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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로 루머를 택한 대가

루머의 루머의 루머를 읽고 난 후...

by 몽도리

'루머의 루머의 루머'는 베스트셀러다. 드라마로 나온 걸 1시간으로 짜깁기 해서 요약해놓은 영상 또한 보았다. 그러고 난 다음 소설을 그 자리에서 단숨에 읽었다. 원작을 정말 잘 살린 드라마란 걸 느꼈다. 그 후에 나온 후속작들은 보지 않았는데 잘한 것 같다. 주인공 해나는 학교에서 퍼지는 자신의 소문들을 애써 무시하려고 하고 그 소문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그 후, 루머 때문에 친했던 친구들을 잃게 되고, 배신을 당하고, 더한 것들을 당하고 참고 감내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자신의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간 후여서 그 누구에게도, 자살 직전까지 도움을 제대로 청하지 못한다. 누군가 자신을 잡아주길 바라면서 신호를 보냈지만, 그 누구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카세트테이프 13개를 만들어 13명에게 돌리게 한다.


그러곤 그녀는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는 길을 택한다. 나였다면 도움을 청했을 것 같다. 내 삶이 소문 따위에게 먹히는 꼴을 참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해나는 왜 그러지 못했을까. 이미 학교에서 자신을 믿는 사람들이 없다는 걸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도움을 청했다가 배신을 당했던 경험들이 그녀를 주저하게 만든 것이었을까. 정말 소문이라는 것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점점 과장되고 커진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 그런 소문들을 퍼 나르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무슨 잘못을 저지르는지 모르고 하는 짓이지만 그게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겠지. 예전에 보았던 웹드라마 '라이브온'과 뉴스에 나온 'N번방 사건' 이 떠올랐다. 확실히 알지 못하는 것들은 사실이라고 믿는 팔푼이 같은 짓은 하지 않아야겠으며, 험담 따위도 하면 안 된다는 것을 느꼈다.


우리나라에서도 소문으로 인해 자살한 사람들이 많다. 연예인뿐만 아니라 여느 학교 학생들일 수도 있고, 직장인일 수도 있고, 그게 누구든, 어떤 사람들은 그런 소문에 휘둘린다고 피해자에게 약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잘못은 사실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은 그 소문이 자신들에게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사람들이 소문을 퍼뜨리게 되고, 그게 사람을 진짜 죽인다. 말로 천냥 빚을 갚을 수 있다고 했던가. 이 속담은 없을까. 칼보다 무서운 게 세치 혀라고. 나는 여기서 나 자신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초등학생 때, 나는 1학년 때부터 폭력을 당해왔다. 언어폭력, 신체폭력 등.

나중에 5학년이 되어서 그녀를 다시 만났을 때 그녀는 다시 내 주변 친구들을 고의적으로 뺏어가기 시작했고, 그 친구가 나랑 대화를 나누면 그 친구에게 나한테 상처를 주라고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그걸 내가 직접 듣게 되었을 때, 나는 더 이상 당하고 있고만 싶지 않았다.


내 최선의 복수를 하기 위해 험담을 했다. 소문을 퍼뜨렸다. 과장의 과장을 했다. 하지만 선생님은 그녀에게 아직은 그녀가 변하려고 하는 모습을 친구들이 받아들일 준비가 안된다며 위로하셨다. 그걸 보고 나는 머리꼭지가 도는 것만 같았다. 나는 그녀를 신경 쓰지 않기 위해 내가 착하니까 참는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솔직히 참을 만큼 참았다고 생각했다. 조금 효과가 있었던 것일까, 내 소문과 험담은 효과가 있었다. 나를 괴롭히던 그녀는 자꾸 친구들을 찾아가서 소문에 대해서 해명을 하고 다녔고, 나는 딱 잡아떼기를 시전하고 있으면서 속으로 타락한 나 자신을 보며 깔깔대고 있었다. '기억나? 1학년 때 네가 내 후드티 모자를 잡아당겨 숨을 못 쉬게 하고, 다시 친구로 받아줄 테니까 옥상에서 떨어지라고 했던 거. 화장실에서 친구 한 명이랑 같이 나를 밀어 넣었던 거, 1학년 때 나한테 10원짜리 쌍욕을 한 것. 나는 아직 네 눈물이 더 보고 싶어. 네가 파멸하는 걸 보고 싶어. 나는 이미 타락했으니' 하지만... 네가 먼저 시작한 거였잖아.


하지만 결과적으로 나도 나쁜 년이 되었다. 그 친구는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중학교에 가서 찐따가 되었다고 한다. 이제는 더 이상 그녀에 대한 소문이나 경황이 궁금하지 않다. 하지만 내 이미지도 상당히 망가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직까지도 나는 내가 입을 열 때 아주 조심하게 된다. 그래서 그 때문에 말을 많이 하지 못하겠다. 내가 말을 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다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분명 그렇지 않은대도 말이다. 그때를 후회하냐고? 잘 모르겠다. 내가 잘못한 것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그게 나에게도 안 좋은 영향을 주었기에 나는 교훈을 얻었다. 하지만 과연 내가 당한 만큼의 타격을 그녀가 받았을까. 싸워서 이길 수 없었던 아이였다. 말발로도, 신체적으로도 그녀는 나에게 강자였다. 그때 내가 택한 복수가 과연 맞는 것이었을까. 퍼다 나르던 아이는 내가 말했다며 그녀에게 말했지만 결국 퍼다 나른 그 행동 때문에 꾸중을 들었다. 이제 알게 되었다.


우리는 모두 그 시절, 비열했다. 나를 괴롭혔던 그녀도, 소문을 퍼나르던 아이들도, 나도, 전부 비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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