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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을 Jan 25. 2024

<프린들 주세요> 대결

나 : <프린들 주세요> 선생님은 정말 감동받았어. 울었거든(사실임)

SH : 정말요? 전 감동 없었어요. 전 T예요.

SJ : 저도 감동은 좀 없었어요. 

SH : 친구가 아파서 빵 먹었다고 하면 전 무슨 빵 샀는지 물어봐요.


4학년 꼬맹이들에게도 MBTI는 자신을 설명하는 데 유용하다. MBTI대로 하면 딱 떨어지는 게 별로 없는 나는 회의적이라고 답한다. 책에 대한 감동만으로 보면 명백히 F인데 평소 성격으로 보면 F도 T도 아니다. F이기도 하고 T이기도 하겠고. 책을 보다가 울었는데 당황할 정도로 감동받았다. 아이들은 닉의 이야기에 재미를 느끼고 어른들은 그레인저 선생님에게서 감동을 받는 모양이다.


호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개구쟁이 실행력 대장 닉은 선생님들이 숙제를 내줄 타이밍에 질문을 한다. 그레인저 국어 선생님에게는 "개는 왜 개라고 부르나요?"라고 물었다가 "그건 네가 그런 거야"라는 답을 듣는다. 다른 사람들처럼 너도 그 말을 쓰고 있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내가 그런 거라고? 그럼 본격적으로 내가 해볼까? 닉은 볼펜을 프린들이라고 부르기 시작한다. 친구들과 전략적으로 프린들의 유행을 주도한다. 그레인저 선생님은 처음엔 진심으로 불편해하고 이를 금지시키지만 점점 미소를 띤 채 훈훈한 마음으로 반대한다. 자신의 역할을 바꾸기로 한 그레인저 선생님. 아이들에게 이 말을 금지함으로써 볼펜이 '프린들'로 더 열렬히 불리기를 원했던 것이다. 닉의 조력자. 지혜로운 빌런 그레인저 선생님.


1. 선생님과 닉의 낱말 전쟁의 승자는? 아이들과 나는 낱말 전쟁의 흐름을 따라 닉과 그레인저 선생님의 승패에 점수를 준다. 결과는? 


2. 자의적 단어 창조 우리들의 낱말 전쟁은? SH VS SJ

각자 5개의 사물에 이름을 창조하고 예문을 만들어 단어를 유츄할 수 있도록 돕는다. 활동지를 바꿔 친구가 만든 단어의 원래 이름을 맞춰본다. 2:0 빵점 맞은 애가 표정이 썩는다(내 아들이다.) 이게 뭐라고. 친구가 예문을 터무니 없게 적었다고 항의하면서 분노 스위치를 켠다. 스위치를 내리기 위해 애쓴다. 



그렇다면 '프린들'의 운명은? 그레인저 선생님은 닉에게 "우리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며 이 전쟁이 끝날 때 지금 쓴 편지를 보내주겠다고 한다. 10년 뒤 선생님은 닉에세 5학년 당시 닉에게 쓴 편지와 사전을 보내준다. 사전에는 프린들이 등재되어 있었다.10년이면, 무척 신속한 편이다.


2023년 국립국어연구원은 일상생활에서 쓰이나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되지 않은 1000개의 단어를 등재시켰다. 눈에 띄는 건 치카치카, 개다리춤, 건물주, 집된장, 집간장, 반지하방, 가성비, 딩동딩동 등이다. 대체 언제적 단어들인가. SH는 2023년 등재된 단어들을 보더니 "나 어릴적부터 계속 쓰던 말인데...?"란다. 그러니까 말이다. 선생님 최초의 기억에서부터 등장하던 말도 있다. "딩동딩동, 개다리춤". 사전에 등재되도록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 단어가 죽을 때까지 한 세대는 지나본 다음 살아 있으면 실어주는가? 나보다 먼저 태어나 나보다 오래 살아남아 외면받는 낱말도 있겠지? 역사성과 사회성을 습득하기란 하늘의 별따기. 


2021년 영국 옥스포드 사전에는 꽤 많은 한국어가 등재되었다. 대박, 치맥, 콩글리시, 먹방 등 우리 사전에도 없는 말들이 등재되었다. 영국에선 외래어로 취급받아 등재되는 것이다.(외국에서 유래해서 국내에서 소통되어 모국어화된 것을 외래어라고 한다.) 우리도 사전에서 인정받지 못한 '대박'과 '치맥'인데 참으로 신속하다. 우리도 외래어에는 조금 더 후할까? 그런 아닌 것 같다. 아직 '웰빙'이 등재되지 않은 걸 보니 말이다. 우리는영국보다 사전 등재에 보수적이거나(그레인저 선생님쪽이라고 봐야) 게으른 것이거나. 일관되게 보수적인 편이길.


3. 우리들의 입장은? VS 그레인저 샌성님/대한민국 표준국어대사전VS영국옥스포드사전

아이들은 각자 지지하는 입장이 달랐다. 서로 반대의 입장에 따라 의견을 나누고 써볼 수 있었다. 


<프린들 주세요>는 왜 이리 재밌지? 독서 수업은 4학년부터가 좋은 것인가 하노라. 3학년도 하면 또 3학년도 재미있으려나?


SH : 이 수업이 학원 중 제일 좋아요. 선생님하고 말장난도 하고. 재미있어요.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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