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득 Oct 29. 2022

무시무시한 꿈

평소처럼 눈을 떴다. 아침이다. 밤새 뒤척였는지, 어제 쳐두었던 모기장이 제 모양을 잃고 뭉개져있었다.


눈 뜬 채로 누워있는데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든다. 현관문이 열려있다. 그 와중에도 현관문에 딸린 모기장은 잘 닫혀있었다. (원래 우리 집에는 현관문 모기장이 없다. 그러나 꿈이라는 의심은 들지 않았다.) 황급히 몸을 일으켰다. 평소에도 문을 열어놓고 자는지 생각해 보았다. 그럴 리가 없다. 절대로.


새가 알을 깨고 나오듯 모기장을 깨부수고 나왔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비닐 쓰레기들이 굴러다닌다. 평소에도 쓰레기를 제멋대로 버리는지 생각해 보았다. 아니다. 무단횡단은 가끔씩 하지만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진 않는다. 아주 가끔 빼고는. 게다가 여기는 내 집 아니던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


그리고 내 침대는 왜 이 모양인가? 벽에 붙어있던 침대가 사람 한 명 누울 수 있을 정도의 공간만큼, 벽과 떨어져 있었다. 그 틈 사이에는 또 비닐 쓰레기가.


몹시 언짢다. 무섭다. 누가 내 집에 왔다 갔나?


책장에는 핑크빛의 달력이 놓여있었다. 달력에는 사람 이름이 여럿 적혀있었다. 그중에 아는 사람은 없었다.


이해할 수 없는 낙서와 문장들. 기괴했다. 소름 끼치면서도, 글씨 진짜 못쓰는구나, 이런 생각 또한 들었다.


/


그 뒤로는 기억나지 않는다. 차라리 다행이다. 달갑지 않은 꿈었고, 좋은 꿈일지라도, 꿈속에서 사는 것보다야 현실이 훨씬 낫다.


무시무시했던 꿈 이야기, 끝.

작가의 이전글 말장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