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은 나.
이 글은 브런치 1위를 했던 브런치북 '10살 차이를 극복할 수 있을까'의 여자 주인공 '그녀'의 입장과 생각을 쓴 내용입니다. '그녀'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를 글로 정리하여 옮겨 썼습니다.
주말의 한적한 어느 날, 아이를 친정에 잠깐 맡기고 오랜만에 남편과 둘이서 밥을 먹으러 갔다.
가는 길에 남편이 할 말이 있다며 뜸을 들이는데, 남편이 이런 분위기를 풍기면 항상 뭔가 심각한 이야기 거나 중요한 이야기를 한다.
내가 인터넷에다 글을 썼는데
그 글을 보고 너무 좋다며 연락이 왔어!
남편은 블로그를 쓰기도 했고 뭔가 열심히 하기는 했는데 어떤 글을 보고 좋다는지 몰랐다.
브런치?
브런치에 몇 번이나 떨어져 씩씩 거렸었는데 작가가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그가 그걸 계속하고 있는지는 몰랐다.
응, 나 사실 브런치에서 1등 먹었어!
오? 뭐가 어떻게 된건지 궁금했다.
남편은 아침 일찍 출근하는 편인데 매일 일찍 출근해 브런치를 조금씩 썼단다. 대단하다 대단해.
사실 1등 한 지는 좀 됐는데
브런치에서 1등 했다고 하기엔
딱히 결과물이 없는 것 같아
이야기는 안 했는데 오늘 좋은 제안이
왔길래 이야기해본다는~
남편 성격상 1등 한 사실을 나에게 알리고 싶어 입이 간질간질했을 텐데 참았다니 대단하다.
남편은 퇴사 한 1년 동안 뭔가를 열심히 했는데 결국 브런치에서 1등을 했다는 소식을 들고 왔다. 그는 어떤 결과물을 가지고 나에게 이야기하고 싶다고 했지만 나는 1등 했다는 자체만으로 칭찬해주고 싶었다.
그걸 왜 이제야 이야기해!
이런 건 무조건 공유해야지~
잘했어 잘했어!!
남편은 나의 칭찬에 무척이나 기뻐했다.
브런치 자체를 하지 않던 나는 남편이 일등 했다는 소식을 듣고 브런치 앱을 다운로드하였고 남편의 글은 '오늘의 픽' 1위에, 그리고 '오늘의 작가'에 떠 있었다. 내 남편이 쓴 글이 1등이라니. 더군다나 나와의 이야기에 대해 쓴 글이 1등이라니. 감격스러웠다.
남편에게 왜 이야기를 빨리 해주지 않았냐고 물으니
아... 좀 부끄럽기도 하고,
여보가 나 놀릴까 봐...
그러면서 이 사실을 우리 주변 지인들에게는 이야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단다. 부끄럽다며. (이제는 내가 입이 간질간질할 차례인가?)
밥을 먹으며 잠시 남편이 쓴 글을 봤는데 내가 '그녀'라고 되어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녀'라니
ㅋㅋㅋㅋㅋㅋㅋ
내가 막 웃어대자 남편은
그럴 줄 알고
내가 얘기 안 하려고 했다니까....
나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아는 남편은 역시나 내가 놀려댄다며 시무룩해져 있다.
처음 만나는 장면부터 시작하는데
호칭도 애칭도 없었으니 '그녀'라고 한 거라고...
내용상 나를 처음 만나는데 애칭을 정하기도 호칭을 정하기도 애매하기도 하다.
그건 그러네
그래도 나는 계속 남편을 놀려댔다. (지금도 웃기다 ㅋㅋㅋ 오글오글)
그날 저녁 나는 아이를 재우고 남편이 욕조에서 목욕을 하는 사이 그가 쓴 브런치를 모조리 다 읽었다.
남편은 우리가 만난 이야기를 쓴 1편 외에도 우리의 결혼생활을 이야기하는 2편까지 쓰고 있었다.
내가 누군가의 이야기에 주인공이 된다는 건 참 뿌듯한 일이다.
육아에 찌들어 '나'를 잊고 살고 있었는데 결혼 전의 내가 어땠는지, 그 시절의 느낌들이 떠올라 '아... 나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지'라는 생각도 들고 남편이 나를 생각하며 이 글을 썼다는 게 뿌듯했다. 남편에게 다시 프로포즈를 받는 듯한 느낌이었다.
우리가 이렇게 부부가 되었구나 하며 회상을 하기도 했고 다시금 남편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또 남편이 내가 육아로 힘든 걸 아는구나, 평소에 고생 많이 한다고 이야기했지만 정말 진심이었구나 싶어 눈물이 많이 났다. 남편이 이 글을 나에게 보이려고 쓴 글이 아니었기에, 나에게는 1위 해서도 알리지 않고 비밀로 했기에 더 그의 진심이 느껴졌다.
한참 눈물을 흘리며 보고 있는데 목욕을 마친 남편이 들어왔다.
울고 있는 나를 보며 남편은 당황하여 왜 그러냐고 묻는다. 나는 아니라고 둘러댔다. 남편은 내 옆에 누워 나를 안아 준다.
혹시 브런치 글 봤어?
그것 때문에 울고 있었구만.
그거 보다가 눈물이 났어
남편은 내 생각을 너무 궁금해했다.
글 잘 썼더라~
나는 글 솜씨가 없는데 대단해~!
남편은 그동안 입이 간질간질해서 많이 참아왔을 텐데 자신이 쓴 글에 대해 나에게 이것저것 물어봤다.
어느 편이 제일 재밌었어?
어느 편이 좀 감동적이야?
마음에 안 드는 내용은 없었어?
폭풍 질문을 한다. 그리고 나의 칭찬을 기다리는 듯했다. 생각나는 몇가지에 대해 이야기 해줬다.
이 날은 좀 피곤해서 얼른 자고 싶었다.
다음날 저녁, 퇴근하고 온 남편이 오늘 야식 한번 먹자고 했다.
우리 부부는 일주일에 한두 번은 야식을 꼭 먹는데 유일하게 우리가 마주 앉아 조용히 이야기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내가 쓴 글 말이야,
거기에 반대되는 여보의 입장에서
써보면 어때?
나는 글솜씨가 없을 뿐 더러 사실 육아하느라 글을 쓸 시간도 없다.
글은 내가 대신 써줄게,
여보는 내가 쓴 글 한편 한편 보면서
자신의 입장과 생각들을 이야기해 줘.
녹음해서 그걸 글로 쓸게!
음, 뭐 그거면 오케이.
나는 남편이 쓴 '10살 차이를 극복할 수 있을까' 1편부터 다시 읽으며 나의 생각과 나의 입장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실 나는 연상이랑 결혼하고 싶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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