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a Story Nov 14. 2021

엘에이 하늘을 여는 그리피스파크

그리피스 대령 기부로 만들어진 주민 휴식처

“이 땅은 반드시 대중들, 서민, 그리고 평범한 사람이 휴식하는 곳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It must be made a place of rest and relaxation for the masses, a resort for the rank and file, for the plain people.


그리피스(Griffith) 대령은 공원 대지를 엘에이 시에 기증할 때, 위와 같은 조건을 내걸었다. 덕분에 엘에이 주민들은 이 엄청난 시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연중 각 학교 견학(Field Trip) 단골 장소로, 주말이면 엘에이 주민들이 가장 많이 오르는 산으로 사랑을 받고 있는 그리피스 파크와 천문대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휴식과 여유를, 그리고 재충전할 수 있는 기회를 무제한 제공한다. 이것이 단 한 사람의 기부에서 시작된 사실에 다시 한번 미국 기부 문화에 대한 존경심까지도 들게 한다.


그리피스 파크(Griffith Park)

1896년 웨일즈 출신 이민자, 그리피스 젠킨스 그리피스(Griffith Jenkins Griffith, 1850~1919) 대령이 총 4015에이커를 엘에이 시에 기부함으로써 그리피스 파크는 조성되기 시작했다. 

그리피스 파크는 엘에이 북쪽, 로즈 펠리즈(Los Feliz)라는 곳에 위치해 있다. I-5, CA-134 고속도로와 근접해 있어 엘에이 시민들이 찾기에 용이하다. 면적은 4210 에이커로, 미국 내에서 도심 공원으로는 가장 큰 규모이다. 산 밑 공원 안에는 포니를 탈 수 있는 트랙이 있고 공원 한 바퀴를 돌아 볼 수 있는 미니 기차도 운행한다. 어린이들이 놀 수 있는 놀이터도 마련되어 있어 매주 여러 생일 파티가 열리기도 한다. 주말이면 새벽부터 등산하는 사람들로 붐비며 특히 새해 벽두에는 한인 단체를 포함한 여러 단체들이 새해 해맞이 행사를 열기도 한다. 공원 북쪽으로는 승마 코스가 있어 말을 탄 사람들이 천문대 뒤쪽 산 정상에 오르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띈다.

공원 주변으로는 어린이들이 즐겨 찾는 엘에이 동물원(LA Zoo), 골프장, 트래블 타운 뮤지엄(Travel Town Museum), 원형 야외음악당인 그릭 극장(Greek Theatre), 그리고 오트리 내셔널 센터(Autry National Center-Museum of the American West)가 있다. 


 

그리피스 천문대(Griffith Observatory)

산 중턱에는 엘에이 도심 야경을 볼 수 있는 천문대가 자리잡고 있다.


  * 천문대 앞 광장

1935년 그리피스 파크 안에 들어선 천문대이다. 건축 양식은 아르 데코(Art Deco) 양식으로, 건축가 존 오스틴(John Austin)과 프레드릭 애쉴리(Frederick Ashley)가 공동 설계하였다. 해발 345.64에 위치한 천문대까지는 여러 등산로를 통해 올라갈 수도 있고 차로 올라갈 수 있다. 주차를 하고 천문대 건물 오른쪽으로 다가가니 제임스 딘 동상과 그 유명한 할리우드 사인이 눈에 들어온다. 그러고 보니 할리우드가 이곳에서 별로 멀지 않다. 천문대에 영화배우 동상이 있다는 게 다소 생소한데, 그건 제임스 딘이 출연했던 영화 <이유없는 반항>이 이곳에서 촬영되었기 때문이다. 이미 영화 <라라랜드>로 잘 알려진 곳인데, <터미네이터>에서 한때 캘리포니아 주지사였던 아놀드 슈왈츠제네거가 엘에이 시를 바라보았던 장면의 배경도 이곳이다. 그외 여러 영화 촬영지로 인기가 높은 곳이다. 천문대 앞 광장 한가운데는 코페르니쿠스, 갈릴레오를 포함한 여섯 명의 천문학 대가들이 조각되어 세워져 있는 하얀 탑이 서 있다. 제법 큰, 자신의 망원경을 들고 나온 사람들이 광장에 몇몇 보인다. 줄을 서서 그 망원경을 통해 달을 보면, 분화구까지 선명하게 볼 수 있다. 이들에게 이런 일은 취미이자 소소한 행복인 것 같다.

  * 천문대 1층과 2층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중앙에 우물 같은 곳에 사람들이 둘러서서 아래를 보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푸코의 진자(Foucault Pendulum)’가 튼튼한 줄에 매달려 움직이는 것을 보기 위해서인데, 이것은 지구가 자전하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는 설치물이다. 줄이 매달려 있는 천정을 바라보니, 중세풍 그림이 그려져 있다. 12개 별자리를 떠받치고 있는 아틀라스, 태양계 행성을 상징하는 머큐리, 주피터 등이 그려져 있다.

