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낯선 감정
자려고 누웠는데 문득 아이가 묻는다.
"엄마, 설렌다는 게 뭐야?"
순간 기분 좋은 당황스러움이 밀려왔다.
"갑자기 그건 왜 물었어?
음...설렌다는 건 말이지, 무언가 원하고 좋아하는 게 있어서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은 것을 말하는 거야."
그러자 아이는 그 감정에 동의하듯 맞장구쳤다.
"그럼 엄마 나 설레는 것 같아.
나 빨리 내일이 와서 학교 가고 싶어."
아이의 말이 기특하고 대견스럽기만 했다.
아이의 졸업식은 엄마의 눈물로 시작되더니
아이의 입학식까지 엄마의 눈물로 이어졌다.
이유는 자세히 모르겠다.
그저 내 아이의 지난 과거가 기특했고
아이의 시작이 기쁘지만 한편으론 걱정도 되었다.
내 눈물도 그저 설렘의 또 다른 표현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아이는 그 누구보다 씩씩하게
졸업을 웃으며 맞이하고 입학 역시 설렘으로 맞이했다.
참으로 오랜만에 머릿속에 설렘이라는 단어를 띄웠다.
언제부터 내겐 시작이란 긴장되고 걱정되고 두려운 감정이었다. 이런 감정의 친구들과 적당히 거리를 두고 싶은 나머지 시작조차 멀리했다. 그 긴장과 걱정이라는 구간만 잘 뛰어넘으면 되는데 내겐 마치 높다란 뜀틀처럼 느껴져 발뒤꿈치조차 떼기 어려웠다.
'새로운 업무가 주어지면 잘할 수 있을까?'
'지금 이직하기는 쉽지 않겠지?'
나는 시작이 두려워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고
그저 내 입맛과 기호에 맞는 상황만 바라고 있었던 거다.
아이의 첫 입학, 설레어하며 잠 못 이루는 아이를 보면서
기쁘고 대견하고 나도 처음 느껴보는 감정들이 일었다.
그러면서 내 시작을 가만히 들여다보게 되었다.
내 시작은 왜 설레지 않았을까 왜 두려웠을까 생각해 보았다. 이유야 많겠지만 결론적으로 나도 느껴보고 싶었다.
그 시작이란 설렘의 감정을.
부모는 아이를 통해 성장한다고 했다.
그저 막연하고 눈에 잡히지 않는 감정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내가 그 감정을 지나치지 않고 머릿속에 움켜쥔 채
요리조리 생각해 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이거구나 싶다.
모쪼록 아이의 설렘이 꺼지지 않고 지속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