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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긍정 오뚜기 Dec 23. 2023

2023 한 해를 정리하며...

Chapter1. 자만

 자만은 스스로에게 결국 상처를 준다. 어떤 수업이든 아는 것이라도 처음 배우는 듯한 겸손한 태도를 지니며 최선을 다해 임해야 한다. 그렇다고 자신감을 잃으면 안 된다.  나는 내가 부족한 것이 작문실력뿐이 아니라는 것을. 수업의 색을 결정하는 교수님의 스타일에 대한 파악과 이를 캐치해서 좋은 학점을 받아낼 수 있는 센스가 떨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이런 결론에 도달하게 된 것은 한 교양과목에서 내가 영어를 잘한다고 자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수님이 우리에게 시키신 것은 영어로 된 요약문이었고, 영어에서는 막히지 않았으나 요약에서 막히고 말았다. 그것도 문예창작학과생인 내가 말이다. 그렇게 글쓰기 자체에서 자신감을 잃고 나니 영어 자체도 흔들리고 말았다. 자신이 떨어질수록 더 좋은 영어 표현이 떠오르지 않았으며 점점 영어에 대한 자신감도 떨어지고 말았다. 


 처음에는 교수님의 수업 방식을 탓하며 속 좁고 못난 사람처럼 굴었다. 내 실력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교수님과 나의 작문 스타일이 너무 달라서 그런 거라며 투덜거렸다. 점점 깎여 나가는 자존감을 지켜내기 위해 창피함과 불안감을 숨기며 밑바닥부터 다시 배운다는 생각을 가지고 따라가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이 수업에서 얻어갈 수 있는 것을 최대한 가져가고, 조언과 설명을 열심히 들어 전부 내 것으로 만든 뒤, 언젠가는 그 교수의 마음에 드는 요약문을 학기가 끝나기 전 제출하고 나가겠노라 다짐했다. 하지만 그렇게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내 요약문은 미궁으로 빠지기 시작했다. 어떨 때는 필요한 내용이 너무 빠졌고, 어떨 때는 쓸데없는 내용이 너무 많이 들어갔다.


 글을 배우는 전공을 하는 사람으로서 견딜 수 없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배우겠다고 다짐한 그 자세는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해서 포기하지 않았다. 마지막에 내가 낸 요약문은 결과적으로 성공했는지 알 수 없다. 기말고사 시험지였기 때문이다. 어떤 학점이 나오더라도 나는 그대로 받아들일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사람이 자만을 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가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것도 깨달았다. 하지만 속으로 고생을 꽤 했기 때문에 교수님이 말씀하신 열정적인 선배들처럼 5번 이상 고치고 또 고쳐서 내는 열정을 낼 힘이 없었다. 변명이라면 변명일 수 있겠다. 아직까지는 배움의 완벽한 자세를 터득하지 못한 것 같다. 초기 자존감이 매우 높은 사람으로서 타인의 말에 영향을 크게 받고 상처도 쉽게 받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내 자신을 위한 배움을 행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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