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단발 Jul 24. 2022

목적을 상실하고 이미지를 얻다.

    

성황당 나무와 관련한 글을 쓰려고 했다. 아이패드를 펼치고, 핀터레스트에서 그럴싸한 나무 이미지를 찾기 시작했다. 그럴싸해 보이면서도 따라 그리기 쉬운 걸로 몇 개 골랐다. 따라 그리기는 전혀 쉽지 않았다. 모양도 모양이지만 색감은 신기하리만치 촌스러웠다. 분명히 보고 따라 하는 건데도, 내가 보고 있는 나무의 색을 찾을 수 없었다.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그려보면 영 어색했다. 핀터레스트를 닫고 유튜브를 열었다. 그리는 과정을 보고 하면 될 것 같았다. '나무 쉽게 그리는 법'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는 걸로 플레이하고 따라 해 보았다. 역시 실패했다. 


일곱 번 시도 일곱 번 실패. 


일곱 번 실패하고 알았다. 제대로 흉내라도 내려면 시간이 꽤 오래 걸리겠다는 걸. 그리고 나무 색감 찾기는 더 힘들겠다는 걸. 성황당 나무는 당분간 완성할 수 없다는 걸.


어차피 못 쓰게 된 거, 이것저것 눌러서 효과를 넣기 시작했다. 하도 많이 눌러서 어떤 효과를 얼마큼 넣었을 때 저런 색감이 나오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예뻐 보이는 것은 캡처해두고, 또 하고, 또 했다. 애초에 그리고 싶었던 성황당 나무 대신 4개의 이미지를 얻었다. 무익하지만 잠깐의 즐거움을 얻었다. 


이 상황을 가지고 어떤 의미를 끌어낼까 하다가 그만두기로 한다. 내가 처음 그렸던 나무처럼 어색하고 촌스러워질 것 같아서. 잠깐의 즐거움은 그것대로 남겨두어도 좋다.  

작가의 이전글 백수의 달리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