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빠 같은 사람과 결혼할 거야

그런데 세상에 그런 사람이 없네.

by 동동몬

앞선 이야기


이 글은 브런치 1위를 했던 브런치북 '10살 차이를 극복할 수 있을까'의 여자 주인공 '그녀'의 입장과 생각을 쓴 내용입니다. '그녀'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를 글로 정리하여 옮겨 썼습니다.


나의 부모님은 금슬이 정말 좋다.

두 분은 동갑에, 스물여섯 살 어리다면 어린 나이에 결혼하여 여전히 또래의 부모님에 비해 젊은 편이다.


아빠는 굉장히 성실한 사람이다.

내가 막 태어났을 당시, 회사와 가게를 평행하며 하루 4시간만 자며 일을 했고 단 한 번도 쉬지 않았다. 엄마는 아빠가 가족이랑도 좀 시간을 보내도록 하루 정도는 쉬어라고 했지만 당시에 장사가 정말 잘 되었던 아빠는 절대 쉴 수가 없었다고 한다. 엄마는 이 이야기를 두고두고 하지만 아빠는 다시 돌아가더라도 일을 했을 것 같다. 그런 아빠의 노력 덕분에 처음에 굉장히 가파른 오르막에 위치한 좁은 빌라에 살다 이후엔 항상 새 아파트에 집 평수를 늘려가며 살아왔다.


아빠 하면 떠올르는 단어는 '희생'이다.

언제나 아빠는 가족을 위해 희생했다. 아빠는 하루 4시간을 자면서도 틈 날 때마다 우리와 함께 놀아주었다. 나와 동생이 20대가 된 지금도 늘 아빠는 딸들을 데려다주고 데리러 온다. '아빠는 참 체력이 좋구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건 체력이라기보다는 아빠의 마음인 것 같다. 아빠는 언제나 추억을 많이 쌓지 못해 아쉬워하지만 나의 기억 속엔 가족과 함께한 추억들이 꽤 많다. 아마 아빠는 더 함께 해주지 못해 아쉽고 미안한 마음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


엄마는 애교가 많고 유머러스하다.

그래서 항상 집이 시끌벅적 즐겁다. 모든 경제권은 엄마에게 있으며 엄마는 아빠가 벌어온 돈으로 우리 집을 알뜰살뜰 잘 꾸려왔다. 그런 엄마 덕분에 우리는 늘 부족함 없이 자라왔다. 아빠는 말이 없는 사람인데 엄마는 워낙 재밌다 보니 엄마는 아빠를 조금 답답해한다. 반대로 아빠는 엄마 옆에 있으면 늘 즐거워 보인다. 말이 없는 사람은 말이 많은 사람 옆에 있으면 긍정적인 기운을 받는다고 할까? 아빠는 엄마와 있을 때 가장 즐거워 보인다.


그래서인지 아빠는 항상 엄마 옆에 붙어있으려고 한다.

엄마가 모임이 있으면 늘 아빠가 데려다주고 데리고 오지만 가끔은 그 모임에 끼어있기도 한다. 한번은 엄마가 모임으로 제주도에 갔는데 엄마가 돌아오는 날 아침, 아빠가 갑자기 비행기표를 사서 엄마가 있는 제주도에 날아갔다가 엄마랑 같이 돌아오는 경우도 있었다. 다행히도 엄마의 지인들은 아빠를 좋아하고 아빠의 그런 모습을 조금 부러워하는 눈치다. 정말 아빠는 엄마 껌딱지다.


어릴 때 가끔은 아빠가 왜 엄마랑 결혼했지? 하는 생각도 했다.

내 눈엔 아빠가 엄마한테 너무 당하고 산다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언젠가 엄마에게 늘 참고 사는 아빠가 안타깝다는 뉘앙스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엄마는


너희에게는 그렇게 보일지 몰라도
우리가 잘 지내는 건 서로 손뼉이 잘 맞아서 그런 거야


엄마도 나름 참고 사는 부분이 있다나 뭐라나.

정말 그런 것인지 아빠는 엄마에게 불만이 있어보이지는 않다. 지금까지도 두 분이 다투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아, 딱 한번 나의 문제로 다투는 걸 보긴 했지만 두 분은 늘 화목하고 연애하듯, 소꿉놀이하듯 사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유치원 때부터 '일찍 결혼할 거야'라는 말을 달고 살았다.


나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얼른 결혼해서
엄마, 아빠처럼 살거야


딱 이 마음으로.

엄마가 아빠가 결혼한 스물여섯 전후로 결혼하겠다고 늘 얘기하고 다녔다.


또, '아빠 같은 사람과 결혼할 거야'라고 생각했다.

그런 나에게 엄마는 항상 이야기했다.


세상에 아빠 같은 사람은 별로 없어~
남자의 기준을 '아빠 같은 사람'으로 둬서는 안 돼


나도 어린 나이부터 이런저런 연애를 했기에 이런 엄마의 말이 무슨 말인지 잘 알 수 있었다.

정말 아빠 같은 사람을 만나기는 힘들었다. 그러다 보니 '아빠 같은 사람'에서 나와 재밌게 살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싶었다.


부모님이 동갑이다 보니 나는 동갑과 결혼해야지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대부분의 연애를 동갑과 했지만 그중에도 연상의 남자를 몇 번 만나봤는데 좋은 기억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더 동갑과 결혼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런 생각을 하던 나에게 10살 많은 사람이 나타났다.

나는 그전에까지만 해도 30대의 이성을 만난 적이 없었다. 더군다나 이 사람은 처음부터 결혼하자고 한다. 연애를 시작한 것도 아니고 내가 호감을 가지기도 전인데 결혼부터 하자고 한다. 이상한 사람이다.


이때가 스물여섯살이 되기 바로 한 달 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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