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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를 아시나요?

백일백장 100-4

2025년 07월 12일 서울에서 사회재활상담사 시험을 치렀다.

예상보다 너무 어려웠다. 합격을 장담하기는 아마도 힘들 것 같다. 시험을 마치고 사울에 사는 대학원 친구가 여수와 진천에서 온 우리를 위해 가이드를 자처하고 나와서 서울 구경을 시켜주었다. 혜화동 '소바의 온도'에서 소바 정식을 먹고 낙산성곽을 올랐다. 한여름 땡볕은 더웠지만 그늘은 시원했고 간간이 바람도 불어서 그나마 성곽을 오르는 길이 덜 힘들었다. 낙산성곽길을 둘러본 후 내려오는 길에 '카페 마실'에서 마신 시원한 에이드는 천국의 맛이었다. 장면 총리 가옥을 둘러보았고 골목냉면에서 물냉면을 먹고 근처 스타벅스 카페에서 남은 수다를 마무리했다. 오랜만에 마음껏 웃고 땀 흘리며 행복한 하루였다.


케이(K) 상담심리센터에서 개최하는 삶의 의미집단 수업 2주 차. 이번 주 숙제는 '주님의 음성'이라는 책 읽기와 '사이먼 버치'라는 영화 보기다.

오늘 사이먼 버치라는 영화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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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먼 버치(Simon Birch: 이안 마이클 스미스 분)는 미국 메인주의 그레이브스타운에서 태어난 아주 특별한 소년이다. 태어나던 날 며칠도 넘기지 못하고 죽을 거란 의사들의 진단을 받았을 만큼 비정상적으로 키가 작았던 사이먼은 의사들의 예상을 뒤엎고 열두 살의 소년으로 성장했다. 초등학교 6학년의 나이에 키는 1m도 안될 만큼 왜소한 소년이자 걷는 모습을 지켜보노라면 위태롭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불안정하지만 정작 사이먼 자신은 언제나 세상을 밝고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그에겐 세 가지 특별하고 소중한 보물이 있기 때문이다. 하나는 자신을 작게 만든 건 하나님의 특별한 계획과 이유가 있을 것이란 믿음이다. 또 하나는 사이먼에게 둘도 없는 친구 조와의 우정이다. 마지막 하나는 사이먼을 친아들처럼 아껴주는 조(Joe Wenteworth: 조셉 마젤로 분)의 어머니 레베카(Rebecca Wenteworth: 애슐리 쥬드 분)의 각별한 사랑이다.


사이먼과 누구보다도 가깝게 지내면서 그를 친형제처럼 아끼는 조는 남달리 인정이 많고 착하다. 그러나 조의 눈가엔 언제나 우수의 그늘이 서려있다. 자신의 아버지가 누군지 모르기 때문이다. 조의 어머니는 어떤 연유에서인지 조에게 말해주지 않는다. 사이먼과 조는 서로를 소외받는 아웃사이더라고 생각하지만 각별하고 끈끈한 연대감을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있다. 정신적으로 남달리 성숙한 두 소년은 세상의 시선 따위엔 아랑곳하지 않고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우정보다도 특별하고 때 묻지 않은 우정을 키워나간다.


그러나 사이먼이 친 야구공에 조의 엄마가 머리를 맞아서 그 자리에서 죽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사이먼의 죄책감과 아버지를 영원히 알 수 없게 된 것에 슬퍼하는 조. 사이먼은 교회 성탄행사에서 문제를 일으켜서 겨울 캠프에 가지 못하게 되고 자신의 야구 카드를 찾으려고 찾아 간 교회 목사님 실에서 뜻밖의 사실을 알아차리고 만다. 그 사실을 전해 주기 위해 조를 찾아가게 되고 돌아오는 길에 사슴을 피하려다 버스가 미끄러져서 호수에 빠지고 만다. 하지만 사이먼은 침착하게 아이들을 진정시키고 마지막 남은 아이까지 탈출시키게 된다. 그의 잠수 시간 53초. 숨을 참고 마지막 아이를 받쳐주는 장면은 감동적이다. 그러나 후유증으로 이내 죽고 마는 사이먼.


"나는 하나님의 도구라고 생각해.

하나님이 나를 통해 그분의 계획을 이루실 거라 믿어."

- 사이먼


그렇다. 쓸모없어 보이는 자신과 같은 사람에게도 하나님은 특별한 계획을 가지고 계시다는 사이먼의 말처럼 결국 하나님의 도구로 사용되었다. 물에 빠진 아이들을 구하는 사명. 그것이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서 12년을 살다 간 사이먼의 소명이었던 것이다.


어느 것 하나 자랑할 것 없는 신체 조건에, 불운했던 나의 원가정은 내 삶에 한 없는 열등감으로 작용했고 나 자신마저도 나를 가치 없는 존재로 여기고 살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스라엘 성지 순례 기간 동안 갈릴리 호숫가에서의 선상 예배에서 하나님께서는 단번에 나의 모든 것을 바꿔주셨다. 하늘에서 어마어마한 칼이 내려와 나의 가슴에 박히자, '이제 나는 죽는구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눈을 떠 보니 곁에 있는 사람 한 명 한 명이 모두 하나님이 창조하신 귀하고 아름다운 존재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 순간 그동안의 원망과 미움이 눈 녹듯이 사라졌고 비로소 하나님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 것이다. 예수그리스도의 눈으로. 십자가에 못 박히시기 위해 태어난 운명. 비에돌로로사. 그 고난의 길, 십자가의 길에 침묵하셨던 예수 그리스도의 우리를 향한 그 큰 사랑. 그 사랑의 눈으로 말이다.


치열한 경쟁과 물질만능주의, 개인주의가 심해지면서 우리는 수많은 갈등과 사건들을 경험한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이 세상에 쓸모없이 태어난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모두 자신만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의 입시 위주의 학교 교육과 지나친 경쟁은 인간성을 점점 인간성을 잃어가게 만들고 있다.


학업을 비관하며 자살한 세 명의 여고생의 뉴스를 보면서 공부를 잘하지 못하는 것이 목숨을 끊을 정도의 압박으로 다가왔다는 현실이 슬프다. 우리나라는 OECD국가 중 자살률 1위다. 자살 수도 압도적이다. 매일 39명의 사람이 자살을 한다. 그 사람들이 자신이 태어난 이유를 발견한다면, 그 자신만의 가치를 발견한다면 그 삶이 달라졌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제 나는 발달장애 아이들과 함께 해 온 20년 간의 언어재활사 길을 마무리하고 아동, 청소년을 위한 상담을 준비하고 있다. 이것이 나의 남은 사명이라는 확신이 든다. 어려운 가정 형편일지라도, 학교 폭력을 당했을지라도, 내세울 게 없을 지라도 내가 배운 아들러 심리학으로 그들만의 강점을 찾아서 격려해 줄 것이다.


오늘 타인과 비교하며 부족한 나를 자책하고 있다면 이제는 멈추기를 바란다. 사이먼이 말했던 것처럼, 우리 모두는 하나님이 나를 통해 이루고자 하시는 계획이 있어서 이 땅에 태어나진 사람이다. 누구에게나 다른 달란트가 있다. 호박꽃과 장미와 백합은 다르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만의 색깔과 향기로 그 역할을 다하듯, 당신도 당신만의 색깔로 당신만의 향기로 살아가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속에는 하나님의 계획이 있음을 꼭 기억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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