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 중에서
빈 그릇이지만 오래된 음식물이 말라붙어 있어 파리와 바퀴벌레가 들끓었다. 7, 8월의 숨 막히는 폭염에 비할 바는 아니라도 초봄부터 이어진 가뭄이 해갈되지 않은 6월 말의 더운 오후였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물그릇은 찾아볼 수 없었다. 개농장을 운영했었다는 누군가의 말이 떠올랐다.
"개들에게 물을 준 적이 없어요. 개농장의 개들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맹물을 마시지 못해요."
위의 글은 번식장, 개농장, 도살장, 보호소, 경매장에서 처리되는 개들에 관한 르포,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이란 책 내용 중 가장 잔인하지 않은 내용이다. 이 책에 나오는 개들의 삶은 매우 불편하고 고통스럽고 마주하기가 힘들어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이 후회될 정도이다. 유기견과 동물학대 문제는 전 세계에서 현재진행형이지만, 우리나라의 개들만이 겪는 독특한 구조의 악순환이 존재하는 이유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동물권을 입에 올리면 '먹고살만하니 동물 애호 어쩌고 떠드는 팔자 편한 사람'이란 타이틀을 얻게 된다. 그렇다면 '너는 개농장에서 개로 태어났으니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물을 먹을 필요는 없어'라는 결정은 먹고사는 것조차 어렵고 힘든 사람들이 한 것일까.
"굶어 죽는 사람도 있는데 개까지 신경 써야 되냐."
"그럼 개는 먹으면 안 되고 소랑 돼지는 먹어도 되냐, 걔네들은 안 불쌍하냐."
작가는 이 모든 조롱에 대해 날세우지 않고 감정적이지 않은 담담한 대답을 해주고 있어서 대단히 존경스럽다. 번식장과 개농장을 취재하며 그 광경을 목도한 사람으로서 그렇게 차분하게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나에게 수퍼파워가 없기 때문에 번식장과 개농장의 모든 개들, 오늘도 어딘가에서 누군가에게 학대당하고 있을 모든 개들을 구해올 수가 없다. 다만 이 책에 실려있는 불편한 진실, 마주한 이상 외면할 수는 없는 진실을 조금씩 전달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