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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쩡 Feb 20. 2024

감정의 소화제

평범한 하루 속에서 특별한 사건, 특별한 의미를 찾아 글을 써내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하루씩 습관처럼 글을 써보자 마음먹었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다.


그래서 요즈음은 평범한 일상에서 의미를 찾는 연습을 하곤 한다. 비단 행복의 감정뿐만 아니라 불안, 슬픔, 걱정 등 반짝하고 사라지는 찰나의 감정들도 지나치지 않고 의식 속에 줄을 세워 조금 더 느껴보려고 노력한다.


멈춰있는 감정이란 없고 늘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저만치 멀어져 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간절한 호소에 응답하는 감정들 중 일부가 비교적 오랜 시간을 머릿속에서 체류한다.


그렇게 연습하기를 수십 번, 이제는 글로 옮기려고 노트북을 켰더니 막상 무엇을 쓸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특별한 사건이 없음을 감사하며 평범하지만 온전한 하루를 보냈다는 안도감을 어떻게 써야 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내일을 소망하는 마음을 어떻게 담아야 할지 그만 머릿속에서 엉켜 버렸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과연 무엇일까?

머릿속은 온통 하고자 하는 말들로 꽉 차있는데 도무지 여과되어 나오지 않는 듯한 느낌이 든다.

과연 어떤 말을 하고 싶은 것일까? 나도 모르는 감정들을 알고 싶은 것일까? 그도 아니라면 그저 글을 쓰는 행위 자체에 대한 미련일까?


여태껏 글을 쓰면서 나 자신에 대해 많이 이해하게 되었다.

누군가에게 상담을 받은 것도 아닌데 내 감정을 말로 글로 쏟아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라는 사람에 대해 더욱 이해하고 인정할 수 있었다.


글을 쓴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는 것도 맞지만

나에게 주는 영향이 제일 크다는 면에서 강력한 효과가 있다.  도파민의 흔적이 인상 깊은 나머지 무언가 계속 써 내려가야 한다는 압박이 생긴 것 같기도 하다.


언제부턴가 나에겐 글이 정의 소화제가 되었다.

풀리지 않은 채 엉켜있는 감정들이 글이라는 소화제의 힘을 통해 제자리를 찾기도 하고 불필요한 감정들은 힘껏 밀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요즈음은 글쓰기가 살짝 두려워졌다.

 자신보다 남을 더 의식하다 보니 글을 쓰고자 하는 의지도 목적도 조금은 흐려졌다. 그래서인지 안에 쌓인 감정 제때 나가지 못한 채 입구에서 꽉 막 웬만한 소화제도 잘 들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작정 쓰기로 한다.

그리고 새로운 처방이 나타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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