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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enna Dec 14. 2021

뛰는 야바위꾼 위에 나는 엄마

 금요일 저녁, 남편은 연말 모임으로 늦고 내가 티브이를 보는 동안 아이들은 방에서 분주하다. 서랍에서 가위와 테이프를 가져가는 걸로 보아 뻔하다. 창문이나 문에다 뭔가를 열심히 만들고 있을 것이다.

 



 아이들은 돈을 벌고 싶어 한다. 명절이나 때때로 받는 용돈은 스스로 관리하도록 두지만 주기적으로 내가 용돈을 따로 주는 일은 없기에 일정 금액 이하로 잔고가 떨어지면 방 정리를 하거나 심부름을 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애교를 떨어서라도 꼭 일정 금액의 잔고를 유지하는데 오늘은 그 방법이 '내기'다. 오징어 게임에 나온 돈내기 딱지치기를 했다가 나에게 크게 혼줄이 난 터라 아이들은 나를 부르지 않는다. 대신 아빠가 퇴근해서 오길 기다려 한판에 천 원짜리 내기를 할 참이다. 교육 목적이라는 말도 안 되는 핑계로  아들과의 딱지치기에 5만 원을 들고 가 나에게 남편과 아이들 모두 혼이 난 이후엔 뜸했지만 오늘은 그 주제를 바꾸어 딱지치기가 아닌 목표물 맞추기이다.



 남편은 반쯤 술이 취해 볼이 발그스레하게 돌아왔다. 방에 발을 딛기도 전에 아이들은 제 방으로 아빠를 끌고 들어가 게임을 시작한다. 이번엔 목표물이 다양해지고 금액도 다양해졌다. 한판에 오백 원부터 천 원까지, 아이들은 서로 자기 쪽으로 아빠를 유치하느라 다급하다. 술이 제법 취한 남편은 평소 같으면 맞추고도 남았을 목표물을 계속 비껴간다. 천 원, 이천 원 차곡차곡 쌓이던 금액도 만원 이만 원을 넘어서니 아이들은 신이 났다. 장난스럽게 시작한 남편은 진심이 묻어나는 태도로 게임에 임하나 목표물이 쉽지가 않다. "돈내기는 절대로 안된다." 다시 일러보지만 이미 푹 빠진 남편과 아이들에게 나는 꼰대일 뿐.



 금액이 점점 늘어나고, 오기에 던지는 횟수도 늘어나고, 취기도 오르니 돈 계산은 제대로 되지 않는다. 이미 만 원짜리가 여러 장 펼쳐진 게임판, 슬그머니 남편 지갑을 주워 만 원짜리 두장을 주머니에 넣었다. "이제 그만!" 서둘러 남편과 아이들을 방에서 내보내고 다시금 돈내기 게임은 절대 아니 된다고 못을 박았다. 딸아이는 아들이 게임에서 이겼음에도 돈을 주지 않는다고 투덜거렸다. 당연히 줄 리가 없는 게임인 걸 아직도 모른다. 주머니를 뒤져 만 원짜리 한 장을 딸에게 주고 눈을 찡긋 해주었다.




 아직도 2만 원의 행방을 모르는 남편을 보니 세상 참 돈 벌기가 이렇게 쉬울 수가 없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다음엔 오징어 게임처럼 10만 원 빵 게임을 추진해 보아야겠다. 얘들아 또 부탁 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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