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다섯인데 아직 결혼을 안 했다니?

분명 문제 있는 사람일 거야...

by 동동몬

앞선 이야기


이 글은 브런치 1위를 했던 브런치북 '10살 차이를 극복할 수 있을까'의 여자 주인공 '그녀'의 입장과 생각을 쓴 내용입니다. '그녀'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를 글로 정리하여 옮겨 썼습니다.


역시 나의 촉은 맞았다.


오리궁둥이(이하 오궁)로부터 카톡이 왔다.

아까 내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더니 그 번호를 저장하니 카톡이 나왔단다. (그럴 줄 알았다고요~)

그래도 일단은 모른 척.


카톡 확인을 이제 하게 되었는데 누구신가요?
혹시 아까 택배 맡겼던 분이신가요~? 제가 너무 늦게 확인했네요


네 아까 그 사람입니다 ㅎㅎ 처음 와서 정신없었죠?


저 대타로 온 지 오래됐어요... 하하


이 알바를 한지가 1년이 넘었는데 무슨 소린가...?

그는 나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사실 한달에 한번 정도 가고 워낙 조용히 앉아있었으니 모를 수도 있겠다 싶다. 오궁과 몇 마디 대화 후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니 그로부터 카톡이 와있었다. 오전 7시였는데 그는 출근하는 길이라고 했다. (그의

집에서 회사까지는 도보로 15분 거리) 이렇게 빨리?? 꽤 성실한 사람인 것 같았다.


출근을 하니 책상 위에 두유와 견과류가 올려져 있었다.

그가 놔둔 거라고 카톡이 왔다. 그날도 나는 2G 폰을 가져갔지만 PC 카톡으로 오궁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오궁의 이름을 사내 메신저에서 찾아보니 해외 소속으로 되어 있었다. 어쩐지 1년 동안 일하면서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었다.


오궁이 나에게 몇 살이냐고 물어본다.


25살이에요!


나도 몇 살이냐고 물으니 그가 자신의 나이를 맞혀보란다


서른... 하나?


오 그렇게 보여요? 고마워요


뭐지... 그거 보다 나이가 많다는 뜻인 것 같은데...?


서른다섯이에요


나랑 10살 차이라고??


헐...

정말 '헐'이라는 말 밖에는 안 나왔다.


나는 서른 중반까지 결혼을 안하면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성격에 문제가 있거나, 외모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환경적인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나는 그때까지 30대를 만나본 적이 없었고(연애) 주변에 30대 지인도 없었기에 30대가 어떤지를 잘 몰랐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어이없는 생각이지만(그때 20대였던 지인들이 지금은 대부분 30대다) 그 당시에는 그랬다. 그래서 오궁도 어딘가 문제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오궁은 나를 밖에서 만나고 싶어 했다.

집도 서로 가까운 곳에 있으니 그 가장 중간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보기로 했다. 그날 오궁 야구모자에 두꺼운 스포츠 브랜드의 다운파카를 입고 왔다. 나한테 관심 있어 보이더니 옷을 굉장히 편안하게 입고 왔네? (뭔가 단정하게 입고 올 줄 알았지만 음... 세대차인가 싶기도 하고)


그는 나와 이야기할 때 꽤나 상기된 표정이었다.

어쩔 줄 몰라하는 태도와 말투, 이런 그의 행동에서 나를 많이 좋아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그가 아무리 나를 좋아해도 10살 차이는 너무 크다. 지금까지 연애를 쭉 해오면서 항상 생각한 건 '동갑과 결혼해야지'였고 연상과의 연애는 항상 끝이 안 좋았다. 그룬데 무려 10살이나 많다니? 심지어 그는 해외 소속이라 언제 그 나라로 돌아갈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내가 아무리 26~28살에 결혼하고 싶다 해도(곧 26살이 다 되어갔다) 10살 많은 사람과 해외에서 산다?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더군다나 내가 준비하는 건 공무원 시험이었는데 만약 그와 연애를 시작한다면 시험에 합격해도 소용없는 것 아닌가.


오궁은 매일 나에게 연락이 왔다.

메시지를 보내고 전화도 오고 만나고도 싶어 했다. 나쁜 사람은 아니었고 무엇보다 그의 이야기가 꽤나 흥미진진했다. 그가 해외에서 살아온 이야기, 여행했던 이야기, 그의 대학생활 등등 많은 이야기들이 나는 경험해 보지 못했던 것들이었기에 그와의 이야기에 빨려 들어갔다. 그가 서른다섯이라고 했을 때 조금 충격이었고 결혼하지 않은 것에 대해 어딘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었지만 그와의 이야기를 통해 느낀 건


이 사람은 참 바쁘게 열심히 살았구나...
해외에서도 여기저기 옮겨 다니면서 일했기에
지금까지 결혼할 사람을 만나지 못했거나
타이밍이 맞지 않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실하고 열심히 산 사람은 확실했다.


오궁을 세 번째 만나는 날이었다.

카페를 갔다가 동네를 한 바퀴 돌자고 했다. 저녁이라 주변은 어둑어둑했고 한참을 걷다가 벤치가 보이자 그가 잠시 앉자고 했다.


그는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지만 한참 뜸을 들였다.

나란히 앉아있었는데 그는 나를 향해 몸을 돌리고 있었고 몇 번 눈이 마주쳤다. 벤치에 앉고난 뒤 20분 정도 지났을까? 그가 드디어 결심한 듯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이야기했다.


널 많이 좋아하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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