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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밥상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by 메이쩡

오늘은 무엇을 먹을까?

요즘 제일 자주 하는 생각이 아닐까 싶다.


남들은 매일 무얼 먹고살까?

나만 이런 걱정을 하는 걸까?


나 혼자 몸이었다면 잡히는 대로 먹고 생각나는 대로 먹었겠지만 이젠 나 혼자만을 위한 밥이 아니다.


하나를 떠올리면 또 아니 될 이유가 생각나고

요 근래 자주 먹었던 음식은 제외하게 되고

매운 것을 못 먹는 아이의 취향도 반영해야 하고

원재료 가격도 고려해야 하고

정말이지 매 한 끼 고민하는 것도 이렇게 어렵다니


문득 어렸을 때 엄마가 차려주신 밥상이 떠랐다.

특별한 반찬 하나 없이도 어찌나 맛이 있던지

추운 겨울 이불과 한 몸이 되었어도

엄마의 도마소리와 보글보글 찌개냄새에 이끌려

어느샌가 밥상에 코를 박고 먹었던 그때가


이젠 내가 엄마가 되고 보니 알겠다.

그때 엄마가 차려낸 그 소박한 밥상 역시

엄마의 수많은 생각과 노고가 담긴 작품이었다는 것을

내겐 매일 당연한 듯 마주했던 한 끼 식사가

엄마에겐 당연한 게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어느덧 내 머릿속 수많은 고민들이 매듭을 지으며

마치 회사의 기획안처럼 밥상 기획안을 펼쳐내고

내게 있어 가장 가까운 고객의 얼굴과 손짓을 살피면서

초조히 평가를 기다린다.


이렇게 세상엔 경험해 봐야 비로소 아는 것이 참 많다.

그중 하나가 엄마의 밥상이 아닐까?

오늘따라 문득 엄마의 음식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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