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을 바꿔버린 그와의 첫 여행

정말 생각지도 못한 일이...

by 동동몬

앞선 이야기


이 글은 브런치 1위를 했던 브런치북 '10살 차이를 극복할 수 있을까'의 여자 주인공 '그녀'의 입장과 생각을 쓴 내용입니다. '그녀'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를 글로 정리하여 옮겨 썼습니다.


완연한 봄날, 오궁과의 첫 번째 여행.

그는 꽤나 상기되어 있는 모습이었다. 그는 한 달 전부터 열심히 여행 계획을 짰고 나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며 근교의 바다가 보이는 리조트를 예약했다. 여행지에 도착하여 그와 신나게 사진을 찍었고 맛있는 것도 먹고 오후가 되어 체크인 시간에 맞춰 리조트에 들어갔다.


체크인 후 방에 짐을 두고 우리는 수영장에 갔다.

나와 오궁은 주로 사진을 찍었고 수영장에는 들어갔으나 수영은 하지 않았다. (화장 지워질까 봐... 부들부들) 그리고 썬베드에 누워 조금 쉬고 있었는데 오궁은 기분이 안 좋은 건지 아니면 뭔가를 생각하는 건지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왜 저렇게 기분이 안 좋나...? 멍~~~ 표정이 계속 좋지 않아 보였다.


해가 뉘엿뉘엿 질 때쯤 방으로 들어갔고 자신은 샤워를 금방 한다며 먼저 하겠다고 했다.

그는 정말 빨리 샤워를 했고 내 차례가 되어 샤워실에 들어가 물을 틀었는데 뜨거운 물이 안 나왔다. 어라? 이상하네... 왜 안 나오지? 그를 불러 도움을 청했다. 그런데 그가 대답이 없다. 다시 한번 불러도 대답이 없다. 문을 살짝 열고 나오니 그가 잠시 밖에 나갔다 들어왔는지 문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오빠, 뜨거운 물이 안 나와!

그래? 잠시만~


그가 들어와서 뜨거운 물이 나오도록 해주었다.

알고 보니 내가 반대방향으로 돌리고 있었다. 어쩐지 더 차가워지더라...(그 샤워기가 이상했어!)


샤워 후 우리는 저녁거리를 사러 나갔다.

리조트는 꽤나 안쪽에 있어서 멀리 먹거리를 사러 나가야 했는데 가는 길에 횟집이 있어 회를 사고 마트에 가서 간식거리들을 좀 더 사 왔다. 숙소에는 두 개의 테이블이 있었다. 하나는 높은 바텐 의자가 있는 아일랜드 식탁이었고 다른 하나는 소파 테이블이었다. 우리는 우선 아일랜드 식탁에서 회와 와인을 마시기로 했다. 그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회를 먹었는데 하... 회가 진짜 맛이 없었다. 무슨 회였는지 가시가 너무 많고 역대 먹어본 회 중에 가장 최악이었다. 그건 그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맛없으니까 그만 먹고 2차를 하자고 했다.

입을 제대로 헹구고 먹는 게 좋을 것 같으니 양치를 하자!


그가 먼저 양치를 했고 내가 양치를 하러 화장실에 들어갔다. 치카치카 포카포카

양치를 하고 나왔는데 소파와 테이블 위에 먹거리들이 세팅되어 있었고 못 보던 게 있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초콜릿 케이크였다.


짜잔~~


오잉? 언제 준비했어?


겉으로 봐도 꽤나 꾸덕해 보이는 초콜릿케이크였다.


리조트로 주문했지요~
나름 벨기에산 초콜릿이야!


맛있겠다~~~


나는 흥분된 마음으로 소파에 앉아 초콜릿케이크를 이리저리 보았다.

얼른 먹고 싶어 포크를 들었는데


먹기 전에 잠깐!! 줄게 있어!


음?


카톡으로 보낼게~


그로부터 장문의 메시지가 카톡으로 날아왔다.

내용인즉 나의 마음을 받아줘서 고맙다는 말들이었다. 감동적이어서 살짝 눈물이 났다. 장문의 메시지를 다 읽고 그를 바라보았는데 원래 나의 왼쪽에 앉아있던 그는 어느새 오른쪽에 서 있었다.


장미꽃 한 다발을 들고서.


나는 놀라 눈이 동그래졌다.


이게 뭐야?


내 마음을 받아줘서 고마워


붉은 장미꽃 한아름을 나에게 안겨주었다.


우리는 소파에 나란히 앉아 우리가 처음 만난 순간부터 지금까지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그때나 지금이나 나에게 진심이었고 직진이었다. 행동에서 그의 진심이 항상 느껴졌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 그는


두 번째 편지야


라며 나에게 편지를 건네주었다.

삐뚤삐뚤한 날린 글씨체로 그가 직접 쓴 편지였다.

편지는 총 세장이었다.


지나온 시간 동안 스쳐 지나간 사람들을 통해 이런저런 경험을 하고 또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생각하면서 나름 성숙해져 왔고 그 정점에서 너라는 완벽한 여자를 만났어.


내 생일 다음날, 너를 처음 만났던 날. 넌 내 인생의 가장 큰 선물로 나타났어. 처음 보자마자 느낌이 달랐지. '이 사람이다'라고 확신했어.


인생을 살면서 '확신'을 가져본 적이 몇 번 없었는데 내가 지금까지 너에게 보여줬던, 너 앞에선 너보다 나이가 많은 거도 잊을 만큼 내 모든 자존심을 다 내려놓고 좋아한다고 표현하고 행동했어. 그만큼 넌 내 인생에서 특별한 존재야.

(중략)

네가 '우린 아닌 것 같아요'라고 했을 때도 난, 언젠간 우리가 함께 하게 될 거라고 확신했어. 다른 사람 같았으면 거기서 내 마음을 정리했을 텐데 너만큼은 달랐어.

(중략)

내가 널 위해 해외에서의 꿈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오겠다는 건 절대 쉽게 내뱉은 말이 아니야. 내가 꾸었던 그 꿈은 너를 위해 포기할 수 있을 만큼 너의 존재가 나에게 소중해서야.

(중략)

나는 꿈에 그리던 완벽한 여자를 만났고 이제 그 사람과 가정을 꾸리고 평생 '행복하게' 사는 게 내 꿈이야.


이젠 우리 더 먼 미래를 보고 함께 걸어가자.

모든 날, 모든 순간을 함께 하자.


나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장으로 편지를 넘겼다.

그 편지엔 딱 한마디만 적혀있었다.


그다음 말은 내가 직접 할게


나는 그를 쳐다보았고 그는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반지가 든 케이스를 두 손 모아 들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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