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노력해도 풀리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단단히 엉켜서 도무지 어디부터 풀어야 할지 모르는 바로 ‘인간관계’ 말입니다. 우리는 왜 힘든 관계를 되풀이하는 걸까요? 이 세계에서 무리 지어 살다 보면 필연적이기도 운명적이기도 한 만남이 꽤 있습니다. 사회생활이 호락호락하지 않아서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하고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과도 교류를 해야 합니다.
저는 인문학자이고 비교문학을 전공했습니다. 인간과 인간, 인간과 사회를 관찰하는 게 태생인지라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자꾸 눈에 밟히더군요, 특히 대학에서 오래 강의하면서 대학생들이 얼마나 학업과 사회생활의 불안감 속에 사는지 잘 알게 됐습니다. 국내 입학사정관 1기로서 부모교육상담과 입시컨설팅을 하다 보니, 엄마들의 말 못 할 애환과 어린 학생들의 목소리를 현장에서 경청하고 있습니다.
결국 인간관계입니다.
우리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 가장 갈등상황을 만드는 것. 소모적 인간관계와 안녕하고 내일을 밝게 사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나를 불편하게 하고 내 영혼을 갉아먹는데도 나는 왜 그 사람에게 여전히 시달릴까요? 가정, 직장, 학교, 모임 예외가 없습니다. 특히 우리가 가장 못하는 일, 거절 말입니다. 저는 이 책에서 손절이라는 강력한 단어로 쓰겠습니다. 손절은 날카로운 단절을 의미합니다. 그만큼 시달렸고 그만 시달렸으면 한다는 결연한 의미입니다. 그래도 어른답게 자존감은 지키고 상처는 최소화하면서 우아한 손절로 마무리한다면 금상첨화겠지요. 그래서 이 글은 인문과 심리 어느 경계에서 치유와 공감을 모색하는 글이 될 것 같습니다.
서툰 관계를 정리하고 유익한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 우리는 자신을 먼저 들여다봐야 합니다. 내 상황은 누구보다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자유로워지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알아도 막상 실천을 못하는 거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저도 예외가 아닙니다. 거미줄에 걸린 거미처럼 이런저런 상황에 얽매여서 옴짝달싹 못하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곤 합니다. 그놈의 정 때문에, 다음엔 안 그러겠지, 자신에겐 가혹하면서 남에겐 왜 이렇게 관대할까요?
저는 낮은 자존감의 정체를 낱낱이 밝히고 대면하기로 했습니다.
한마디로 손절을 우아하게 잘해보고 싶어졌습니다. 인생의 모든 쓴맛 뒤엔 '사람'이 있더군요. 그렇습니다. 주먹을 불끈 쥔다고 갑자기 모든 것을 바꿀 순 없지만, 하나씩 바꾸고 성장하는데 집중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인간은 무인도가 아닙니다. 혼자 힘으로 이 모든 것을 실천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저도 MBTI의 I형 인간이라 혼자 일하는 게 더 편하지만 요즘 이렇게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살아야겠다 싶으니까 많은 것들이 저를 변화시키더군요. 아무튼 우리를 안아주는 공동체 안에서 어떤 도움을 주고받고, 함께 살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심해야 할 때가 왔습니다.
긍정적으로 살아라, 따뜻한 시선으로 봐야 한다, 그런 모범적이고 말랑한 결론보다 먼저 실천하는 삶을 위해 살갗이 찢어져도 우리 내면을 먼저 파헤쳐 보려고 합니다. 불편한 자아와 마주하고 어떻게든 이겨내 보려고 할 때 눈물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기적도 일어날 테니까요. 저는 이 글을 읽어나갈 당신과 함께 자존감을 지키는 인간관계를 과감하게 탐험해보려 합니다. 그 길 끝에 Sat me free가 기다릴 거라는 희망을 품고 말입니다. 또한 우리는 손절을 하고 후폭풍을 감내하려면 단단하게 자신을 무장해야 합니다. 절대 흔들리지 않는 의연함으로 다시 태어날 당신을 위해 지금부터 달려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