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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정서재 Apr 24. 2023

빨간 구두의 댄스

_ 타인에게 조종당하다


그녀는 왜 벗질 않았나?

그녀는 왜 벗질 못했나?



동화 <빨간 구두>는 고아 소녀 카렌의 이야기이다. 후견인 할머니를 속이면서 몰래 신어버린 빨간 구두는, 화려함으로 그녀를 매혹시키고 계속 춤을 추게 만든다. 그녀는 벗을 수 있는 기회마저 놓치고 구두의 노예가 되어 끝없이 춤을 춘다. 빨간 구두는 그녀의 발을 더욱 잔인하게 옥죄어버리고 달콤하고 화려한 춤으로 유혹하며 절대 벗을 틈을 주지 않는다.



빨간 구두, 관계를 주도하는 자.

항상 끌려가는 사람은 유혹과 욕망에 취약하다.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올 타이밍을 놓치게 만다. 이 타이밍을 놓치면 스스로 구두를 벗을 확률은 줄어들 것이다. 결국 카렌이 발목을 자른 뒤에야 빨간 구두에게 해방된 것처럼 엄청난 희생을 치뤄야 겨우 벗어날 수 있게 된다. 빨간 구두 인간들은 우리의 나약함을 파고들어 몸과 마음을 통제하는 것이다.



Y와 H는 12살부터 같은 동네, 같은 학교를 다니면서 둘도 없는 친구로 지냈다. 여대생이 되고 각자 바쁘게 살다 보니 한때 소원해진 적도 있으나 결혼식 즈음에 만나 다시 잦은 교류를 하게 된다. Y은 형편이 힘든 가정환경 속에서 부지런히 자기 계발을 하며 살아왔다. 친오빠와 모교 근방에서 자취하며 웹디자인 회사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는 중이다. H는 평범한 가정에서 삼 남매 막내로 자랐고 국제통상학을 전공했으나 잠시 사무직에 근무하다 결혼 후 육아에 집중하고 있다.  



일단 문제 될 게 없어 보이는 안전한 관계처럼 보인다. 그녀들은 30대, 40대 점점 나이를 먹어간다. H는 습관처럼 Y의 소심한 성격과 그녀의 친구, 상사, 라이프 스타일 등을 끊임없이 지적한다.


"너 그 친구랑 영화 봤다면서? 취향이 이상하던데 넌 괜찮아?"

"너네 회사 요즘 이런 이슈 있더라. 넌 괜찮아?"

"옷 좀 잘입고 다녀. 그래야 남들이 우습게 안 봐. 내가 아는 매장 데려가 줄게."



어느새 자주 듣다 보니 Y도 H의 말이 다 일리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H는 자신만이 Y의 어려움을 아는 유일한 친구임을 강조하며, 아는 사람에게 부탁하여 Y을 IT회사 정직원 자리에 추천할 것처럼 말을 흘리곤 한다. H가 이런 말을 하는 것 자체부터 어딘가 이상하다. Y는 H가 오랜 친구이기도 하고, 자주 보는 유일한 친구라는 이유로 오래전부터 H의 존재를 크게 느껴왔다. 그래서 점점 불편해지는데도 불구하고 거절하지 못하고 도돌이표처럼 오늘도 그녀 앞에서 그 잔소리를 듣고 있는 중이다.     



"내 삶에 의미를 부여하며 주체적으로 살지 않는다면 다른 이가 내 인생에 의미를 부여해서 살게 될 것이다." 


엘든 테일러는 《무엇이 우리의 생각을 지배하는가》에서 주체적이지 못한 삶에 대해 따끔한 충고를 하고 있다. 자신의 본능과 욕망과 직관을 부정한 채 단지 타인을 기분 좋게 해 주려고, 또는 타인의 기분이 상할까 봐 아예 한마디도 못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혹은 갈등을 피하기 위해 남에게 자신을 맡기거나 스스의 의사표현을 포기한 경우도 있다.



가토 다이조는 '착한 아이'라는 예쁜 단어를 《착한 아이의 비극》에서 적나라하게 파헤친다. 그는 부모의 기분만 헤아리는 착한 아이들을 걱정한다. 부모에게 싫다는 표현조차 하지 못하고 큰 아이는 사회생할을 하면서 남들 눈치만 보며 트러블을 일으키지 않으려는 소심쟁이 어른이 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이런 어른은 지금의 관계가 잘못됐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절대 거부하지 못하고 질질 끌려다니는 여전히 착한 아이일 뿐이다.



일본 영화 <거절하지 못하는 여자>에 매우 다른 성격의 세 친구가 등장한다. 그중 리에코는 남자가 잠자리를 요구하면 도무지 거절할 말을 할 수 없어 항상 응하는 여성이다. 이런 불균형적인 남녀 관계는 하나의 예에 지나지 않는다. 친구, 이성, 가족, 상사 그 어떤 인간관계에서든 주도하는 자가 있기 마련이다. 물론 트러블을 피하거나 남의 의견을 경청하는 태도는 우리가 사회적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예의이기도 하니 기준은 분명히 있어야 한다.



하지만 자신의 내면을 황폐화하고 지나치게 손해를 보면서까지 유지시켜야 할 관계는 없다. "더 이상 이런 관계를 그만두겠다." 이 한마디를 못해서 속으로만 끙끙 앓다가 어느새 그 사람 앞에 서있는 자신을 또 발견한다면, 당신에게는 자기 경멸과 자책만이 남아버린다. 다른 사람의 기분만 살피고 자기 감정을 소진하다가, 되레 등골까지 빼먹힐 정도로 지쳐버리는 여성들에게 심리치료사 낸시 클리어는 정곡을 찌르며 묻는다.

                                        

"감정 소진이 극에 달한 당신은 도대체 누가 돌보는가?"  



물론 인간관계가 두렵거나 불안하고 초조할 수 있다. 하지만 타인의 평가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면서까지 스스로의 자존감을 무너뜨려서는 안 된다. 우리에게 최후로 남은 보루와도 같은 이 자존감은 반드시 사수해야 한다. 타인의 조종으로 살고 있지는 않은지, 이 굴레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용기를 내야 하는지 이제는 의식하고 결단해야 하는 때가 왔다.



 



※ 당신은 빨간 구두의 조종을 받고 있습니까?

√ YES

√ NO


※ 당신은 현재 상황을 바꾸길 원합니까?

√ YES

√ NO


※ 모두 'YES'를 체크한 당신에게 의외로 도움이 되는 tip 3


1_ 자존감을 무너뜨린 사람을 손절할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보세요.


2_ 나의 장점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노트에 2가지 이상 적어보세요.


3_ [책처방]  낸시 클리어, 《당신은 왜 나보다 남을 더 신경 쓸까?》(현암사,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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