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14 - 10살 차 이상형과 결혼생활 5년
앞선 이야기
정말 운 좋게도, 나는 완벽한 이상형과 결혼했다.
결혼 전, 수많은 소개팅을 통해 조건 좋은 사람들을 만나봤지만 단 한 번도 가슴이 뛰지 않았는데 아내는 처음 본 순간부터 '이 사람이다'라는 느낌이 딱 꽂혔다. 우연히 만난 아내의 이름도 나이도 몰랐지만 나는 운명임을 직감했다. 그리고 나는 폭주 기관차처럼 달려들었다. 멈출 수 없었다. 결혼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결혼해서 아이가 태어나기 전까지만 해도 단 한 번의 다툼도 없었으나 아이가 태어나고 모든 게 변했다.
조금씩 다툼이 생기고 냉전시기도 있고 도대체 왜 저러는 건가 싶고 이런 면이 있었네 싶었다.
사실 나의 가정사로 인해 결혼을 못 할 뻔했지만 이런 나를 아내와 처가 식구들이 지켜주었다.
그 감사함에 결혼하면 아내를 포함한 처가식구들에게 떳떳한 남편이자 사위가 되겠노라 눈물로 약속했다. 이런 약속을 했건만, 결혼 후 아내와 다툼이 생길 때마다 스스로 죄책감을 느꼈다.
결혼 후 수도권에 살다 처갓집 근처로 이사 왔고 매주 금요일마다 장인어른과 독대하여 술잔을 기울였다. 장인어른과의 대화를 통해 많은 인생, 결혼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고 행복한 가정을 꾸린 장인어른의 가르침과 경험 그리고 노하우를 귀담아 들었다. 그리고 늘 실천하려 노력했다.
부모님의 이혼과 가까운 지인들의 이혼, 결혼 후 행복하지 않은 이들을 보며 나이가 들면서 나의 꿈은 돈을 많이 벌고 좋은 차를 타는 것이 아니라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것'이 되었다.
나의 첫 번째 인생은 결혼과 동시에 끝났다.
그와 동시에 두 번째 인생이 시작되었고 이 두 번째 인생은 나 혼자가 아닌 아내와 '우리'로 시작되었다.
아내는 아이들을 잘 키우고 나의 어머니를 포함한 내 동생을 포함하여 외갓집 식구와도 너무 잘 지낸다. 결혼 후 많은 이들이 고부갈등을 겪고 있지만 우리 가족은 아내의 존재로 늘 함박웃음이라 늘 감사하다.
아내가 뭘 좀 잘못해도 이런 부분들을 생각하면 참게 된다.
다툴 땐 어떻게 이렇게 까지 나한테 하나 싶고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어도 결혼 전 아내와 처가식구들이 나를 지켜준 그 감사함을 생각하고 내가 그때 했던 다짐을 다시 떠올리며 내가 참아야지 하며 넘어가려고 한다.
아무리 아내와 크게 다투더라도 결혼한 것에 대한 후회 해본 적 없다.
만약 내가 결혼할 나이가 되었기 때문에, 대충 조건 맞는 사람을 만나 결혼했다면 이보다 훨씬 더 많이 싸웠을 거라 생각한다. 완벽한 이상형과 그렇게 사랑해서 결혼했는데도 다투는데 어설프게 좋아하는, 그저 조건 맞아서 누군가와 결혼했다면 지금 보다 더 많은 문제, 혹은 지금은 생각지도 못한 문제들로 힘든 결혼생활을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결혼하기 전에 비해 내 연봉은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
결혼 전엔 해외 대기업에 다니고 있어 연봉이 꽤나 높았지만 결혼과 동시에 한국에 정착하면서, 또 지방으로 내려오면서 연봉이 많이 깎였다. 나 혼자였다면 절대로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겠지만 결혼과 동시에 아내와 함께 두 번째 인생이 시작되었으므로 모든 포커스를 가족의 행복에 맞추었기에 가능했던 선택이다.
나 혼자 살던 시절의 월급에 비해 가족 넷이 된 지금 월급이 거의 절반이라 아내에게 미안하지만 아내는 내가 벌어오는 돈을 잘 굴리고 운용하여 늘 부족함 없이 우리 집 가계를 잘 꾸려가고 있다.
결혼 후 아내의 눈치를 보고 산다.
단 한 번도 그렇게 살아본 적이 없었건만 아내 앞에서는 늘 조심스럽다. MBTI가 외향적인 E에서 결혼 후 내향적인 I로 바뀌었다.(결혼 후 말이 줄어듬...)
워낙 자유롭게 살았던 나였는지라 가끔은 답답하기도 하고 혼자 있고 싶기도 하고 홀로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도 있지만 그건 아내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나는 서른 중반에 결혼했지만 아내는 한창 놀 나이인 20대 중반에 결혼했다. 아마 나보다 아내가 더 할 것이다.
결혼이라는 것을 통해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었고 그 인생을 두 사람이 함께 하는 것이기에 과거에 내가 이랬고 저랬고 하는 생각은 버리고 배우자와의 미래를 위해 스스로 변해야 한다.
박수는 절대 한 손으로 처지지 않는다.
손바닥이 잘 부딪혀야 박수 소리가 난다. 결혼 생활은 박수와 같다고 생각한다.
결혼을 해보니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배우자를 만나느냐다.
부모도, 자식도 선택할 수 없지만 배우자는 내가 선택할 수 있다. 내가 선택한 사람과의 결혼이란 '약속'을 했고 지켜야 할 것들이 있다. 결혼생활은 그것을 잘 지켜 나가야 한다. 결혼하기 전, 내가 그 사람에게 어떤 약속을 했었는지 잊어서는 안 된다. 결혼하는 것도 어렵지만 그 결혼생활을 잘 유지하는 건 더 어렵다. 어쩌면 기혼자의 모든 숙제는 그 약속을 지켜나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
오늘도 나는 '행복한 가정'을 꾸리기 위해 노력해 본다.
여보, 내 인생에 나타나줘서 고마워요.
'10살 차 이상형과 결혼생활 5년'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이 행복하시길 바라며.