쿡쿡 찍어 먹어대며. 아무 일 없었던 사람들처럼. 해맑게 사진도 찍는다. 20년 전 그날처럼.


끝없는 나의 한풀이에 지쳐 보이는 친구에게 한 마디 건넨다.

괜히 미안한 생각마저 든다.

종달새 같은 나의 수다스러움이란...

"너 너무 피곤한 거 아니야? 우리 이제 집에 갈까?"


집.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가장 따뜻하고 행복한 곳이어야 할 그 집이.

누군가에겐.

그저 그런 곳이라면.

그것은 누구의 잘못일까?

결혼했으니까. 아이들이 있으니까. 그저 엄마 까투리처럼 떠나지 못하고 머무르게 되는 것은 참 슬픈 일이다.

물론 엄마 까투리는 제 자식을 화염에서 품어내고 온 몸이 다 타기까지 자신을 내어주었으니. 이 얼마나 고귀한 사랑인가? 하지만 가끔은 그런 생각도 해 본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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