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고 싶을 뿐
남편이 얼마 전 사업장을 남양주로 옮기게 되어 요 근래 경기도에 자주 가게 되었다. 남양주를 비롯 서울 근교 공장이나 창고를 가면 안쪽 마당에 어김없이 큰 개 한 마리가 묶여 있거나 견사에 갇혀 있다. 각자 사연이 모두 있겠지만 그중 상당수는 누군가가 키우다 '형편이 어려워져서, 너무 짖어서, 감당이 안 돼서,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들어서, 귀찮아져서, 개가 너무 커져서...' 개를 둘만한 공간이 있는 가족에게, 지인에게 보내진 경우가 많다.
남편 가게 뒤의 창고형 공장에도 말라뮤트 한 마리가 그렇게 살고 있다. 주말에 가끔 가보면 해질 무렵 하울링을 심하게 한다. 저렇게 하울링을 하다 이리로 쫓겨온 건가 싶기도 하다. 견사에 가보면 물도 있고 사료도 있고 잠자리도 마련되어 있어서 학대라 할 수는 없다. 내가 견사 안으로 손을 내밀면 얼른 쫓아와 손바닥에 머리를 착 갖다 댄다. 얼마 만에 누가 만져주는 것인지, 철창에 점점 밀착하면서 꼬리를 흔든다. 한때는 누군가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것이리라. 내가 자리를 떠도 낑낑거리지 않고 그냥 꼬리를 치면서 바라본다. '나 보러 또 올 거예요?' 그런 눈으로.
어떤 사람들은 유기견을 구조해서 사설 보호소에 집어넣잖아. 안락사 없고 밥 굶을 일 없으니까. 그런데 그게 다야? 그거면 충분해? ………. 우리 개들한테 물어봐 “너희 행복하니?” 행복하다면 왜 봉사자들이 올 때마다 얘들이 그렇게 흥분하고 지랄이야. 얘들이 원하는 건 딱 하나야. 이 수백마리 개들 중에서 자기한테 와 달라고. 이 많은 개들 중에서 자기를 쓰다듬어 달라고. 사람 손길 한번 받아보겠다고 견사 철창에 매달려서 서로 밀치고 밀리면서 난리법석을 치는 거야.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