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엽다.
앞선 이야기
이 글은 브런치 1위를 했던 브런치북 '10살 차이를 극복할 수 있을까'의 여자 주인공 '그녀'의 입장과 생각을 쓴 내용입니다. '그녀'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를 글로 정리하여 옮겨 썼습니다.
벚꽃 데이트 이후 오궁과 매일 만나게 되었다.
공부를 해야 했지만 그는 예전 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를 만나려고 했다. 퇴근 후에 나와 함께 저녁밥을 같이 먹고 싶어 했고 같이 먹지 못하는 날은 항상 먹거리를 잔뜩 사서 연락도 없이 독서실에 나타나 서프라이즈를 해주었다. 그가 독서실에 오면 우리는 독서실 옆 계단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공부에 집중될 리가 없었다.
벚꽃 데이트 이후 2주 뒤, 나는 그에게 정식으로 연애를 시작하자는 이야기를 했다.
이렇게 매일 만나고 나에게 지극정성인데 그와 연애를 시작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이는 그와의 결혼을 '고려해 보겠다'는 뜻이기도 했다.
정식으로 연애가 시작된 이후 그는 더 적극적으로 나에게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오궁이 처음부터 나와 결혼을 하자고 했었지만 그때는 아예 연애조차 시작을 하지 않을 때였으니 조심스러웠겠지만 이제는 너무나 적극적으로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하니 부담스럽기도 했다.
사실 나는 나 나름대로의 계획이 있었다.
일단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서 2년 정도 돈을 벌고 그 돈으로 부모님 손을 벌리지 않고 결혼하고 싶었다. 그러면 내가 딱 28살쯤 되는 나이였다. 당시 나는 26살이었고 시험을 치기 전이었지만 그가 워낙 결혼하자고 하는 바람에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그의 입장도 이해가 되는 것이, 당시의 상황이라면 그는 약 1년 뒤에 해외본사로 돌아갈 수도 있었기 때문에 그 시간 안에 나와 어떻게든 결혼하려고 했다.
그런 그에게 나는 선을 그으며 이야기했다.
결혼 이야기, 더 이상 안 했으면 좋겠어
그는 입을 다무는 듯했으나 은근슬쩍 조금씩 했다.
오궁은 나에게 결혼식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물어보았다.
결혼식에 대한 로망이 있는 사람인지라 어릴 때부터 여러 지인들 혹은 부모님 따라 간 결혼식을 눈여겨보았었다. 그리고 스스로 이래저래 많이 알아놨었기 때문에 정보가 꽤나 있었고 시내에 꽤 유명한 웨딩홀에서 결혼식을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그에게 한 적이 있었다.
언젠가 토요일이었고 오궁이 아침 일찍 외갓집을 다녀온다고 했다.
비가 쏟아지는 날이었고 그는 오후쯤 돼서 돌아온다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외갓집을 갔다가 할아버지와 목욕을 간다는 그가 오후 내내 연락이 없었다. 피곤해서 자나 싶어 나도 독서실에서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오후 늦게 그로부터 수많은 동영상과 사진이 와있었다. 뭔가 보았더니 내가 평소 그에게 이야기했던 웨딩홀에 직접 가서 결혼식 사진과 영상을 찍어 나에게 보낸 것이었다.
언제 다녀온 거야?? 대박!!
비가 쏟아지는데도 불구하고 나를 위해 웨딩홀에 홀로 다녀온 것이었다. 웨딩홀의 외관부터 동선, 신부대기실, 홀 내부, 폐백실 등 모든 곳을 꼼꼼하게 촬영해서 나에게 보내주었다. 이렇게 섬세할 줄이야...
다음엔 꼭 같이 가보자!!
결혼에 대해서 선을 긋던 나였지만 이 날은 감동해서 이런 말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다음날 그를 만나서 어떻게 웨딩홀에 가게 됐냐고 물었더니 오전에 외갓집을 갔다가 오후에 시간을 내어 웨딩홀에 다녀왔다고 했다. 순전히 나를 위해서 간 것이었다. 그리고
사실은 말이야...
갑자기 그가 뭔가 할 말이 있는지 뜸을 들였다.
나 사실은 웨딩홀 갔다가 혼자 결혼박람회도 다녀왔어!
엥?? 남자 혼자서 결혼박람회를??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웃음이 날 수밖에 없었다.
남자 혼자서 결혼박람회를 다녀왔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어봤다. 그런 그에게서 이 사람이 정말 나와 결혼하고 싶구나 싶고 그렇게 노력하는 모습이 귀엽기도 했다.
남자 혼자 가니까 다들 놀래긴 하더라...
그리고 결혼식에 대해 내가 뭐 아는 것도 없으니 상담하기도 힘들더라구~
같이 가야 뭔가 상담이 되는데 뭐 아는 게 없으니 묻지도 못하겠고...
의지가 충만하여 결혼박람회를 갔으나 상담할 때 당황한 그의 모습이 상상이 되어 더 웃음이 났다. 내가 계속 웃고 있으니 그가
다음 주에 크게 결혼박람회를 한다는데 같이 가볼래?
그가 그렇게나 노력을 하는데 고마워서라도 같이 가고 싶었다. 더군다나 그 큰 결혼박람회는 나도 궁금했다.
그래! 같이 가보자!
바로 다음주, 약속한 대로 그와 함께 결혼박람회를 갔다.
날씨가 정말 좋았고 오래간만에 그와 시내 데이트라 좋았다.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았고 우리는 조금 여유롭게 둘러보았다. 사실 결혼날짜가 정해져 있지 않으니(그를 부모님께 보여드리지도 않았으니…)상담하는데 이런저런 어려움이 있었다. 제대로 된 상담을 받기가 어려웠다. 대략적으로 내가 원하는 스드메, 웨딩홀의 견적 정도만 확인했다.
그는 주얼리 쪽으로 나를 이끌었다.
나에게 어떤 반지를 좋아하냐며 이것저것 함께 보며 물어보았다. 마음에 드는 게 없다고 했고 그는 조금 더 보러 갈까? 라며 주얼리 샵이 즐비한 곳으로 이동하자고 했다. 그곳에서 정말 많은 곳을 돌아다녔고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 별로 없었는데 딱 한 군데서 괜찮은 걸 찾았다. 나는 나중에 우리가 커플로 하고 다닐 수 있는 반지로 보고 싶었기에 그도 마음에 들어 하는 스타일로 하고 싶었고 다행히 내가 마음에 드는 반지가 그도 마음에 든다고 해서 나중에 이걸로 하자는 이야기를 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나는 그와 여행을 가기로 되어 있었다.
공부에 찌들어 있다 보니 바람도 좀 쐴 겸 여행을 가고 싶었다. 그와 정식으로 연애를 시작한 지 약 2주 정도 된 시점에서 그에게 여행을 가자는 이야기를 했었고 그는 신이 나서 여행 계획을 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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