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하고 하찮은 것들은

차갑고 황량한 것들 속에 있다.

by 따바라중독자


학생 때는 어렵기만 했는데 세상이 온통 수학과 물리라는 것을 깨닫게 된 몇 년 전부터는 그것들이 재미있 느껴진다. 재미는 있는데 안타깝게도 물리 서적들을 아무리 읽어도 잘 이해하지는 못하겠다. 그저 평범한 내가 잘할 수 있는 건 우주 사진을 보며 감상하는 것.





우주 사진들은 언제 보아도 넋을 놓게 한다. 차가운 공간, 한계가 없이 무심하게 펼쳐진 황량함에 때로는 무섭기도 하고, 때로는 지나치게 아름답다.





고양이 눈이나 말머리, 또는 장미를 닮은 성운, 름이 있거나 발견되지 않은 행성과 별들, 블랙홀, 지금 이 순간에도 멀어지며 별을 낳고 있는 셀 수 없는 은하들.

기체와 온도는 가지 색채로 암흑 속에서 세계를 그린다. 알 수 없는 시간 동안 우연과 우연이 만나 별이 되고, 인간이 되고, 고양이도, 바람도 되었다.







상상할 수 없이 차갑고 냉정한 우주의 어느 점 속에 우리는 더 작은 점으로 살아간다. 하찮은 나방이 쓰러져 날개를 파르르 떨고 있다. 나방의 흐린 눈 속에 또 다른 우주가 쳐진다.


죽어가는 나방을 까마귀가 날아와 잡아먹는다. 우주보다 훨씬 작은 존재가 우주를 먹었다. 까마귀는 제 무리에게 날아가 부리를 비빈다. 가족인가 보다. 차가운 우주를 먹은 새는 제 식구에게 따뜻함을 전한다. 다시 하늘을 본다. 이제 곧 황량히 지구 밖에서 돌고 있는 달이나 목성을 볼 수 있다. 돌고도는 우주여행이다.





몸도 마음도 없는 차가운 우주는 우리가 누군지 알지도 못하며 관심도 없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별에서 왔으니 사람도 나무도 강아지도 모두 별의 형제이다. 우리는 차가운 곳에서 온 따뜻한 존재들이다.


오늘도 서로의 온기를 각자의 방식으로 느끼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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