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긍정 오뚜기 Jun 08. 2024

21살에 다시 찾아온 우울증

이번이 마지막이지? 그렇다고 해줘.

 2024년 3월 4일, 내 인생이 또 다시 멈췄다. 안일했다. 한 번 이겨냈으니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것만 같던 우울증은 더 강력한 파도로 내 인생을 갉아먹기 시작했다.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지만 여전히 겁을 냈다. 바뀌었다고 생각했지만 그대로였다. 늪이란 걸 알고 있었지만 점점 더 빠져들어갔다. 처음에는 '엇 이녀석 또 왔네.' 이렇게 생각했는데 정신을 잃을 정도로 휘둘리고 있었고 어느새, 나는 학교를 자퇴하고 아빠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학과가 마음에 안 들었던 것은 아니었다. 과탑도 해보고 친구도 가장 많이 사귀던 시기였다. 무엇보다 중학생 때부터 고등학생때까지 나를 괴롭히던 우울증을 이겨내고 간 대학생활은 조그만 것에도 신기하고 기쁘고 설렘으로 가득찬 시간이었다. 2학년이 되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과거 고등학생 때에도 2학년에 고비가 왔었다.

  

 사람은 참 어리석은 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삶이 조금 나아진다는 착각에 빠지면 금새 안일해진다. 주변의 동기들에게 털어놓고 학교의 도움을 받으며 일어나볼까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는 이미 늦은 시기였다. 말 그대로 나는 나사빠진 좀비와 같았다. 재발이 얼마나 무서운지 깨닫게 되었다. 글을 쓰는 것도 부끄러웠다. 삶 전체가 무너지고 있었다. 끝 없는 자기연민에 빠져서 아무 노력도 하기 싫었다. 그렇게 자책과 방황으로 가장된 자기합리화에 빠져서 허우적대고 있었다. 하루에 몇십번도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고, 내가 왜 이렇게 약한가 그런 생각이 들며 부모님께 죄송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부터 내가 부모님 말씀을 들었다면 아니 작가가 아니라 돈을 안정적으로 벌 수 있는 학과를 갔었다면 이라는 생각부터 시작해서 내 정체성에 대해 끝없는 방황이 시작되었다.


 작가는 경험이 글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경험뿐만 아니라 상상력도 중요하지만 막상 대학을 가보니 나는 경험이 무척 한정적이었다. 내가 가겠다고 고집부렸던 과였기에 어떻게든 성인으로써 책임을 지고 싶었다. 하지만 대학을 가서 내가 깨달은 것은 나는 여전히 고등학생 때의 그 모습 그대로였다. 여전히 피터팬으로 살고 싶어했고 이번에는 정말 나을 수 없을 것 같다는 공포감이 나를 짓눌렀다. 오만가지 나쁜 생각이 들었다. 나를 해치는 생각들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차라리 저 밑바닥까지 나를 눌러서 익사시키실 바랬다. 세상이 너무 두려웠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글을 쓰는 게 싫어졌다. 텅 비어버린 내 일상을, 지루하고 우울한 이야기를 더 이상 쓰고 싶지 않았다. 인생에 있어서 발전도 있고 밝은 빛도 보여야 하는데 아니라면 하루 하루 버터나가기라도 해야할 텐데 내 삶은 가로등 마냥 깜빡거리고 있었다. 언제 꺼져도 이상하지 않을 가로등.

 

부모님이 나를 포기하길 바라면서도 한편으로는 나를 포기하시길 바랬다. 양가적인 감정이 들어서 미칠 것만 같았다. 나에게 너무 실망하고 포기한 나머지 내가 없어져도 편안하고 오히려 후련한 느낌이 드시길 바랬다. 그러면 이제 짐이 하나 덜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루 하루가 둥둥 떠다니는 것 같았다. 재수 학원에서 돌아오면 독서실에 앉아 공부를 시작한다. 나보다 더 힘들게 사는 사람들, 우리 부모님, 등 현재 내가 하는 것에 집중하지 못하고 자책으로 점철된 채 나아가지 못한채 멍하니 책만 바라보고 있다. 속으로는 '하기 싫어? 그럼 왜 살아. 그것 하나도 못 해내는데 네가 뭘 할 수 있는데.' 등 내 안에 있는 그 녀석이 속삭이는 것만 같았다. 내 자신이 너무 미웠다. 난 충분히 강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막상 지금은 끝없는 미로 속에 갇혀 바닥의 바닥을 기어가는 느낌이다. 


 그때 충분히 추한 모습을 보였다고 생각했는데 사람이 무너지면 한없이 무너질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뭐가 문제일까 생각해보는 것은 지치기도 했고 어떻게든 나아가고 싶었는데 길이 보이지 않았다. 아니, 내가 내 길을 지워버렸다는 것을 깨닫고 말았다. 대책이 아니라 아예 생각이 없었다.

작가의 이전글 다시 찾아온 우울증에 대하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