극장식으로 된 천문관(Samuel Oschin Planetarium)에서는 의자에 앉아 환상적인 우주 레이저 쇼를 감상할 수 있다. 모두 무료인 그리피스 파크에서 유일하게 입장료를 내야 하는 곳이다.

‘푸코의 진자’가 있는 중앙 홀 오른쪽 복도를 따라가면 달, 지구 자전, 일식과 월식, 계절 변화, 밤과 낮 등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모형들을 만들어 놓았다. 또한 각 원소를 넣어 전시해 놓아 방문자들이 실제로 광물처럼 생긴 원소를 볼 수 있게 하였다. 왼쪽 홀에는 별의 생성과 죽음 등을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전시물을 만날 수 있다.

2층 왼쪽 돔에는 12인치 망원경이 있어서 밤이 되면 그 망원경으로 행성을 보기 위해 방문자들은 길게 줄을 선다. 보통 1시간 이상은 기다려야 한다.


  * 천문대 지하 전시장

그리피스 천문대는 2002년부터 2006년까지 일반인들에게 문을 닫고 4년 동안 보수 확장 공사를 대대적으로 진행했다. 그 결과, 지하에 전시장이 생겨 우주에 관한 다양한 자료를 보고, 만지고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태양계를 모형으로 만들어 놓아 눈으로 보면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이곳은 2006년 새로 문을 연 곳으로, 건설 비용으로 약 1000억 달러가 들었다고 한다. 

입구에는 우주의 비밀을 밝혀내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한 아인슈타인이 의자에 앉아 있다. 방문객들은 옆에 앉아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한다. 천정에는 태양계 행성인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이 순서대로 전시돼 있다. 태양계에서 퇴출된 명왕성은 자리만 남겨둔 채 보이지 않는다. 밑에는 각 행성에 대한 자료와 사진이 있고 체중계가 하나씩 놓여 있다. 방문자들은 각각 다른 중력 속에서 자신의 몸무게가 얼마나 나가나 재어보곤 재밌어 한다. 체중이 알려질까 조바심 내는 사람들이 행성 ‘지구’에 놓인 체중계에 올라서지 않으려는 모습도 보인다.

전시장 옆에는 기념품 가게가 있고, 엘에이 도심과 눈앞에 펼쳐진 산을 감상하며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카페테리아가 있다.

사실 무료라고 하면 시설이나 볼거리가 변변치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이곳만큼은 아니다. 입장료를 주고도 흔쾌히 갈 의향이 있는 곳이다. 


천사의 도시를 바라보다

보통 도심을 벗어나 산으로 가는 것이지만 여기서는 ‘산으로 가기 위해 도심으로 들어간다’고 하는 게 맞다. 흔히 산에 오르면 시름을 잊고 욕심을 버리는 등 명상을 한다 하는데, 이곳에서는 그런 일반적인 생각과는 자못 다른 생각에 잠기게 된다. 그리피스 파크 산 정상에 올라서서 끝도 없이 펼쳐진 천사의 도시를 바라보노라면 이민자의 애달픔이 느껴진다. 미국 제2의 도시 엘에이. 이민자가 가장 많은 곳이어서 백인이 반도 채 되지 않는 곳. 화려한 할리우드와 부촌 베버리힐즈, 아름다운 해변과 산, 활발한 다운타운의 산업… 엘에이를 대표하는 것들을 이루기 위해 땀과 눈물 방울을 흘리는 민초들이 생각난다. 여행도 가지 못할 만큼의 재정 상태에 처한 사람들은 가까이에 있는 이 그리피스 파크에 와서 쉬고 즐기며 스스로 위로를 받는 것이다. 

그리피스 대령이 좋은 사람이었는지는 모르겠다. 사실 그는 술주정뱅이에다가 부인에게 두 번이나 총을 쏴서 감옥살이도 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민자였던 그가 남긴 ‘그리피스 파크’라는 유산은 그의 기부정신에 따라 민초들 휴식처가 되고 있음은 확실하다.


www.laparks.org/dos/parks/griffithpk

www.griffithobs.org

--------------------------------------

인근 할리우드(Hollywood)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유명한 세계 영화 중심지 할리우드가 바로 가까이에 있다.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리는 돌비극장(Dolby Theatre, 옛 코닥극장), 미국 유명 연예인을 밀랍인형으로 만들어 놓은 왁스 뮤지엄(Wax Museum), 스타들의 손과 발(사실 신발) 모양을 찍은 부조 등을 볼 수 있는 차이니즈 극장(Chinese Theatre), 각 분야 스타들 이름을 새겨 놓은 별 모양 블록이 깔린 명성의 거리(Walk of Fame)에는 연일 세계 각처에서 관광객들이 모여든다. 예전에는 마약의 거리로 악명 높았으나 지금은 할리우드-하이랜드 프로젝트(대형 쇼핑몰, 엔터테인먼트 센터 개장)로 거듭났다. 빨간색 2층 관광버스도 볼 수 있고 관광객에게 돈을 받고 사진을 함께 찍는 여러 영화 주인공들로 분한 사람들도 구경할 수 있는 활기가 넘치는 거리이다. 


작가의 이전글 캘리포니아 등뼈, 시에라 네바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