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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 Story Mar 20. 2022

생애 첫 마라톤 출전

LA 다저스 구장에서 열린 2022년 Big5 LA 5K 마라톤 대회

구름이 적당히 껴서 흐리고, 섭씨 20도가 채 되지 않아 뜀박질 하기 딱 좋은 날씨였다. 5km만 뛰기에는 날씨가 아까울 정도였다. 미국 서부 시간으로 2022년 3월 19일 토요일, 오늘 오전 8시에 Big5 LA 5K 마라톤이 엘에이 다저스 구장에서 열렸다. 나는 생애 첫 마라톤에 출전하게 된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달리기 경주를 해본 기억이 없다. 그래서 내가 얼마나 뛸 수 있는지 가늠하기 어려워 첫 마라톤 도전은 가볍게 5km 마라톤으로 정했다. 지난 여름부터 4개월 동안 친구들과 함께 다이어트를 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고, 뭐든 마음먹으면 할 수 있을 거 같은 자신감에 찼었다. 다이어트 끝날 때쯤 마라톤 공고를 보게 되어 용기를 내 등록했다.

사진 www.big5sportinggoods.com

인생이 계획대로 안 흘러간다는 건 경험으로 잘 알고 있는 바다. 이번에도 마라톤 참가를 포기해야 할 상황이 왔다. 마라톤 하루 전날인 어제 오후에 염증 제거 수술을 받았기 때문이다. 3주 전에 앉아 있기 불편해서 병원에 가서 검사하니, 염증이 생겨서 물혹 같은 게 생겼다고 한다. 항생제를 2주 동안 복용했는데 쑤신 거는 좀 덜해졌지만, 3cm 정도의 물혹 같은 것은 그닥 작아지지 않아서 산부인과 전문의를 만나게 되었다. 미국은 뭐든 느리다. 당연히 전문의를 만난 당일에 수술을 받는 일은 상식적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수술이 간단했기 때문인지, 난 그날 바로 수술을 받았다. 절개해서 염증을 제거하고 봉합하는 수술이었다. 의사는 마라톤을 뛰지 않는 게 좋겠다고 했다. 첫 마라톤 도전이 이렇게 끝나는 게 너무 아쉬워 기념으로 티셔츠(아식스 후원)와 번호판(bib)라도 받아야겠다는 생각에 아침에 집을 나섰다. 다저스 구장에 도착해 사람들을 따라 스타트라인 인근으로 가서 티셔츠와 번호표를 받았다. 그랬더니 뛰지 말고 그냥 걸어보자, 하는 마음이 생겼다. 유모차에 아기를 태운 젊은 부부들도 보이고 어린 아이들과 함께 참가한 가족들도 꽤 되었다. 부담없이 각자 속도(pace)대로 걸으면 된다. 5km면 천천히 1시간 20분 정도면 걷겠다 싶어, 출발 훨씬 넘은 시간에 그냥 걷기로 하고, 완보했다.


천천히 걸으면서 인생이 마라톤에 비유되는 이유를 다시 곱씹는다. 시작이 있고, 평탄한 길과 오르막길, 내리막길이 있으며, 끝남이 있다. 누군가가 같이 동행한다면 지루하지 않고 좀 더 즐겁게 갈 수 있고 격려해 주는 사람들이 있으면 지칠 때 좀 더 힘을 낼 수 있다. 봄 들꽃들도 감상하고, 엘에이 다운타운도 제법 가까이에서 조망하면서 마라톤을 걸었다.


피니쉬라인에 거의 들어올 찰나, 행사 관계자가 사진을 찍어준다. 통과하니, 목에 메달을 걸어주고, 바나나, 물, 에너지바 등을 나눠줬다. LA Marathon Heath & Fitness Expo도 열리고 있어서 여러 단체들의 부스도 많이 서 있었다. 그곳을 한 바퀴 돌면서 여러 샘플도 받고 경품 뺑뺑이도 돌렸다.


내일, 3월 20일은 LA 마라톤이 있는 날이다. 세계 마라토너들이 엘에이를 방문해 42.195km를 뛸 것이다. 경험하지 못한 일을 해보면 거기에서 파생되는 또 다른 무언가를 하게 된다. 지난 여름 생애 첫 다이어트를 했고, 그것으로써 마라톤을 뛸 생각도 했다. 체력을 더 키워 10k 마라톤, 하프 마라톤, 그리고 풀 마라톤까지 뛰어 보고 싶다.

인생에도 이렇게 명확한 화살표가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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