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살 차 아저씨의 선물공세

쉬지 않고 선물을 준비하시네요

by 동동몬

앞선 이야기


이 글은 브런치 1위를 했던 브런치북 '10살 차이를 극복할 수 있을까'의 여자 주인공 '그녀'의 입장과 생각을 쓴 내용입니다. '그녀'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를 글로 정리하여 옮겨 썼습니다.


이런 순간이 올 줄 알았다.


지금까지 만났던 사람들 대부분이 세 번째 만날 때 고백을 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오궁 또한 세 번째 만남에서 고백을 했다. 어쩌면 나는 이 순간을 미리 예상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가 나에게 만나자고 이야기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도 미리 생각해 두었다.


그가 나를 좋아하는 마음은 잘 알겠다.

겨우 세 번 만났지만 주고받은 메시지, 전화통화, 만나서 한 이야기들을 들어보면 참 좋은 사람이다. 그러나 나이가 너무 많다. 10살 차이라니? 정말 상상도 못 해본 나이 차이다.


이 사람과 만나게 된다면 당장 결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30대 중반, 그리고 12월이었기에 당장 다음 달에 그는 서른여섯이 된다. 부담감이 너무 컸다. 나를 좋아해 주고 아껴주는 사람을 만나고 싶지만 나이가 나이인 만큼 결혼에 대한 마음이 급할 텐데 나야 연애를 할 수 있고 또 헤어질 수 있지만 이 사람은 연애로 끝내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 사람의 인생을 낭비하게 하거나 피해를 주고 싶지 않기 때문에 아예 시작을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래서 이 사람과 '절대' 시작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물론 내가 혼자 김칫국을 마시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김칫국은 아니었다.

그의 행동과 말투를 보면 당장이라도 결혼하자고 할 기세였다. 그와 이야기를 해보고 행동을 봐도 정말 나를 좋아하고 위한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서 그를 밀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고백에 나는 대답했다.


저는 공부와 연애를 병행하지 못해요...


실제로도 내가 두 가지를 하지 못하는 성격이기도 하지만 모진 말로 그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는 않았다.


그럼 시험 끝나고 다시 이야기할게


그는 물러서는 것 같으면서도 물러나지 않았다.

대신 질척거리지도 않았다.


그날 이후 나는 오궁을 멀리하려 했다.

카톡이 와도 세 시간 뒤에 답장을 보내거나 내용을 대충 보내거나. 그를 밀어내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너무나 적극적이었다. 내가 그렇게나 밀어내는대도 그는 자존심을 세우지 않았다. 직진도 이런 직진이 없었다.


그 후 그는 해외여행을 두 차례 다녀왔다.

해외여행을 다녀오면 그는 항상 나를 만나려고 했다. 만나지 않으려 이리저리 둘러대니 그는 내가 사는 아파트 경비실에 나에게 줄 선물을 맡겨놨다며 찾아가라고 했다. Canon 음원이 나오는 오르골과 내가 좋아할 만한 간식거리가 잔뜩 있었다.


오궁이 두 번째 여행을 다녀온 후 또 만나자고 했다.

피하고 싶었지만 착하고 좋은 사람인데 마음에 상처를 줄것 같아 알겠다고 했다. 그는 내가 평소에 초콜릿을 좋아하는 걸 알고 있었는데 그 여행에서는 초콜릿을 정말 잔뜩 사 왔다. 그것도 비싼 GODIVA 초콜릿을 종이가방에 가득 담아 왔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왔다.

그는 역시나 나를 만나려고 했다. 나는 크리스마스는 항상 가족과 함께 보낸다. 바닷가에 놀러 가 장어구이도 먹고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집에 오니 밤 10시였다. 그는 다음날 해외 본사에 잠시 돌아가야 했기에 나를 꼭 만나고 싶어 했지만 시간이 너무 늦어서 만날수 없었기에 경비실에 선물을 맡겨놓고 간다고 했다.


