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뜩 화가 난 그의 엉덩이

그것밖에 기억이 안 난다

by 동동몬

앞선 이야기


이 글은 브런치 1위를 했던 브런치북 '10살 차이를 극복할 수 있을까'의 여자 주인공 '그녀'의 입장과 생각을 쓴 내용입니다. '그녀'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를 글로 정리하여 옮겨 썼습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공시생이 되어 시험공부를 시작했다.

부모님은 나의 용돈을 끊었고 시험에 전념하라고 하셨다. 그런데 나도 돈이 필요하니 아르바이트를 해야겠다 싶었고 독서실에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해 낮에는 공부를 하다 오후부터 독서실 입구 데스크에 앉아 밤까지 공부를 하며 돈을 벌었다.


그러다 동네에 낮시간동안 앉아서 일하며 공부도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 자리가 있었다.

회사 1층의 리셉션 데스크에서 일하는 직원분이 휴가를 가면 그 사람을 대신해 하루, 이틀 정도만 일하면 됐고 페이가 생각보다 세서 꿀알바였다. 그렇게 한 달에 한번 정도 하루, 이틀 그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약 1년이 지난 어느 겨울, 여느 때처럼 데스크에 앉아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뽀각뽀각


야구모자를 쓰고 완전 빨간 것도 아닌 워싱이 된 라운드 맨투맨 티셔츠를 입은 남자분이었다.

내가 있는 데스크 쪽으로 오길래 일어나 인사를 했더니


예전에 있던 사람 그만뒀어요?


아니에요 휴가 가셨어요!


아 그렇군요. 무슨 공부해요?


책상 위에 펼쳐진 책을 보더니 묻는다


아... 제가 시험준비를 하고 있어서...
경제학 공부 중이에요!


그러더니 서류 봉투 하나를 받고 갔다.


돌아가는데 또 뽀각뽀각 슬리퍼 소리를 시끄럽게 내며 걸어간다.

그런데 엉덩이가 꽤 눈에 띈다.


오... 힙업(Hip up)이 장난 아닌데...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렇게 몇 분이 지났는데 다시 뽀각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아까 그분이다. 아까 내가 준 서류 봉투를 다시 들고 와 택배 아저씨가 오면 전달해 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에게 초콜릿 과자 두 개를 줬다.


와~ 감사합니다!


사실 그 전에도 다른 직원분들이 먹을거리는 많이 줬다.


아, 택배 아저씨가 오시면 제 폰으로 전화 좀 주세요


라며 번호를 남겼다.


그리고 다시 뽀각뽀각 슬리퍼 소리를 내며 돌아갔다.


음... 오리궁둥이인가...? ㅋㅋㅋ


혼자 키득거렸다.


택배 아저씨가 왔고 나는 오궁(오리궁둥이)에게 전화를 해야 했다.

내가 앉은 책상엔 회사 전화기가 있었지만 왜인지 내 휴대폰으로 전화하고 싶었다. (엉덩이 때문이 아니다!! 좀 눈에 띄긴 했지만...) 내 폰으로 오궁에게 전화를 걸었다.


택배 아저씨 오셨어요!!


당시 나는 공부에 집중하기 위해 스마트폰은 집에 두고 2G 폰을 들고 다녔고 밤에 집에 가서 유심칩을 바꿔 메시지들을 확인했다. 그날은 퇴근 후 독서실로 직행이었고 독서실이 끝나고 9시쯤 집으로 갔다. 내가 집으로 들어가자 동생이


고생했구먼


동생이랑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인데 그날도 동생이 나를 따라 내 방으로 들어왔다.


오늘 말이지, 회사에서 오리궁둥이를 만났는데
나한테 택배 아저씨가 오면 전화를 해달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내 폰으로 전화를 했는데 왠지 카톡이 와있을 것 같아


유심칩을 스마트폰으로 갈아 끼우며 말했다.


ㅋㅋㅋㅋㅋㅋ 미쳤나봐~
착각은 자유~


스마튼 폰을 켜자 아무 반응이 없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것 봐라~
오기는 뭐가 오냐 ㅋㅋㅋㅋ


분명히 올 것 같은데...


뻘쭘해하고 있는 찰나,


카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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