집에 가서 선물을 확인해 보니 LUSH 선물세트였다.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나는 선물상자에 이런저런 제품들이 들어있었고 그중에 내가 평소에 쓰는 것도 있었다. 마침 다 떨어져 가는데 어떻게 알고 선물을 해줬는지 싶었다. 그리고 최근에 나왔다는 구하기 힘든 '인절미 꼬북칩'까지 두 봉지 넣어뒀다. 안 그래도 궁금했는데 그걸 어떻게 알고 사뒀다.


새해가 된 1월 1일.

그에게서 또 연락이 왔다.(매일 연락은 왔다) 그는 새해가 되었으니 보자고 했지만 나는 가족과의 일정이 있어 저녁에야 볼 수 있었다. 스타벅스에서 만나 이야기를 조금 나누고 그가 나를 집에 데려다줬다. 그리고 아까부터 들고 있던 종이가방을 건넸다. 나는 받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2주간 도대체 선물을 얼마나 준건지... 받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이 선물을 받으면 그의 마음을 받아준다고 생각했기에 절대 받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안 받을래요


나는 손을 뒤로 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가 당황하며 괜찮다고 받으라고 했지만 나는 절대 받지 않으려고 했다. 그렇게 그와 실랑이를 벌이다 나의 손을 덥석 잡더니 선물을 건네주고 도망가버렸다.


예쁘게 포장된 Jo MALONE 향수였다.

'Happy New year'이라는 내용과 함께 선을 넘지 않은 그의 마음을 포스트잇에 손글씨로 써져 있었다. 글씨가 참 못났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손 편지를 써주다니 좀 감동이었다. 나를 이렇게까지 좋아하나 싶다.


어쨌든 선물을 받았으니 고맙다는 카톡을 보냈다. 그에게서 답장이 왔다.


선물을 받아달라고 애원한 건 처음이야


그의 마음은 정말 고마웠지만 나는 다음에는 선물을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동생이 내 방으로 슬그머니 들어왔다.

항상 내 방을 염탐하는 닝겐(人间). 오늘도 레이더를 켜고 내 방을 둘러본다. 내방에 새로운 뭔가가 생기면 꼭 찾아낸다. 오궁이 준 선물은 옷장 안 깊숙이 숨겨놨는데 그놈의 레이더가 제대로 찾아냈다. 뭐냐 넌? 개코냐 탐지견이야?


이건 뭐지~? 너 돈으로 LUSH 선물세트를 살리는 없는데~


공부한다고 독서실, 집만 다니는 내가 시내에 나갈 리 없는 걸 아는 닝겐... 눈치도 빨라요.

LUSH 뿐만 아니라 그가 나에게 잔뜩 사 준 GODIVA 초콜릿까지 찾아냈다. 동생은 눈이 동그래지더니 초콜릿을 꺼내 와작와작 씹으며 이야기 했다.


자, 이실직고해 보시지?


그때 말했던 오리궁둥이 말이야.


아, 그 10살 차이 난다던?


"GODIVA중에서도 이건 한국에 없는건데 맛있네" 와작와작


응, 그 사람이 줬어


너 많이 좋아하나 보다~


엉... 그런데 좀 부담스러워


널 그렇게 좋아하는데 만나볼 수 있는 거 아닌가?

"뭔 초콜릿이 종류가 이리도 많데? 이것도 먹어봐야지" 우걱우걱


그 사람의 마음을 허락하는 순간,
바로 결혼해야 될 것 같단 말이지


나이 차이가 어때서?
나는 별로 문제 될 거 없을 것 같은데?


그래도 10살 차는 아닌 듯...


동생은 나이 차이는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고 이야기하지만 나의 경험상 연상과의 연애는 끝이 좋지 않았다. 그리고 10살 차이는 너무 심하다...


사실 그것외에도 고민되는 것이 있었으니,


그가 이혼 가정에서 자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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